
노르웨이의 게임 개발사 펀컴(FUNCOM)은 지난 21일, 자사가 위치한 오슬로에서 프레스 투어 이벤트를 개최하고, 신작 '듄: 어웨이크닝'에 대한 시연 기회를 제공했다.
2022년 첫 공개 이후, '듄: 어웨이크닝'은 지난해 게임스컴 등 각종 이벤트를 통해 실제 게임플레이 장면을 공개해 왔다. 지난해 12월 말 즈음부터는 선정된 인원을 상대로 하는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며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현장에서는 그간 개발된 최신 버전의 게임 플레이 기회와 함께, 개발진들에게 게임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 또한 주어졌다. 이날 약 6시간 가량 제공된 시연 기간 동안에는 '듄: 어웨이크닝'을 처음 시작해, 가장 처음으로 지상형 탈것을 제작하고 더 넓은 지역으로 나아가는 데까지 확인해볼 수 있었다.
펀컴에 따르면, '듄: 어웨이크닝'은 대단히 야심찬 게임이다. 이들은 아나키 온라인, 코난 엑자일 등 MMO 게임을 개발해 온 노하우를 한 데 집약해 ‘한 단계 나아간’ MMO 서바이벌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그 무대가 바로 ‘듄’의 무대인 행성 아라키스다.
오픈월드 MMO 서바이벌 게임은 장르 특성상 오랜 시간, 꾸준한 플레이를 요구한다. 하루 6시간이 결코 짧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들이 강조하는 서바이벌의 새로운 단계인 ‘정치적인 생존’은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듄 세계관에 관심이 있는 생존 게임 팬들에게는 아라키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상당히 값진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듄: 어웨이크닝'의 생존 플레이
'듄: 어웨이크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엘 빌로스는 여러 자리에서 게임이 가진 기본적인 생존과 정치적 생존에 대해 강조하고는 했다. 인간의 욕구 단계와도 같은 이 두개의 기둥은 게임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리고 이번 시연을 통해서는 원초적인 생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플레이어는 ‘죄수’로서 게임을 시작하게 되고, 베네 게세리트의 대모로부터 “프레멘을 찾아라”라는 은밀한 임무를 부여받은 뒤 아라키스로 향한다. 그러나 그가 타고 있던 오니솝터가 정체불명의 단체에게 공격을 받게 되며, ‘하가 분지(Hagga basin)’라는 곳에 불시착해 생존을 이어가게 된다.
이 하가 분지는 '듄: 어웨이크닝'의 생존을 알려주는 일존의 튜토리얼 지역에 해당하는 장소로, 이후 부여받는 모든 임무가 이 분지를 탈출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으로 짜여져 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익히 알려졌듯, 아라키스는 절대 인간에게 친절한 행성이 아니다. 타는 듯한 태양 빛 아래 그대로 노출될 경우 생명이 위험하고, 물이 얼마나 귀하면 죽은 적의 시체에 빨대를 꼽는 일도 서슴지 말아야 할 정도니. 게다가 모래 위에서 너무 소란을 떨 경우 집채만한 지렁이한테 잡아먹힐 수도 있는, 위험이 가득한 행성이다.
‘듄: 어웨이크닝’의 생존 시스템은 바로 이것, 행성 아라키스가 가진 위협에 기반하고 있다. 혹시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땅은 용암이야!” 라고 외치며 벤치 사이를 폴짝폴짝 뛰어놀던 기억이 있다면, 이 게임에서도 비슷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플레이어는 딱딱한 돌 바닥으로 이루어진 암석 지대를 징검다리 삼아 이동하게 되며, 모래를 지날 때는 주변에 샌드웜이 돌아다니진 않는지 체크해야 한다.
그나마 밤에는 괜찮지만, 낮에는 행동 반경이 더더욱 제약된다. 태양 아래 노출되면 열사병 게이지가 쌓이게 되고, 심하면 탈수는 물론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늘을 통해 이동하고, 암반과 암반 사이의 모래는 최대한 빠르게 통과하는 것이 게임을 진행하는 기본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생존 게임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거점 건설과 채집 또한 이 원칙 아래 구축됐다. 채집 자체는 굉장히 간소화된 측면이 없지 않은데, 커터레이(Cutteray)라고 불리는 도구를 이용하면 돌이든 광물이든 어렵지 않게 채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초반 구간 자주 사용되는 자원 또한 돌이나 푸른 색으로 빛나는 광물, 그리고 여러 NPC형 적들에게서 채집할 수 있는 전자 부품 등으로 간소한 편이다.
건설도 마찬가지로 타 생존 게임에 비교해 간편히 이뤄진다. 전용 도구를 장비한 채 건설 모드로 들어가, 원하는 물건을 선택하고 만드는 것이 비교적 직관적으로 이뤄진다. 재료가 모자랄 경우에도 미리 위치만 정해두고, 나중에 자원을 가져와 만드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꽤 편리하기도 했다.
개발진이 발표한 ‘코리올리 폭풍’이라는 시스템에 따르면, 깊은 사막 지역에 건설해 둔 거점이나 장비는 7일에 한 번 불어오는 폭풍으로 인해 몽땅 날아간다. 소프트한 초기화라고 볼 수 있다. 이를 대비해 거점의 모습을 블루스크린으로 저장해 두는 기능도 있다는 점 또한 알아둘만 하다.


