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확률형 아이템, '준도박'이 될까
이두현 기자 (Biit@inven.co.kr)
확률형 아이템을 향한 추가 규제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존 사행성 개념을 넘은 '준도박'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선 확률형 아이템 추가 규제로 △징벌적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이 추진 중이다. 간접적으론 △앱마켓 매출순위 금지 조치가 있다. 모두 여당인 국민의힘이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과 입증책임 전환에는 동의했고 앱마켓 매출순위 금지는 신중하잔 의견이다.
여기에 최근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준도박' 개념을 꺼내 들었다. 김승수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 중 컴플리트 가챠처럼 과도한 유형을 '준도박'이라 칭하며 "그런 게임들로 중독되는 청소년들, 자녀들을 보며 걱정하는 부모도 있기에, 여러 가지 고민을 해야 할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이라 비판한 사례는 2017년 국회 국정감사 때 있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아이들이 도박을 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한 초등학생은 1500만원을 엄마 카드로 사용했고, 한 여중생은 4000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라며 "'배틀그라운드'같이 좋은 게임을 만들 능력이 차고 넘치는데도 확률형 게임만 만드느라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지 않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후 손 의원은 2018년 국감에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를 증인으로 소환해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짚었다.
이번 김승수 의원의 발언은 정부가 청소년 문제와 학부모 걱정을 신경 쓰잔 취지로 읽힌다. 현재 김승수 의원은 정부에 지적한 것 외에 별도로 '준도박' 개념 신설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게임업계가 신경 써야 할 점은 분명히 있다. 일종의 경고 메시지다.
현재 '준도박'은 명확하지 않은 임시 개념이다. 아직 법적 개념은 아니지만, 도박과 유사한 중독성과 사행성을 가진 행위라고 지칭할 수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과 달리 현금이 오가지 않는다. 유저가 계속해 현금을 쓰더라도 보상은 결국 게임 아이템이다. 다만, 좋은 보상을 미끼로 계속해 결제를 유도한다.
만약 '준도박' 개념이 생겨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한다면, 게임업계는 불확실성에 놓이게 된다. '준도박' 개념 도입으로 게임 개발 및 운영에 있어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준도박'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게임 구매 및 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등재 이슈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기존 게임이용장애 찬성 측은 게임산업 전체를 타겟으로 했다. 이로 인해 게임 이용자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명확하게 반대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준도박'이라는 개념이 신설되어 확률형 아이템이 이에 들어가게 된다면, 게임이용장애 이슈의 주제가 바뀌게 된다. 전체 게임이 아닌, 일부인 확률형 아이템으로 좁혀지는 것이다. 특히, 게임이용장애를 비판하던 유저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한해서는 어떤 입장을 취할지 불분명하다. "게임은 문화다"라고 외쳐도, "확률형 아이템도 문화다"라는 구호는 상상하기 어렵다.
확률형 아이템의 '준도박'화는 기우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게임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확률 표시 의무화 때처럼 대형 게임사는 수월하게 대응해도, 중소 게임사와 인디게임 업계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게임업계가 먼저 김승수 의원이 전한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앞서서 책임을 다하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