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의 스크린샷 및 WEBP는 개발 중 빌드에서 녹화한 것으로, 일부 일본어가 포함되어있을 수 있습니다.

영웅전설, JRPG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시리즈다. 추억하는 시기는 나이대마다 다르겠지만, 그 단어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반응할 만큼 임팩트 있는 캐릭터와 스토리, 특유의 시스템을 선보여와던 시리즈이니 말이다. 그 시리즈 중 '궤적' 시리즈는 2004년 하늘의 궤적부터 시작해 오는 9월 26일 출시 예정인 '계의 궤적'까지 20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한 시리즈가 20년 동안 이어지는 경우가 그리 흔하지 않은 만큼, 잘 못 들어봤던 사람도 이 말만으로도 그 저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으리라.

한편으로는 과연 이번에 나올 신작을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지금 심정이 그렇다. 이번에 먼저 해볼 기회가 닿았고 지인을 통해 쭉 이야기를 듣던 작품이었으니 흥미는 갔지만, 그 오랜 세월 여러 작품을 거치면서 쌓인 볼륨은 그대로 압박으로 다가왔다. 물론 이제는 하늘의 궤적이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지만, 내년에 나오는 걸 미리 해볼 수는 없지 않던가.


그래서 그 시리즈를 잘 알던 지인에게 "이런 질문을 넣으면 알못이라는 게 티난다능, 다른 거 쓰라능" 이런 회초리를 받으며 속성으로 공부했지만, 20년의 세월은 그 짧은 시간 안에 극복하기란 어려웠다. "지금 와서 아는 척해봐야 다 들통난다능, 솔직해지라능" 이런 조언을 받기도 했던 만큼, '궤적' 시리즈를 몰랐다가 속성으로 공부한 상태에서 '계의 궤적'을 시연하고 궤적 시리즈에 대해 받았던 인상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계의 궤적'은 여의 궤적2 이후, 칼바드 공화국에서 우주 탐사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단계별로 실행에 옮기는 과정들을 초반부터 담고 있다. 첫 시작부터 MK사가 제작한 통신 관측 위성 프로메테우스4를 발사하는 장면이 나오고, 그 뒤로는 MK사의 훈련 시설에서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하고 있는 반 일행이 등장하면서 '계의 궤적'이 시작된다.


▲ 처음부터 위성 발사 장면으로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 뒤

▲ AR로 구현된 훈련장에서 새로운 전술을 테스트하고 있는 반 일행이 등장한다

이미 어느 정도 언급이 된 것처럼, '계의 궤적'은 '여의 궤적' 이후, 그리고 그 무렵에 확립된 전투 시스템을 바탕으로 짜여져 있다. 턴제하면 통상 너 한 방 나 한 방의 정직한 싸움을 초반부터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의 궤적'부터는 좀 다르다. 아군이 협력해서 추가타를 먹이거나, 스킬을 강화하거나 필드 싸움을 오가면서 실시간 액션 요소까지 더하는 것이 '여의 궤적'의 필드&커맨드 배틀의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론은 그렇게 들었지만 실제로 해본 적은 없던 만큼, 대체 어떻게 이 구조가 돌아가는지는 그제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처음에는 기본 커맨드 배틀에 대한 복기 차원에서 샤드 발동, 턴제 전투로 튜토리얼이 진행된다. 공격과 방어, 그리고 인접한 아군과 함께 공격하는 S.C.L.M 시스템까지 익히면서 적을 처치하고 나면 AR로 만들어진 훈련장 탐사를 재개하게 된다. 그러면서 필드 배틀도 개방, 이전 작부터 쌓아온 범위공격기인 '퀵 아츠'나 '차지 어택'까지 간단하게 설명하고 실습(?)한 뒤 강적들이 있는 구간에서부터 'Z.O.C'를 비롯한 새로운 시스템이 개방된다.



▲ 전작에 나왔던 필드&커맨드 배틀 시스템을 복기 차원에서 시뮬레이션 훈련으로 훑어나가게 되고


▲ 어느 정도 훈련이 진행되면 린 일행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Z.O.C'는 필드와 커맨드 배틀에 모두 있는 시스템으로, 캐릭터들이 적보다 앞서 추가로 행동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춘 시스템이다. 필드 배틀에서는 캐릭터 우측의 게이지가 다 찬 상태에서 R3를 누르면 발동, 일정 시간 동안 적은 느리게 움직이고 조작하는 캐릭터만 정상 속도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단순히 느려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플레이어 공격력과 스턴 대미지가 증가해 적을 비교적 쉽게 제압하고 우위에 가져가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커맨드 배틀에서는 샤드 부스트를 2회 발동, 풀부스트 상태가 되면 대상 캐릭터가 연속으로 행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영웅전설 시리즈를 진득히 해왔던 사람이면 이미 익숙하겠지만, 현 단계 궤적 시리즈의 그래픽은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그 옛날이 생각나는 그래픽이긴 하다. 다만 일본의 몇몇 게임들, 심지어 이름이 높은 게임사들의 RPG도 종종 이런 결과물이 나올 때가 있으니 규모가 작은 팔콤에서 이 정도로 고르게 나온다는 게 개발진이 그만큼 노력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액션 게임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턴제 기반인 게임임에도 처음 접하는 사람마저 적당적당하게 괜찮다고 느낄 만큼 갈고 닦았으니 말이다.

