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블레이드&소울'이 출시됐던 시기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학군단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던 차에 학군단 수업 끝나자마자 바로 PC방으로 가게 했던 두 악마의 게임 중 하나가 '블레이드&소울'이었으니까. 단복 입고 PC방 가는 걸 들켰다간 작살이 날 것도 뻔히 알지만 환복하는 시간도 아까워서 바로 PC방으로 직행, 조마조마하게 플레이했던 추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대학생 끝물이 되어서도 고등학생 야자 땡땡이칠 때의 감각을 다시 느낀 추억 때도 있지만, 그렇게 빠져들게 할 만한 힘이 '블레이드&소울'에 있었다. 짜임새 있는 액션, 호쾌한 경공과 타격감, 미려한 캐릭터와 화려한 그래픽, 레벨업 구간이 다소 끊겨서 아쉽긴 했지만 그럼에도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스토리까지.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뛰어난 게임이었다. 그 뒤로 여러 차례 큰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금은 많이 쇠하긴 했고, 이젠 엔씨소프트가 언제 이런 걸 다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계속 지켜보게 만드는 악연(?)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12년도 더 지난 올해, 엔씨소프트는 일종의 클래식 서버인 'BNS NEO'를 선보였다. 솔직히 그 소식을 듣고 혹하긴 했지만, 불안감이 더 앞섰다. 이미 한 번, 아니 여러 차례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소울 IP로 실망감을 주지 않았던가. 오죽하면 이제는 "하하하 막내야 또 속았구나"조차도 말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런 터라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처음 들어갔던 BNS NEO였지만, 어느새 검사와 역사 만렙찍고 염화를 쭉 돌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이 소수는 아니었는지, 금요일 저녁과 주말에는 대기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초반부터 포화 상태였던 진 서버도 아닌, 린 서버였는데도 말이다. 거기다가 퀘스트 NPC 앞에서 순서대로 줄을 서는, 그런 광경을 정말 오랜만에 보았다.

게임명: BNS NEO
장르명: MMORPG
출시일: 2024. 10. 16.
리뷰판: 출시 빌드
개발사: 엔씨소프트
서비스: 엔씨소프트
플랫폼: PC
플레이: PC


12년 지나도 재미있는 전투
체계는 살짝 바뀌어도 '근본'은 유지

▲ 오랜만이라 손이 꼬이긴 했는데, 회베 찌찌찌 발도 촤자작의 그 손맛은 지금도 짜릿하다

아마 아직 BNS NEO를 하지 않은 유저라면, 과연 그 옛날 블소 전성기 시절 그대로의 전투 체계인지 궁금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의 블소와 연결해서 새롭게 내놓은 대다수의 시도가 죄다 전혀 다른 체계를 도입했었기 때문이다. 그 상처 때문에 접근하기 꺼려하는 유저도 많으리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 단계에서 BNS NEO는 그 옛날 출시 초 염화대성까지 시절을 바탕으로 다소 지엽적인 개편이 있는 상태다. 지엽적인 개편이라고 한 이유는, 무공 강화 방식이 조금 바뀌었고, 강화 후에는 현 라이브 서비스 버전의 요소가 포함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검사를 예로 들자면, 화룡연참 등 화염검사 트리는 출시 초에 없었는데 BNS NEO의 무공 강화 트리에 포함이 되어있고,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서 추가되어왔던 신공패와 비공패, 인장, 영혼석이 미리 포함된 상태다. 그럼에도 블레이드&소울하면 떠올랐던 그 전투의 코어는 확고했다.

블레이드&소울의 전투하면 각 클래스마다 특색이 뚜렷한 무공과 이를 활용한 패턴 공략, 각 상태에 따라 발생하는 연계기의 조합, 그리고 '합격기'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다운 걸었을 때 때앵! 경쾌한 소리가 들리자마자 바로 누가 다운 넣어서 어지간한 공격에 꿈쩍도 않던 보스를 넘어뜨렸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호쾌한 장면 아니던가. 그 전에 쫄몹을 상대할 때도 쫄몹이 소위 '샌드백'으로만 그치지 않는 것도 당시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인던이면 모를까, 필드에 있는 병졸도 "잠깐! 막기!" 이러면서 공격을 팅팅 막고 "당해봐라"라는 말과 함께 다리를 걸었으니 말이다. 가끔 권사몹들은 반격으로, 암살자몹은 나무토막으로 회피하고 나서 기절을 시키는 패턴도 있어서 치고받는 맛이 있었다.