다만, 이러한 원초적 생존 단계에서는 듄: 어웨이크닝만이 가진 특색이 다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커터레이나 패브리케이터 같이 세계관에 등장하는 핵심 기술들을 활용하는 재미는 분명했지만, 세계관을 잘 모르는 이들의 눈에는 그저 여느 생존 게임과 다를 바 없는 흐름처럼 느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세계관에 잘 몰입하는 이들이라면 꽤 흥미로운 점들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모래폭풍으로부터 기지를 방어해 주는 배터리 설비라든지(코리올리 폭풍이라는 다른 것 같다, 아마도), 적에게서 뽑아 온 피를 정수해 주는 혈액 정수 시설 등은 ‘듄’ 세계관과 만나며 아주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굳이 왜 피를 직접 안 마시고 정수를 해야 하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는데, 그냥 마시면 최대 체력이 잠시 낮아지는 디버프에 걸린다. 그래도 급할 땐 피만큼 마시기 쉬운 게 없긴 하다.

펀컴이 강조하는 ‘전투 조합(Combined Combat)’

초반 구역이기에 PvP 같은 엔드게임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시스템을 체험해볼 수는 없었다. 또 생존 게임 특성상, 분명 더 높은 단계의 기술적 성취를 얻을수록 강력한 무기를 만들고, 이에 따라 전투 경험도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초반 지역에서도 전투는 필수불가결한 위치를 가지고 있었다. 초기 임무 대부분이 생존을 위해 자원을 채집하는 가운데, 암벽 사이에 거점을 짓고 살아가는 NPC 스캐빈저들은 상당히 좋은 영양분(?)이 되어주기 때문.
듄: 어웨이크닝의 전투는 크게 근거리, 원거리, 그리고 기술(Skill) 요소로 살펴볼 수 있다. 개발진에 따르면 근거리 전투는 그 중요성이 작년 게임스컴, PAX 시연 보다 훨씬 늘어났는데, 바로 ‘듄’의 상징적인 홀츠만 방어막이라는 존재 덕분이다.
듄 세계관 속 방어막은 기존 다른 게임들의 방어막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며, 듄: 어웨이크닝 또한 이를 게임 속에 제대로 구현하고자 애썼다. 설정된 속도 이상으로 접근하는 물체를 튕겨낸다는 개념에 따라 원거리 무기로는 방어막을 무력화할 수 없으며, 디스럽터 탄이나 칼을 느리게 쑤셔 넣는 ‘슬로우 블레이드’라는 기술을 활용해 적을 상대하는 것이 핵심이 된다.
비록 이번 시연에서 직접 홀츠만 방어막을 입어볼 수는 없었으나, 우연히 불시착한 곳에 있던 고레벨 적들이 사용하는 모습을 봤는데 꽤나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게임 속 홀츠만 방어막은 지속적으로 착용자를 보호하지만, 착용자가 총기를 발사할 경우 잠시 방어막이 해제되는 특성이 있다. 적이 너무 근접해 있을 경우 총을 쓰려 하면, 오히려 방어막이 없어지는 결과를 낳고 마는 것.


