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다고 할 만한 게 쿠키런 며칠 하다 접은 거, 마작 패 맞추는 유료 상하이 게임 몇 주 해본 거 빼고는 모바일 게임도 손 대지 않을 정도기 때문이다. 그나마 게임 해본 기억을 더 예전(이라고 쓰고 옛날옛적)으로 돌리면 그나마 최근이 '심즈3', 잡지 번들로 나왔던 '마이트 앤 매직7', 인생 게임은 레이싱 게임 '이그니션'까지 올라가버린다. '이그니션'이 1997년 나온 게임에, 출시될 때쯤 했으니 사실상 게임 경력이란 게 거의 없는 수준이다.
그런 동생이 물어본 게임이 바로 '인조이'다. 뷰티, 여행, 음악으로 가득한 동생 유튜브 알고리즘을 뚫은 게 그 관심의 시작이었다. 저 탄탄한 알고리즘을 뚫은 게임이라니, 어찌 보면 참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또 그만큼 넓은 유저를 공략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출시를 앞두고 적극적인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통한 것이려나.

'플래닛 코스터2' 역시 알고리즘을 뚫은 몇 안 되는 게임이었는데, 하고는 싶지만 '롤러코스터 타이쿤1'을 하다 포기한 경험 때문에 보는 걸로 만족하겠다더라. 그나마 '심즈'와 유사한 '인조이'가 해봄직 했나보다. 자기도 게임할 수 있냐고 물어볼 정도면 말이다.
"내 노트북에서도 인조이 할 수 있어?"
자, 여기까지면 이제 곧 출시를 앞둔 '인조이'의 기대감을 전하는 기사가 될 수도 있다. 출시 앞둔 국내 게임을 띄워주려는 '자작썰' 정도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잔혹한 법이다. 동생이 깔아달라며 꺼낸 건 외장 그래픽 카드조차 없는 노트북이었다.
'언제 나와?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질문에 출시일밖에 대답해 줄 수가 없었다. 2022년 꽤 비싸게 주고 산 동생의 노트북은 비싼 값을 하는, 준수한 사무용 노트북이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기에는 부족했다. 사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소위 '삘'이 꽂혔을 때마다 한다는 '심즈3' 정도야 충분히 돌릴 수 있었지. 문제는 그 다음 게임이 '인조이'라는 거다.
그래. 저렇게 물어볼 정도인데, 오빠로서 고민하는 척은 해줄 수 있지 않나. 일단 사양표부터 다시 봐보자. 어디보자....

Minimum, Medium, Recommended, High 네 개의 시스템 기준이 있는데 다른 거 볼 필요 없이 최저 사양으로 향했다. i5 10400에 RTX 2060.
응, 노트북에서 될 리가 없어-.
이 기쁜 소식을 전하니 이번에는 조립 컴퓨터까지 한 번 알아봐 달라고 했다. '어차피 게임 하지도 않는데 돈낭비야'라고 말은 했지만 소위 이때 쯤 '기사각'이 문득 잡혔다. 툴툴거리는 척하며 견적을 맞추기 시작했다(이 내용은 동생이 안 봤으면). 기왕 맞추는 거 권장 사양 정도는 맞추자는 합의를 보고 부품을 하나하나 채워넣었다.
그렇게 권장 사양에 맞춰 제일 위에 나온 부품을 대충 넣었다. 국내 가격이 너무 높은 건 해외 직구도 고민하고, 부품마다 조합이나 적절한 가격도 자주 바뀌니 일단 큰 가격을 잡고 여기서 2,30만 원 정도 깎아나가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대충 맞춘 가격은 197.9만 원. 야, 야, 사? 말어? 할래 말래? 할래말래를 시전해도 동생이 답이 없다. 몇 년을 봐왔는데. 이정도면 살 생각이 없다는 건 당연히 눈치 챘다.
자, 그럼 중간은 보지도 않고 아예 최소로 맞춰 줄게. 이제 구할 수 없는 거 빼고. 후속 모델 나온 게 더 싼거면 넣고.
자 108만 원이야. 이 정도는 살 수 있지?

