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공개됐을 때 관심을 보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원체 좋아하는 장르인 데다가 원작인 던전앤파이터에서도 많은 유저들이 호평한 카잔과 오즈마의 서사와도 딱 맞는 그런 게임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광룡 히스마를 퇴치해 제국의 영웅으로 급부상한 둘을 시기한 황제로부터 반역의 누명을 뒤집어쓰고 몰락한 그들의 이야기를 별개의 게임으로 만든다고 하니 이거 잘만 만들면 대박이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다행스럽게도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그러한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게임쇼에서의 시연을 시작으로 테크니컬 테스트, 그리고 최근 데모에 이르기까지 매번 만날 때마다 전보다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점점 기대치를 키워줄 정도였죠. 그렇게 하릴없이 기다리던 중 출시 전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조금 더 먼저 플레이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콘텐츠가 포함된 정식 출시 버전과 거의 같은 빌드를 말이죠.
그렇게 40여 시간을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과연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출시를 기다렸을 유저들을 만족시킬 게임일지 이제부터 그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장르명: 하드코어 액션 RPG
출시일: 2025. 3. 28
리뷰판: 사전 리뷰 빌드 버전개발사: 네오플
서비스: 넥슨
플랫폼: PC, PS5, XSX|S
플레이: PC
준수한 첫인상과 완성도, 그리고 볼륨까지
장르가 취향에 맞는다면 만족할 수밖에 없다

먼저 게임의 첫인상이라고 해야겠죠. 그래픽의 경우 소위 카툰렌더링 스타일로 통칭하는 3D 셀 애니메이션 렌더링으로 호불호가 다소 갈릴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무래도 카툰렌더링 스타일이라고 하면 만화적인 과장이 심하게 들어간다든가 다소 가볍게 느껴지기 쉬운데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하면서 그런 느낌은 한 번도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채를 기반으로 함으로써 하드코어 액션 RPG라는 장르적 특징과 더불어 복수의 여정을 떠나는 카잔을 둘러싼 한껏 가라앉은 분위기를 제대로 살린 모습이죠.
캐릭터와 배경의 조화 역시 훌륭한 편입니다. 캐릭터의 경우 외곽선이 강조된 전형적인 카툰렌더링 스타일인 반면, 배경은 3D 셀 애니메이션 렌더링을 기반으로 한 반(半) 실사풍임에도 배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어떠한 이질감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시인성 역시 대체로 준수했습니다. 직전 가드로 적의 공격을 튕겨내거나 스킬을 쓸 경우 화려한 이펙트가 발동하곤 하는데 플레이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마저도 없었다면 자칫 심심해졌을지도 모를 전투에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죠. 화려하지만, 하드코어 액션 RPG답게 여러모로 정제된 느낌이었습니다.
하드코어 액션 RPG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최적화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액션 게임에서는 그래픽만큼이나 프레임도 중요합니다. 일반적인 액션 게임들도 그럴진대 공방을 주고받으며, 단 한 번의 실수가 죽음으로 이를 수도 있는 '퍼스트 버서커: 카잔' 같은 경우에는 중요하면 더 중요했지 덜하진 않으니까요. 이미 데모에서 준수한 최적화를 선보인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었지만, 그럼에도 완벽하지는 않았기에 일말의 우려가 들기도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체로 준수한 프레임을 유지했으며, 버그나 게임이 튕기는 등의 문제도 전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마저도 정식 출시 전 빌드라는 걸 고려하면 더 좋아질 가능성 역시 존재하죠. 정리하자면 사양과 최적화, 그리고 버그까지 완성도와 관련해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풀프라이스 게임인 만큼, 게임에 대한 볼륨 역시 무시할 수 없는데요. 볼륨 역시 충실한 편이었습니다. 일반 난이도 기준으로 서브 미션을 전부 다 하면서 진행했는데 엔딩까지 약 40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물론 게임 내 존재하는 모든 요소, 업적까지 싹 다 긁어먹으면서 한 건 아닙니다.