▲ 아예 보스의 특정 패턴을 합격기로 끊어버리는 그 느낌이란

▲ 보스가 아니더라도 일반 몹 상대로도 패턴을 신경 써서 상대하게 된다

그 과정을 지나서 보스와 마주했을 때는 자신의 롤대로 무공을 최대한 활용, 공략하는 재미가 확실했다. 역사로 플레이할 때는 어지간하면 셀합으로 팀 극딜을 서포트하고, 혹은 보스 패턴에 누가 이상하게 합격기 시동 넣었을 때 바로 커버해주는 아슬아슬한 묘미가 있었다. 검사일 때는 비교적 안정적인 막기 or 튕기기-회베찌찌찌로 탱을 하면서 그때그때 자세 바꿔 극딜뽑아내는 손맛이나, 위급할 때 다운 셀합 걸어서 모면하는 맛이 느껴졌다.

물론 보스 공략하는 재미야 MMORPG에서 당연히 추구하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탱-딜-힐의 협동으로 일부 큰 패턴 빼고는 어느 정도 맞아가며 공략하는 여타 MMORPG와 블소는 결이 달랐다. 일반 공격에도 즉각즉각 막기나 반격기로 탱이 대응하고 큰 공격은 모션 보고 즉각 사전에 협동으로 차단해버리는 등 훨씬 더 능동적인 공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런 복잡한 설명도 필요 없이, 무일봉에서 눈을 뜬 순간부터 반가움이 앞섰다. 블소를 해본 사람이면 그 이후에 퀘스트를 돌면서 화중 사형에게 이런저런 기본기를 익히던 그 장면에서 눈시울이 붉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 부분은 블소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꽤나 인상이 깊지 않을까 싶다. 튜토리얼과 스토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구성이었으니 말이다. 그 뒤로 대사막 건너가기 전에 충각단 남해함대 지부에서 잠시 파밍하고, 만렙 후에 희생의 무덤에서 본격적으로 파티플레이를 하는 순간부터는 합심해서 보스를 공략하는 MMORPG의 재미에 밀도 있는 액션이 더해진 시너지를 다시금 만끽할 수 있었다.


▲ 그 참사 이후 가까스로 살아남아 화중 사형과 재회하고

▲ 마지막까지 가르침을 받는 그 과정은 이미 결말을 알고 있어도 쭉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공 강화는 다소 달라져서 낯설긴 했다. 출시 초에는 자신의 플레이스타일 혹은 콘텐츠에 맞춰 초식을 바꾸고 스킬 효과를 선택하는 방식이었지만, BNS NEO는 장신구에 무공서를 전승해 일부 스킬을 자신에 맞게 강화하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무공서는 서브 퀘스트 클리어나 아이템 분해 혹은 필드보스 정수를 돌림판에 굴려서 얻는 영웅패로 교환하거나 파티 던전을 공략하면 얻을 수 있고, 무공서를 분해하면 무공 홈에서 무공서를 다시 추출할 때 쓸 수 있는 조각을 획득하는 식으로 스킬 트리 변경 과정이 다소 바뀌었다. 다만 이 부분에서는 초반 튜토리얼 과정에서 설명이 잘 되어있지 않아 일부 유저들이 채팅으로 질문하는 사례들이 많이 보였다.