'ㅇㅋ' 두 글자 대신 게임 하나 하려는 데 이 돈 주고 살까라는 고민이 돌아왔다. 지금 잘 되는 노트북도 거의 안 쓰는데, 100만 원이나 갑자기 주고 맞춘다고 게임을 많이 할까라는 고민이었다. 100만 원이면 요즘 최신 그래픽 카드 0.5개 값인데. '매달 사는 옷만 줄여도 몇 달이면 100만 원 아낄 수 있을 것도 같다는 말'은 해선 안 된다는 걸 알고 있기에 조용히 견적 창을 닫았다.
그렇게 동생에게는 '스타듀 밸리'를 해보라며 스팀을 깔아줬다. 동생은 '인조이'는 유튜브로 보겠다며 방으로 돌아갔다.
누가 '심즈'를 플레이하나
단순히 '인조이의 사양은 과도하게 높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오히려 오랜 '심즈' 게이머로서 '인조이'가 출시 전 보여준 모습은 충분히 높은 사양을 요구할 만하다는 생각이 줄곧 있었다.
공개된 공식 사양이 근래 최적화로 문제가 불거진 게임들보다도 더 높은 사양인 건 분명하다. '인조이'가 추구하는 게임의 월드 크기도 그렇고, 언리얼 엔진5로 구현된 캐릭터 디테일도 분명 이쪽 장르의 대표 격인 '심즈4'와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의 수준 높은 연출력을 가지고 있다. 나아가 '심즈4'가 출시된 지도 10년이 지났는데 이런 그래픽 발전이 없어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일견 있다.
그런데 이게 '꾸준히 최신작의 권장 ~ 상급 옵션으로 PC를 업그레이드하고, 콘솔은 출시에 맞춰서 사는 나름 하드코어 게이머의 시각은 아니었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피어오르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아직도 노트북으로 예전 게임을 돌리는 팬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단지 서로 모르고 있을 뿐
'목장이야기(하베스트 문)' 갈래에서 나온 라이프 시뮬레이션이 '스타듀 밸리' 등 운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많은 게임이 출시됐다. 반대로 삶 자체를 충실하게 담아낸 라이프 시뮬레이션에는 3D 게임인 '심즈' 시리즈에 대적할 게임이 없었다.
독보적인 '심즈' 시리즈는 2000년 첫 작품 출시 이후 25년 동안 4개의 넘버링 시리즈만이 나와있을 뿐이다. 최신작인 '심즈4'는 앞서 말한 대로 출시 10년이 넘었고, 확장팩이나 아이템 팩 등으로 그 수명을 이어가고 있다. 정체되어 있는 '심즈4'에 도전장을 낸 프로젝트도 있었지만, 대부분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라이프 바이 유' 같은 '심즈' 개발진의 외부 개발작은 출시 전에 프로젝트가 접혔다. 맥시스에서도 신작 개발을 준비 중이지만, 마땅히 공개할 만한 게 없다.
그렇기에 '심즈' 팬들이 '인조이'에 거는 기대는 크다. 크래프톤 역시 '심즈' 인플루언서를 '인조이' 마케팅의 핵심 창구로 삼아 게임을 홍보했다. EA에서도 자사 게임의 크리에이터에게 접근하는 '인조이'를 시장 경쟁작으로 보고 크래프톤의 이런 행보를 줄곧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심즈가 되길 원하는 인조이와 그렇지 않은 것 같은 인조이
이러한 게임의 방향, 마케팅 방향에서 알 수 있듯 '인조이'의 주요 타깃층은 '심즈' 플레이어다.
게임을 즐기는 데 남녀의 구분은 없지만, '심즈'의 경우 유독 여성 플레이어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성별과 연령 분포는 알려진 바 없지만, 2021년 공개 구인 당시 맥시스는 '심즈4'의 플레이어 60%가 18세~24세 여성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들은 매우 충성도 높은 시뮬레이션 장르 팬으로 타 게임에 대한 플레이 비중이 매우 낮은 부류다. 즉, '심즈'만을 플레이한 부류가 많다는 의미다.