여러 개의 엔딩이 존재하며, 여기에 귀석과 항아리 정령이라고 해서 일종의 탐색 요소와 각종 수집 요소, 그리고 2회차에서 해금되는 새로운 장비 등급과 장비 세팅까지 고려하면 그 이상 즐기는 것도 가능합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어지간한 게임의 볼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번에 걸쳐서 괄목상대하게 되는 액션
정통 -> 하드코어 -> 스타일리시로의 진화

개인적으로 리뷰를 하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전투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임스컴에서의 시연을 시작으로 테크니컬 테스트, 그리고 최근 데모에 이르기까지 정식 출시 전 3차례에 걸쳐서 게임을 해봤던 만큼, 전투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볼 거 다 봤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물론 이런 제 생각은 착각에 불과했죠.
초반부 전투의 경우 어떤 면에서는 정통 소울라이크에 가깝습니다. 다만 좀 더 속도감이 느껴지는 편이라고 해야 할까요. 가드와 직전 가드(패링), 회피, 그리고 카운터 어택에 이르기까지 적의 패턴을 파악하고 패턴에 맞게, 타이밍을 맞춰서 대응하는 동시에 빈틈을 노려서 공격하는 식이죠. 당연히 이 모든 행동에 기력이 드는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퍼스트 버서커: 카잔'만의 차별점은 있습니다. 차지 공격과 강공격의 경우 적의 경직치를 크게 누적시키는데 타이밍만 잘 노린다면 빠른 공격을 하면서 치고 빠지는 것보다도 더욱 수월하게 보스를 공략할 수도 있습니다. 위치를 잡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면 공격보다는 옆이나 후면 공격이 경직치를 쉽게 쌓는 만큼, 보스의 패턴을 꿰고 있다면 이런 식으로 빈틈을 노리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다소 정직하게 공방을 주고받는 건 장비 세팅은커녕 스킬이 거의 해금되지 않은 초반부에 국한됩니다. 세트 장비가 모이고 스킬이 해금되면서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전투 스타일은 한 단계 더 도약합니다. 소울라이크에서 하드코어 액션 RPG로 말이죠.

하드코어 액션 RPG로서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가장 큰 특징은 스킬을 쓰는데 거침이 없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다른 게임에서는 스킬을 쓰기 위해선 마나라든지 전용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자원의 경우 체력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은 자동으로 채워지거나 하지 않죠.
즉, 스킬을 쓰는데 일종의 횟수 제한이 달린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다릅니다. 투기라고 해서 전용 자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같지만, 마나 포션 등에 의존하지 않고도 전투 중 언제든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스킬의 쓰임새와 활용처 역시 다른 게임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보스가 그로기 상태일 때 스킬을 쓰는 건 당연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잘만 쓰면 공략에 큰 힘이 됩니다. 다소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체력과 기력을 큰 폭으로 깎을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보스에게 경직을 줄 수도 있습니다. 평타 콤보와 더불어서 잘만 쓴다면 한방에 보스의 체력을 10% 이상이나 깎는 게 가능할 정도죠.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스스로를 하드코어 액션 RPG라고 표방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본적인 전투의 형태가 달라지는 그런 건 아닙니다. 스킬의 경우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력한 만큼, 모션 역시 화려하고 큼직하기에 보스의 공격에 취약한 건데요. 무턱대고 썼다간 보스를 몰아붙이기는커녕 오히려 제대로 때리지도 못하고 귀검으로 사출될 수도 있습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잘 보고 피하면서 싸워야 한다는 건 여전한 셈이죠.
지난 데모에서의 경험, 그리고 이번 리뷰를 하면서 사실 딱 여기까지가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보여줄 액션의 전부일 거로만 생각했습니다. 공방을 주고받는 하드코어 액션 RPG로서 이 이상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긴 어려울 것이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중반부를 넘어서고 후반부에 진입하면서 스탯이 크게 상승해 기력이 어느 정도 여유로워지고 쓸 수 있는 스킬들이 점점 더 많이 해금되자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액션 역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드코어 액션 RPG에서 '스타일리시'가 추가된 겁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쓸 수 있는 스킬들이 늘어나고 빠른 공격과 강공격 등에 연계되는 모션이 추가됨으로써 기존의 방식과는 액션의 결이 사뭇 달라진 건데요. 투기에 대한 부담도 없겠다, 스킬과 잘만 조합하면 한번 처치하면 부활하지 않는, 미니 보스에 해당하는 엘리트 몬스터를 상대로도 일방적인 학살이 가능해집니다.
엘리트 몬스터를 상대로도 이럴진대 다른 강적이나 다수의 적을 상대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엘리트 몬스터나 잡몹들에게만 통하는 것도 아닙니다. 보스전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하죠. 보스의 패턴을 파악해야 한다는 기조는 여전하지만, 더욱 빠르게 체력과 기력을 깎을 수 있습니다.