이처럼 듄: 어웨이크닝의 전투는 세계관 특유의 요소들이 적절히 반영된 모습을 보여줬으며, 상황에 따라 근거리와 원거리, 그리고 보유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에 오픈월드라는 게임의 성격이 더해지며 같은 적 거점도 보유한 장비의 수준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제압이 가능하다.
기술 측면으로는 캐릭터 생성 시 세 개의 트리 중 하나를 선택해 육성이 가능하며, 추후 NPC를 만나 새로운 기술 트리를 배우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선택한 ‘베네 게세리트’ 능력은 세계관 그대로 말의 힘으로 적을 제압할 수 있으며, 일정 시간 동안 적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일정 수준의 거리를 단숨에 도약한 기술도 가지고 있었는데, 전투보다는 사막 탐험에 상당히 유용하게 쓰였다.
다만, 전반적으로 타격감이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나이프를 이용한 근접적은 ‘슬로우 나이프’ 기술이 주는 손맛은 있지만, 패링은 내가 패링을 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타격감이 미미했다. 원거리 무기는 세계관 상 무기 발사음이 현실과 다르기에 발생하는 문제일 수는 있지만, 그래도 헤드샷 등 인디케이터는 확실히 표시해 줘서 근거리 전투보다는 나은 편이었다.


노하우 엿보인 생존 파트, 결국은 그 다음이 관건
초반부 시연기를 통해 확인한 점은 분명하다. 30주년을 맞이한 펀컴이라는 개발사가 보여준 서바이벌 장르에 대한 노하우는 확실했다. 아라키스라는 낯선 땅에 떨어진 사람 치고 꽤나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이들의 마련해 둔 튜토리얼 구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개발진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장르 팬들이 껍데기만 듄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서바이벌 게임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고 수도 없이 강조했다. 현재 문법으로는 정의하기 힘든, 진정한 의미의 MMO 서바이벌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것 또한 그들이다.
아라키스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가문 사이의 정치 활동, 개인의 사소한 경제 활동도 귀족 회의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PvP를 하지 않고도 1인분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소개한 후반부 게임플레이. 듣기로는 굉장히 매력적이며, 듄 세계관과도 아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다.

간소화된 채집 건설 시스템, 거리에 따라 다른 전략이 필요한 전투 시스템 등은 분명 후반 플레이를 강조하기에는 손색이 없어 보였다. 또 마지막에 선보인 오니솝터 비행 시연에서는 아라키스의 드넓은 맵 구조를 보며 감탄을 토하는 기자들도 여럿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듄: 어웨이크닝'의 남은 과제도 자못 분명하다. 출시 일정까지 게임의 완성도를 다듬는 것은 물론이며, 오늘날 보여준 시스템을 토대로 대규모의 인원이 진행하는, '정치적 생존'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듣기로는 상당히 흥미로운 시스템처럼 느껴지지만, 물리적인 증거 없이는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 시스템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니까.
그 무엇도 기획자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대규모 멀티플레이의 묘미이며,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만큼, 동시에 누구나 기억할만한 감동적인 일들이 펼쳐지기도 하니까.
대규모 인원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통제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니, 그들이 이야기를 써내려갈 장소와 환경을 최대한 정돈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펀컴이 이번 시연을 통해 보여준 것은 앞으로 플레이어들이 이야기를 만들어 갈 '아라키스'의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aaa만들다가 선회하는게 아니고 전작이 코난 엑자일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