조사 업체 슈퍼 데이터의 2023 게임인구통계 데이터를 보면 하드 코어 게이머로 분류되는 플레이어 중 여성은 36%다. 전체 여성 게이머 비중이 전체의 46%임을 감안하면 적은 편이다.
이러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비교적 복잡도가 낮은 게임의 여성 선호도라는 측면과 함께 남성을 주요 타깃으로 한 마케팅 경향, 게이밍 기기 등의 보급 등으로 인한 게임 접근성 기회를 이유로 꼽곤 한다. 게임 접근성. 즉, 비교적 요구 사양이 낮은 게임의 기기를 즐기는 만큼 충분한 고사양의 코어 게임을 즐길 기기가 마련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결국 '심즈4'의 플레이어는 지금까지 '심즈4'가 구동될 수 있는 오래된 성능의 기기를 갖추고 있고,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 하드코어 게이머와 거리가 있는 플레이어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미기도 하다.
인조이는 어떤 게임이 되고 싶은 것일까
'인조이'는 어떨까?
분명하게 홍보는 '심즈' 팬덤을 공략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면 수준 높은 그래픽과 연출, 세계 구현에 집중해 높은 사양을 요구하면서 게임적 접근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인게임에서는 시뮬레이션 요소를 보다 강조하며 축약보다는 디테일한 연출로 코어 게이머 취향에 맞는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분명한 기대작이지만, 조금씩 엇박자가 나고 있는 모양새다. 나아가 '인조이'의 상대는 단순히 '심즈'가 아니다. 영상 플랫폼 역시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 게임 플레이 영상은 게임에 대한 관심을 불러오는 유입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은 유튜브로 보겠다는 동생의 말처럼, 사양이 높아 게임 플레이는 포기하고, 영상 만으로 대리체험하는 데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같은 영상 플랫폼으로 2차적 인기 확산을 가져오려면 하드웨어 부담을 넘어설 매력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대상이 '심즈' 시리즈 팬이라면, 일반적인 하드코어 게이머의 관점보다 훨씬 높은 요구치가 있어야 하고 말이다.
비교적 콘텐츠가 적을 수밖에 없는 얼리 액세스를 선택한 '인조이'는 '심즈' 팬들이 컴퓨터까지 바꾸고 싶을 정도의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을까? 아니면 '심즈' 플레이어보다는 비교적 높은 사양의 PC를 보유한 코어 게이머, 혹은 선별된 '심즈' 스트리머의 목소리를 듣고 변경하는 방향을 바라는 걸까?

'인조이'는 스팀 인기 리스 최상위권에 자리한, 관심이 이미 증명된 타이틀이다. 여전히 '배틀그라운드'의 매출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크래프톤이지만,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인조이'의 높은 관심은 분명 반길 일이다.
하지만 이게 관심으로 끝나서는 안될 일이다. 장르, 구현력, 퀄리티, 마케팅, 타깃팅, 모두 조금씩 방향이 달라 보이는 '인조이'의 각 부문이 바라보는 곳도 하나를 향해야 할 것이다. 그저 보기 좋은 게임에 멈추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걍 게임이 존나 재밌으면 사양은 큰 장벽이 안됨
결국 관건은 최적화가 아닐까 싶음.
10400에 2060으로 말 그대로 최저옵션에서 실행만 가능한지,
그게 아니라 최저옵션에서 타협을 통해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서
평가가 갈리지 않을까 싶음.
솔직히 HIGH까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음 ㅋㅋㅋㅋ
사양이 진입장벽일순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