장비 파밍 요소는 어때?
확실한 세트 효과, 독특한 빌드 만들기는 어려워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장비 시스템은 디아블로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방어구의 경우 경갑, 중갑, 판금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무작위 특성'과 세트 장비에 붙는 '세트 특성'이라는 옵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작위라는 문구와 더불어 디아블로식이라고 표현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장비마다 붙는 특성은 저마다 다릅니다. 똑같은 장비라고 해도 어떤 장비에는 공격력이나 피해 배율 증가 등 공격 위주의 특성이 붙는가 하면 어떤 장비에는 최대 체력이나 방어력, 최대 기력 등 방어 위주의 특성이 붙을 수도 있습니다. 즉, 자신이 원하는 장비를 파밍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거죠.

물론 이러한 장비 파밍 요소를 모두가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원하는 장비가 나올 때까지 반복 파밍을 해야 하기에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이기도 하죠. '퍼스트 버서커: 카잔' 역시 이런 부분을 의식한 것 같습니다. 특성 변환 시스템을 넣음으로써 일일이 장비 파밍을 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에 맞게 좀 더 날카롭게 다듬거나 혹은 방어구가 가진 태생적인 단점을 메꾸는 것도 가능합니다. 경갑과 판금이 대표적이죠. 경갑은 가벼워서 기력 회복 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그 대신 방어력이 낮은 편이고 중갑은 반대로 무거워서 기력 회복 속도가 느린 편이지만, 방어력이 높습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명확하다고 할 수 있죠. 이러한 장단점을 특성 전환을 통해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해진 규칙 같은 건 없습니다. 실력에 자신이 있다면 대검 위주에 기력 회복 속도나 방어력 같은 게 아닌 공격력 등의 특성을 붙임으로써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여기에도 한 가지 아쉬움은 존재합니다. 특성 자체로는 극적인 상승폭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드코어 액션 RPG로서의 특징을 유지하고자 한 부분인지 어느 정도 체감은 되지만, 앞서 말한 체력과 방어력 위주로 세팅한 상태라고 해서 보스의 패턴을 무지성으로 무시할 수 있다는 건 아니라는 거죠.
대체로 만족스러운 특성과 특성 전환이었지만, 아쉬움이 없던 건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아쉬움을 꼽으라고 한다면 새로운 빌드를 만드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방어력과 최대 체력을 높이는 식으로 특성을 세팅해도 보스의 공격은 여전히 아픕니다.