▲ 무공 강화는 장신구의 무공 홈에 해당 무공서를 전승해서 적용하는 식으로 변경됐다


무한 경공과 빠른 레벨업
메인퀘만으로도 OK, 파밍 루트도 압축


그렇게 질문하는 일이 많았던 또다른 이유는, 'BNS NEO'의 성장이 그 옛날의 블소에 비해 빠른 편이기 때문이었다. 이미 보도자료나 소개 문구를 통해 나간 것처럼, 'BNS NEO'는 일단 경공에 제약이 없다. 사소한 변화 같지만, 실제 플레이하니 그것만으로도 플레이 템포가 2배 이상 빨라졌다. 블소 초기를 생각하면 신나게 경공하다가 스태미나 딸려서 걷게 되는 시기가 생각보다 잦았다. 그걸 최대한 줄이기 위한 점프 테크닉까지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거기에 수상비나 여러 고급 경공들을 배우려면 몇몇 재료들을 구해오는 퀘스트를 해야 했는데, 그 중 일부는 초보들이 덜컥 하기엔 꽤나 빡빡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제약이 없어진 것만으로도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매번 퀘스트 인던을 갈 때마다 스태미나 없어 헉헉대는 사이 푹푹 찌르고 들어오는 잡몹을 상대하는 게 성가셨는데, 경공으로 순식간에 퀘스트 지역까지 바로 가서 후딱 처리하고 축지하는 그 속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쾌했다. 이전 출시 초의 경공이 개발진 말마따나 여러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맛보기로 내놓은 양상이었다면, BNS NEO에서 비로소 완성이 된 것 같다고 할까. 열사지대에 넘어와서는 광활한 대지를 마음껏 경공으로 달리는, 블소 초기에 생각만 했던 무협의 멋이 살아나는 듯했다. 하나 더, 매번 '흑창퐁' 이러면서 슉슉 독침 쏴대는 흑창족이나 잊을만 하면 끌어와서 시비거는 뱀버섯한테 더 시달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했다.

앞서 축지도 언급했는데, BNS NEO는 일일이 지역을 갈 필요 없이 축지가 처음부터 다 열린 상태다. 그래서 퀘스트 동선의 효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메인퀘스트와 세력퀘스트에만 경험치가 포함되어있고 메인퀘만 돌아도 충분히 만렙인 36레벨을 찍을 수 있게끔 레벨 디자인을 개편했다. 하루만에 만렙을 찍고 바로 템을 슬슬 맞추는 루틴까지 가도록 압축한 것이다.

▲ 초반부터 축지가 다 해금되어있어 동선도 최적화되어있고

▲ 메인퀘와 세력퀘를 제외하고는 경험치를 주지 않기 때문에

▲ 서브퀘는 나중에 내실 채우기 때 하고 메인퀘만 빠르게 밀어도 36레벨이 된다

여기에 영웅패도 통일하고 장신구도 중간에 거쳐갈 것은 바로 줘서 메인퀘스트를 다 깨고 난 뒤에 파밍으로 부드럽게 전환하게끔 설계했다. 파밍 루트도 만렙찍고 나서부터 귀염집게 사냥으로 전갈보패 파밍, 세력퀘에서 얻는 도안으로 염화 무기 만들기, 야골타 목걸이, 천조의 둥지에서 흑조 장신구 파밍, 의상을 갈아서 신공패 맞추기, 염화 파밍으로 간소화했다.

물론 이런 게 하루아침에 있던 건 아니고 라이브서비스에서 지역이 추가되면서 간소화한 흔적이지만, 클래식 서버면 아무래도 그 옛날 그대로를 생각하게 되지 않던가. 물론 '네오'라는 이름을 붙이긴 했어도, 근본은 블소 클래식에 가까운 느낌이라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그간 유연함이 떨어지는 행보를 보였던 엔씨소프트였으니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기본을 지키면서, 그 옛날 불편했던 부분을 잘 짚어서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인상 깊었다.

특히 블소를 처음하는 유저들을 배려한 것도 눈에 띈다. 라이브 서비스에서 합격기 가능 타이밍을 보스 체력바 밑의 칸으로 알려주는 요소를 도입했고, 보스 공격 범위나 가드 가능 여부, 타이밍도 체크가 가능했다. 그 옛날에 하드코어했던 블소 초창기를 생각하면 싱겁긴 하다. 그러나 곧 수월평원이 업데이트되는 만큼, 그 전에 오랜만에 잡아서 가물가물하거나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신입들이 적응하기 위한 몸풀기로는 적절한 느낌이었다.