▲ Z.O.C로 크로스플랫폼 액션 RPG의 트렌드에 맞는 플로우가 갖춰져서인지 문외한이어도 손에 잘 익는 느낌이

여기에 Z.O.C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더욱 템포가 빨라지는 느낌이었다. 최근 카툰풍 그래픽을 더한 빠른 템포의 액션 RPG에서 불릿타임은 거의 필수적인 요소처럼 자리잡지 않던가. 그 문법을 고스란히 따른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이기적인 딜타임을 잡아서 잡몹을 빠르게 두들기고 이야기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다듬은 것이 엿보였다.

다만 발표 당시에 여의 궤적에서 이벤트전 때에만 반이 그렌델로 변신하던 것이 '각성'으로 상시화됐다고 했지만, 그 부분은 프롤로그 단계부터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초반에 반 일행, 그리고 린 일행과 궤적 시리즈의 여러 인물들이 집결한 것 자체가 MK사가 샤드의 새로운 기능을 시험하기 위해 초청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MK사 역시도 미지의 영역인 우주를 개척하려고 하는 칼바드 공화국에 힘을 빌려주고 있는 만큼, 각기 다른 입장에 있는 인물들이 MK사와 협력하면서 그 동향을 직접 확인하고자 한다는 식으로 올스타의 어셈블을 풀어나갔다.


▲ S 크래프트도 쭉쭉 쓰면서 밀고 나가다 보면

▲ 슬슬 어셈블이 시작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아울러 그들의 대사 사이사이에 전작의 주요 장면들을 컷 단위로 넣어서 그 당시의 추억을 회상하게끔 하는 한편, 다소 가물가물할 수 있는 파트나 주요 단서를 바로 파악할 수 있는 타임 리워드와 아카이브를 충실하게 갖춰서 시리즈의 클라이맥스를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대비했다. 특히 전작 여의 궤적의 경우는 시놉시스 영상을 따로 게임 아카이브에 넣어서 이야기의 핵심이 될 반과 아크라이드 해결사 사무소 일행들의 이야기만이라도 확실히 알 수 있도록 했다.

▲ 20년이나 이어진 시리즈인 만큼 처음부터 다시 훑어보기 어려우니 연표나 여러 가지도 정리하고

▲ 특히 전작 여의 궤적은 요약 영상까지 첨부했다

프롤로그만으로 꽉 채운 이번 시연에서는 '계의 궤적'의 심층적인 부분까지 파헤치기는 어려웠다. 특히 새로운 파고들기 콘텐츠이자 또다른 핵심으로 꼽은 '그림 가르텐'은 인터뷰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단면만 확인할 수 있었을 뿐, 그 플레이 방식을 직접 체험해보지는 못했다. 두 시간 시연에 프롤로그 그리고 아카이브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빌드만 공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짧게 잡아도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프롤로그는 궤적 시리즈를 몰랐던 사람에게도 "무언가 큰 걸 준비한다"라는 분위기를 확실하게 전달해주기엔 충분했다. 반 일행과 린 일행이 연합해서 S 크래프트 연발로 대미를 장식하는 훈련 마지막 전투나 올스타들이 한 곳에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시연 현장에서 올드팬을 자처하는 기자들은 하나 같이 "클라이맥스를 준비하려면 이래야지"라는 말을 했으니 말이다. 또 전형적이긴 하지만 가슴이 두근거릴 수밖에 없는 비밀결사와 음모 그리고 뒷공작의 냄새를 살짝 풍기는 마무리 대사들까지, JRPG를 해봤던 사람에겐 척 봐도 치트키 같은 것들이 초반부터 은은하게 배어있었다. 외관은 좀 낡았을지 몰라도, 20년 동안 이어진 내공이란 게 분명 있다는 게 확고히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 맨 처음에 나온 위성 발사에 이어 유인 시뮬레이션 기체 발사 소식까지 전해지고

▲ 각 진영에서 물밑으로 움직이는 장면들이 조명되면서 프롤로그가 끝난다

심지어 '계의 궤적' 이후, 25년에는 궤적 시리즈의 시작인 '하늘의 궤적'이 리메이크로 돌아올 예정이니 시기도 좋지 않은가 싶다. 마지막이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무언가 화려하게 시리즈의 마무리를 준비해나가는 단계의 작품과, 그 작품의 입소문을 듣고서 입문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작품까지 순차적으로 마련되니 말이다. 그 전환기를 시리즈의 팬이라면 26일 직접 확인하러 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