근본적인 부분에서 보스의 공격을 다 허용하면서 잡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그저 몇 대 더 버티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속성에 대한 것도 있습니다. 무기에 화속성이나 뇌속성 등을 짧은 시간 부여할 수 있다 보니 영구적인 속성 세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런 특성은 존재하지 않아서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하드코어 액션 RPG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하다 보니 변화의 폭 역시 제한된 느낌이었죠.
한편, 특성이 너무 많은 것 역시 어느 정도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공격력 특성의 경우 단순히 공격력이 증가하는 것부터 빈사, 건강(체력 100%), 냉정(기력 50% 이상), 열혈(기력 50% 이하) 상태별로 공격력이 증가하는 것까지 너무 다양했습니다. 다양한 만큼, 다채롭게 세팅할 수 있다는 건 나름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극적인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특성들이 게임에 깊이를 더해주는 요소라는 건 부정하지 않겠지만, 미미한 차이에 불과했기에 소위 말하는 빌드를 깎는 정도의 수고를 들일 필요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일부 특성을 통합하고 수치의 상하 폭을 크게 키웠다면 빌드를 짜는 재미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극적인 변화에 대한 아쉬움은 세트 장비를 통해 어느 정도는 풀어낸 모습입니다. 세트 장비, 그중에서도 보스를 처치하고 얻은 재료로 만드는 보스 세트의 세트 특성은 강력합니다. 무작위 특성에 붙는 피해 증가가 3~4% 정도라면 세트 장비에 붙는 피해 증가는 10~15%나 될 정도입니다.
5세트 이상의 세트 특성은 더욱 강력하죠. 직전 가드나 직전 회피 시 무기에 화속성이나 뇌속성을 부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스킬의 대미지를 크게 증가시켜준다거나 모든 세트를 모았을 경우에는 전용 스킬이 해금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풀 세트일 경우 해금되는 이 스킬들이 엄청 강력합니다. 앞서 언급한 스타일리시 액션이 도달한 액션의 고점에서 0.5단계 더 점프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죠.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강력한 만큼, 보스 세트를 맞추는 데는 나름의 공을 들여야 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보스 세트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전용 재료를 파밍하는 부분입니다. 보스를 잡는다고 해서 무조건 나오는 것도 아니기에 전 세트를 맞추기 위해선 반복적으로 보스를 잡아야 합니다.
어느 정도 레벨을 올린 상태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악착같이 싸워서 간신히 잡은 보스의 장비를 맞추고자 다시 보스를 잡아야 한다는 건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저 역시 1시간 넘게 도전해서 간신히 잡은 보스의 장비를 맞추겠다고 또 잡아야 한다는 사실에 일단 포기했을 정도니까요.

그나마 게임을 진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반가운 얼굴 단진에게 사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 역시 살 수 있는 물량에 제한이 있을뿐더러 보스를 잡는다고 해서 재료가 추가되는 것도 아니란 문제가 있습니다. 보스 재료를 추가하기 위해선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숨어있는 항아리 정령들을 찾아야 합니다. 문제는 이 항아리 정령을 찾기가 여간 귀찮은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유일한 힌트라고는 항아리 정령이 숨은 항아리 근처에서는 방울 소리가 들린다는 건데 이게 그 소리라는 건 의식하기 전까지는 BGM에 묻히기 일쑤라는 소소한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후반부에 가서야 '아, 이게 힌트였구나'하고 알았을 정도였죠.
보스 세트를 어떻게든 다 맞춘다고 해도 끝난 게 아닙니다. 장비 등급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높은 등급일수록 붙는 무작위 특성 역시 더 늘어나는 만큼, 레벨이 오르면 낮은 등급의 장비는 보스 세트 장비라고 해도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 만들어야 하는 거죠. 그나마 초반부 보스의 경우 어느 정도 성장한 상태에서는 크게 어려울 것도 없으니 조금 번거로운 정도에 불과했지만, 후반부 보스는 여전히 실수하면 죽을 수도 있는 난이도를 유지했던 만큼, 이 부분에서 다소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나마 팬텀을 통해 플레이 스타일을 좀 더 날카롭게 다듬는 건 가능했습니다. 물론 이마저도 어느 정도 정해진 형태를 벗어나진 못했지만요. 서브 미션 등을 통해 해금할 수 있는 팬텀은 총 8종류로 기력 회복 속도를 늘려준다든가 가드 기력 피해 감소, 회피 기력 소비 감소, 원거리 공격 피해 증가 등 다양합니다. 장비 특성과 비교해도 꽤 큰 폭의 성능 향상을 보여주는 만큼, 플레이 스타일에 맞춰서 팬텀을 고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비록 적중의 아틀란테가 지닌 원거리 공격 피해 증가 효과 같은 건 일부 적을 상대할 때 빼고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었지만요.
던파를 몰라도 상관없다
직관적인 스토리는 합격, 단조로운 스토리텔링은 아쉬워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카잔과 오즈마의 서사는 원작인 던전앤파이터에서도 호평이 이어진 바 있습니다. 복수극이라는 진중한 설정, 짜임새 있는 서사, 그리고 귀검사의 근원이라는 것까지 매력적인 요소들로 똘똘 뭉쳤다고 할 수 있죠.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기대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원작의, 그것도 복수극이라는 진중한 서사를 과연 '퍼스트 버서커: 카잔'에서는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했던 거죠.
일단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원작을 즐기지 않은 입장임에도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어떠한 어려움도 없었습니다. 배신당한 한 남자의 복수극이라는 설정부터 블레이드 팬텀과의 관계, 점점 확장되는 세계관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직관적이어서 무난하고 괜찮은 편이라고 여겨졌습니다.