▲ 필드보스 뜨면 다 같이 때려잡고


▲ 정수를 모아 돌림판을 돌리거나 혹은 교환상인에게 확정으로 교환해서 보패와 무기 대강 맞춘 뒤

▲ 파티 던전 차근차근 공략하며 템을 맞춰가는 그 초창기의 재미는 건재하고, 그 시점도 상당히 빠르다


최적화는 개선, 그래픽은 낯선
라이팅 등 디테일의 변화가 불러온 이질감


또 하나 반가운 소식은 BNS NEO에서 최적화가 상당히 개선됐다는 점이었다. 프론티어 참사 이후, 현 라이브 서버도 21년에 언리얼 엔진3에서 4로 교체하면서 그래픽 퀄리티도 업그레이드하고 로딩 시간도 단축했다. 그러나 업데이트가 쌓이면서 용량이 비대해졌고, 그러면서 다시 게임이 전체적으로 무거워졌다. 설정을 좀 건드리고 이리저리 조치를 취하면 좀 나아지긴 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복귀하려다 일일이 세팅부터 다시하는 불편을 겪고 마음이 꺾이기 일쑤였다.

그랬기에 BNS NEO의 쾌적함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다소 불안한 구간이 있긴 해도 서버에 대기열이 생길 정도다 보니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정도였으니 말이다. 블소를 복귀하고 싶어도 로딩이나 기타 최적화 이슈 때문에 망설여졌는데, 그 장벽은 BNS NEO에서 확실하게 깨뜨린 느낌이었다.

물론 아마 블소를 해본 유저라면 처음 커스터마이징 순간부터 무언가 이질적인 것을 느꼈을 것이다. 분명 캐릭터의 그 과장된 비율이나 특유의 디자인은 옛날과 비슷한데, 인상이 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커마창에서 좀 익숙했던 배경으로 바꾸면 이질감이 덜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피부 질감 같은 디테일에서 조금씩 차이가 느껴진다.

▲ 처음 커스터마이징 창에 들어갔을 때부터 라이팅의 변화가 은연 중에 체감된다

▲ BNS NEO(좌)와 블소 라이브 서버(우), 그림자나 오브젝트, 배경 디테일 등을 더 다듬었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라이브 서버에서도 있었다. 언리얼 엔진3에 특유의 화풍 느낌을 내기 위해 튜닝해서 만든 것을 언리얼 엔진4로 옮기는 과정에서 온전히 살리고자 했지만 100% 완벽하게 하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자연히 이질감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 옛날 다소 과장된, 기름을 바른 듯한 피부 광택이나 그런 게 줄어드니까 뭔가 심심하다고 해야 할까. 또 그렇게 과장된 부분이 하나 줄어들고 나니, 특유의 덩어리감을 표현하기 위해 고심해온 독특한 인체 모델링이 좀 더 액면 그대로 드러나면서 낯설게 느껴졌다.

그런 부분에서 BNS NEO가 좀 더 원본의 색감에 가깝게 개선하리라 기대했지만, 그런 느낌은 아니라 좀 아쉬웠다. 그러면서도 일부 꽃나무 같은 애셋은 크게 바꾸지 않았는지 눈에 확 튀는 등, 디테일도 조금 미흡했다. 다만 그런 부분들을 대조해 보면서 텍스처 해상도는 확실히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는 걸 체크할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랄까.

게다가 일부 캐릭터 디자인도 변경되면서 뭔가 손질을 한 것이 확실히 눈에 띄다 보니, 유저들이 의심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마영강이 호연에서 M자 탈모 초기 증상이긴 해도 나름 풍성했던 머리로 나왔던 것도 굉장히 이질감이 느껴졌는데, 이번에는 뾰족 머리에 괴상한 수염을 달고 나와서 뭔가 오류가 나서 잘못 출력된 거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 순간 저 수염이 얼굴에 뭔가 오류가 나서 깨진 거 아닌가 싶었지만

▲ 두더지 같은 옷을 입고 있던 소연화도 의상이 바뀌는 등, 일부 NPC 디자인에 변화가 있었다

일각에서는 엔씨소프트가 그간 의상 디자인에서 감을 심히 못 잡고 이런저런 루머까지 있을 정도로 꽉 막힌 행보를 보여서 우려도 있긴 했다. 그렇지만 진소아의 의상이 안 바뀐 점이나 소연화와 예하랑의 옷도 노출도가 더 심한 방향으로 바뀐 걸 보니 아직은 기우였다. 다만 새롭게 선보인 의상들이 블소 초기의 그 임팩트를 다시 고스란히 전달하기엔 다소 힘이 부족해보인 만큼, 이 부분에선 좀 더 힘을 실어주면 어떨까 싶었다.



▲ 현재 블소샵에서 신석으로 판매하는 의상 3종


던전과 필드보스 중심의 '근본'
계정에 공유되는 '내실'에 TL식 BM


앞서 잠깐 언급이 되긴 했지만 BNS NEO가 피해갈 수 없는 것이 바로 BM에 대한 의문이다. 어찌 보면 블레이드&소울 유저들이야말로 엔씨소프트가 그간 야금야금 추가한 스탯 관련 BM 스노우볼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랬으니 더욱 현미경을 들이밀고 보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BNS NEO는 광고에서 말한 것처럼, 그런 패키지 없이 '금'만으로 성장한다는 그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그 옛날 초기 블소처럼 필드보스에서 정수를 얻어서 돌림판을 굴리거나, 던전을 돌면서 파밍하는 기본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BM은 다소 변화가 있었다. 별도 패키지 없이 신석 구매만 있으며, 신석으로 시즌패스나 의상, 외형 변경권 등을 구매하거나 혹은 거래소에 올라온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이다. 간단히 말해서 엔씨소프트가 작년 12월에 출시한 TL과 유사한 구조다.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현재 BM의 맹독성은 현저히 적다못해 TL 때 느꼈던 것처럼 "돈이 될까?" 싶은 수준이다. 시즌패스의 구성은 회복약, 부활 부적, 버프 부적, 긴급수리 도구 등 소모품 위주였기 때문이다. 물론 잘 훑어보면 구매를 고민하게 만들 포인트는 확실하다. 라이브 서비스와 다르게 일종의 피로도인 '홍문 가호'를 도입했기 때문에 던전 파밍을 무한히 돌 수 없는데, 그 홍문 가호 회복약이 시즌패스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수량도 다소 적게 배정해서 격차가 확 벌어지는 인플레는 나름 제한했다.

▲ 피로도 시스템인 홍문가호를 도입, 완급을 조절했다

갑작스런 피로도 도입과 이를 회복할 수단을 시즌패스로 판매하는 것이 블소 초기와는 너무도 다르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번 시도는 어찌 보면 블소 초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장치인 셈이었다. 특히나 이번 BNS NEO는 성장이 급속도로 빨라져서 그 옛날 역병굴 닥사나 풍사굴 닥사, 그림자 석굴 닥사 이런 거 없이도 하루만에 바로 만렙 찍고 염화 갈 스펙 마련이 되지 않던가.

물론 희생의 무덤은 초행이 아무 탈 없이 깨기엔 꽤나 난이도가 있는 던전이긴 하다. 그래도 이미 12년 전에 한 번 겪은 유저들이 껴있으면 어찌저찌 기억을 되짚어서 각 보스전을 2, 3트만에 어찌저찌 돌파할 수는 있었다. 게다가 6인 던전으로 바뀌었고, 무공 체계도 출시 초가 아니라 최근 트리까지 일부 갖고 와서 딜사이클 자체가 상당히 개선이 된 상태다. 좀 할 줄 아는 사람이 껴있으면 두 명 정도가 바닥에 누워도 버스가 전복되진 않는다. 그 말은 곧 콘텐츠 고갈 속도가 이전에 비해서 드라마틱하게 빨라졌다는 것이고, 자연히 이를 어떻게든 늦출 수단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콘텐츠 소모를 늦추면서 할 것을 늘리는 방향으로 엔씨소프트는 '내실'을 선택했다. 앞서 메인퀘스트만 다 깨도 만렙이 가능하다 했는데, 그래서 버려지게 될 서브퀘스트나 업적를 탐험일지로 정리, 소소하게 스펙을 배분했다. 여기에 블레이드&소울2에서 도입했던 유물 수집이나 비경 발견도 추가, 그간 슥 지나쳐왔던 구간을 다시 한 번 훑어보게끔 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던전이나 필드보스 파밍, 교환상자와 합성으로 얻는 일종의 캐릭터 카드인 '도화첩'이었다. 도화첩을 등록, 세트를 완성해서 인연을 활성화시키면 특수 효과가 붙는 이 시스템은 여타 MMORPG를 했던 유저들에겐 크게 낯설진 않을 것이다. 도화첩의 수집 효과나 진도, 수량은 계정의 같은 서버 내 캐릭터들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코어하게 하는 유저라면 본캐의 파밍을 끝내고 다캐릭을 육성하도록 유도하고, 빠르게 지나치는 저레벨 지역의 비중도 조금 높이는 효과까지 노렸다. 특히 이제 피흡하는 자수정이나 공격력 올려주던 금강석 같은 보석이 없어지고, 도화첩이 그 역할을 어느 정도 대신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챙길 수밖에 없었다.