다만, 완벽하다고 하기엔 아쉬운 점 역시 있었습니다. 가장 큰 아쉬움을 꼽자면 복수의 여정 자체가 영 밋밋하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카잔부터가 그렇습니다. 한때의 대장군, 그리고 지금은 반역의 누명을 뒤집어쓴 상황에서 복수의 여정을 올랐음에도 카잔의 행보는 지극히 냉정합니다. 아니 따뜻할 정도입니다. 무조건 미쳐 날뛰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고결하기까지 한 모습을 보노라면 이게 정말 피로 점철된 복수의 여정을 떠나는 캐릭터가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전형적인 착한 주인공의 모습으로 다소 평면적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카잔의 조력자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들의 관계와 그들의 캐릭터성을 보여주는 대사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캐릭터들이 카잔에게 뭔가를 부탁하면 카잔이 그 부탁을 들어주는 게 전부이며, 그마저도 대부분 단순해서 딱히 몰입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퀘스트를 주는구나 싶을 정도였죠. 여기에 더해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소비하는 캐릭터나 퀘스트가 너무 많은 것도 다소 아쉬웠습니다. 너도나도 로미오와 줄리엣이니 비극이 희석될뿐더러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기도 전에 최후를 맞이하니 딱히 슬프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원체 무거운 서사인 만큼, 더 무겁게 더 진중하게 그리고 더욱 잔혹하게 묘사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던파 유니버스의 미래는 밝다
완벽하진 않지만, 재미는 확실하다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재미없는 게임이라는 건 아닙니다. 일단 무엇보다 게임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할 수 있는 전투와 액션의 경우 두말할 것 없이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했기 때문입니다. 일부 단점들 역시 마찬가지로 게임의 근간을 흔들 정도는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아쉬움에 불과하죠. 그만큼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뼈대는 탄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완벽한 게임은 아니지만, 재미 하나만큼은 확실한 그런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0시간 내내 즐거운 마음으로 플레이했고 엔딩에 이르러선 묘한 여운이 남을 정도였으니 말이죠.
던전앤파이터 IP를 기반으로 한 던파 유니버스 확장의 선봉장을 책임진 '퍼스트 버서커: 카잔'입니다. 프로젝트 오버킬과 던전앤파이터: 아라드가 그 뒤를 이을 예정인데요. 그 두 게임의 성패에 대해서는 알 수 없겠지만,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보노라면 던파 유니버스의 미래 역시 일단은 밝을 것 같습니다.
어느 원툴 게임 회사와는 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