▲ 탐험일지를 채우면 스탯을 제공, 빠르게 렙업하느라 미처 못했던 퀘스트를 하게끔 유도하고

▲ 여러 캐릭터로 던전을 돌면서 도화첩을 완성, 템 파밍이 끝나도 추가로 내실을 다지는 목표를 제시했다


BNS NEO, 이젠 믿어보고 싶다
2.0, 홍문령 같은 실책은 되풀이되지 않기를


두 캐릭터를 만렙 찍고 또 하나 더 키울까 고민할 정도로 BNS NEO를 즐겁게 했지만, 문득 흑백요리사에서 안성재 셰프가 급식대가에게 보류를 줬던 그 장면이 떠오른다. 재미있게 즐겼지만, 추억 때문에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스멀스멀 기어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리뷰어 개인의 기호와 퀄리티에 대한 평가는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마스터 오브 와인 피터 코프의 말도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BNS NEO는, 과거 누구나 인정하던 명작 그리고 시대를 앞서간다는 평가를 들었던 초창기 블소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다듬어서 내놓은 클래식 서버에 가깝다. 그런 만큼 처음에 '네오'라고 붙인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클래식한 방향을 유지하면서도 최적화나 불편한 점, 당시에 생각지도 못했던 성장 곡선 템포나 호흡 문제도 '네오'라는 말에 걸맞게 나름의 방식으로 개선한 걸 체감했다. 채팅창이나 커뮤니티에서 블소를 접하지 못한 유저들도 입소문을 듣고 알음알음 온 사례도 보았고, 주말부터는 오랜만에 대기열도 겪어볼 수 있었다.


그때 블소를 즐기지 못했던 사람이나 옛날에 블소를 즐기는 사람 모두 다 쾌적하게 즐길 수 있게 잘 다듬었고 이제 곧 수월평원도 나오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 2.0 업데이트 그리고 여러 부담을 가중시켰던 갖가지 성장 시스템 추가의 악몽들이 그만큼 빨리 찾아올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신공패, 비공패, 인장 같은 시스템도 좀 더 앞당겨온 감이 있으니 의심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

현 단계에서 BNS NEO는, 클래식이면서도 여러 가지 개선사항도 잡았으니 당장 걱정하지 않고 즐길 수 있긴 하다. 선행 출시된 중국 서버에서도 아직 섣불리 유료 아이템을 덕지덕지 붙이진 않고 있고, 국내에선 중국 서버에서 평이 좋지 않았던 시스템을 개선해서 적용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느새 스탯 관련으로 BM을 알음알음 붙이면서 부담을 늘려오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블소이지 않았나.

지금은 라이브 서비스에서도 완화되긴 했지만 한때 령, 각성 신공패, 각성 비공패, 광휘석 같이 과금이 필요한 파밍 요소들이나 내실들이 추가되면서 점차 유저들이 등을 돌려온 것이 과거 블소의 궤적이었다. 여기에 세력 균형이 안 맞아서 싸움이 안 되는 서버나 불필요한 싸움은 피하려는 유저들까지도 어떻게든 진영 간의 대립 그리고 PVP로 끌어들이기 위해 내세웠던 '지옥도' 같은 사례도 떠오른다. 엔씨소프트가 BNS NEO가 나오기 전 TL에서 뼈아픈 피드백을 받고 점차 추후 내는 게임들의 PVP 의존도를 낮춰가는 추세라지만, 그게 지난 과오를 지워주지는 못한다.

아직은 BNS NEO의 업데이트 계획이 수월평원까지만 나와있으니 그 이후를 섣불리 평가하긴 이르다. 그보다는 예상보다 괜찮게 나왔기 때문에 예견된 파국을 제발 피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할까. 라이브 서버 업데이트가 다소 지지부진한 상황이기에 더더욱 이번 BNS NEO의 어깨가 더 무겁기도 하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이 운영에 대한 불신을 덜어낼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지금의 잘 다듬어낸 모습을 향후까지 잘 이어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