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가 20주년을 맞이했다. 강산이 두 번 변할 정도로 너무나 길고, 또 놀라운 시간이다. 마비노기는 그 긴 시간 꾸준히 서비스를 이어왔고, 밀레시안들과 함께 했고, 그들의 추억이 되었고 또 인생이 되었다.

그리고 20살 마비노기는 이제 그다음을 바라보고 있다. 밀레시안도, 개발진도, 마비노기를 사랑하는 모두의 염원이었던 언리얼 엔진으로의 교체, 영속적인 서비스를 향한다는 목표를 나타내는 ‘마비노기 이터니티' 프로젝트다. 그렇다고 엔진 교체에 모든 것을 쏟은 건 아니다. 긴 시간이 걸리는 작업인 만큼, 개발진은 이터니티 프로젝트와 동시에 다양한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편의성도 개선하는 등 라이브 서비스에도 힘쓰고 있다.

'마비노기'라는 깃발 아래 이 모든 것들을 지휘하고 있는 건 민경훈 디렉터다. 라이브 서비스 업데이트도, 엔진을 교체하는 이터니티도 모두 마비노기라는 게임을 꾸준히 이끌어가고 싶은 민 디렉터 및 개발진의 의지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 밀레시안 만큼이나 개발진도 마비노기를 아끼고 사랑한다. 23년도 판타지 파티에서 엔진 교체를 발표한 뒤, 밀레시안들의 환호에 울컥한 것 역시 민 디렉터가 그만큼 마비노기에 진심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 인터뷰 후 2년 만에 다시 만난 민 디렉터는 여전히 겸손했다. 그동안 해온 업데이트 중 온전히 만족하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며, 인터뷰 내내 스스로 아직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많은 밀레시안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는 목표는 분명했다.

▲ 마비노기 민경훈 디렉터


20살을 맞은 마비노기, 지금까지의 이야기
Q. 마비노기가 20주년을 맞았다. 엄청나게 긴 시간인데, 디렉터로서 소감이 궁금하다.

= 저 역시 마비노기 유저 중 한 명이다. 20년이 지났다니 감회가 정말 새롭다. 20주년이라는 게 정말 상징적이지 않나. 운 좋게 20주년에 디렉터로서 몸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다. 상투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달리 표현할 말이 없더라. 정말 오랜 시간, 많은 사랑을 준 밀레시안 덕분에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었다.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Q. 2021년부터 디렉터직을 맡았다. 스스로 지금까지의 과정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혹시 몇 점 정도를 줄 수 있을까.

= 디렉터를 맡으면서 꼭 하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다. 한 명의 마비노기 유저로서, 그리고 팀에 오래 몸담고 있으면서 마비노기가 서비스를 이어가고 성장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된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때 생각했던 것들은 대부분 적용한 것 같다. 하지만 밀레시안들이 만족스러울만한 수준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닌 듯하다. 그래서 저 스스로에게는 점수를 굉장히 낮게 줄 것 같다.

그래도 일단 하고 싶었던 것들, 필요하다 싶었던 것들은 다 했다. 다만 디테일한 부분을 챙기는 건 못했다고 생각한다. 기존에는 편의성 개편, 기존 것들을 단단하게 만드는 영역을 살폈다면, 이제는 엔드급에 있는 밀레시안들이 더 성장하면서 즐길 수 있을만한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다. 라이브 방송에서도 발표를 한 번 했었다. 그 방향으로 마비노기를 꾸려나갈 생각이니, 앞으로 좀 더 기대해달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Q. 라이브 방송 이야기가 나온 김에 궁금하다. 2년 전, 앞으로 꾸준히 소통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 약속이 어느 정도 지켜진 것 같나.

= 나름은 지켰다고 생각한다. 라이브 방송도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슈가 생겼을 때 만족스러울 만한 답변을 하지는 못한 것 같아서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글을 비롯해 소통에는 여러 장치가 있을 것 같은데, 너무 방송에만 기대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조금 든다. 그래서 앞으로 좀 더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늘려나가고 싶다.

다양한 유저 의견이 있지 않나. 그런 만큼 더 밀접하게 이야기를 듣고, 그걸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어 나가야 된다고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소통이 중요하다. 요새 온라인 게임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마비노기도 당연히 그 흐름에 맞춰 이용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최근 판타지 파티 날 PC방을 찾아가서 밀레시안과 만난 경험도 특별했다. 밀레시안과 1:1로 대화할 기회가 많지 않다. 판타지 파티에서 인사를 하더라도 1:1로 대화를 나눌 환경은 아니지 않나. 이번 이벤트로 좀 더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Q. 20주년 판타지 파티가 진행된 날, 비가 왔었다. 정말 많이 준비했을 텐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서 아쉽지 않았나. 그리고 20주년 판타지 파티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 원래 의도는 야외라 덥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가족 단위나 친구들, 지인끼리 피크닉을 온 듯 즐기다 갈 수 있는 축제의 장이었다. 그런데 6월 내내 괜찮다가, 일주일 전부터 주말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전날 행사 준비를 하면서 일기 예보를 정말 5분마다 새로고침 했는데, 오전에만 잠깐 비가 온다고 되어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오전 잠깐 비가 오면 시원할 테니, 햇볕만 쨍쨍 내리쬐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행복회로를 돌리면서 준비를 했었다.

그런데 다음 날 오전부터 비가 계속 오더라. 그래도 비가 올 것을 대비해서 우비나 이런 것들을 준비했는데, 예상한 것 이상으로 비가 많이 왔다. 원래는 피크닉 분위기에서 제가 돌아다니며 미니게임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날씨 때문에 고생하는 밀레시안들에게 너무 죄송스럽고, 감사한 마음이라 동민님과 함께 인사를 드렸다. 이렇게 미니게임 외에도 중간중간 세부적인 것들이 변경된 게 좀 있었다.

정말 밀레시안들이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비가 와서 습기가 가득한 상황에서 다닥다닥 붙어서 줄도 서야 했고, 굿즈를 구매하던 과정에서 미흡했던 부분도 있고,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 죄송스럽다. 그럼에도 저희가 인사를 드릴 때,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고 밝게 말해주는 밀레시안이 굉장히 많았다. 너무나 감사한 기억이다. 다음번에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판타지 파티나 행사 등을 좀 더 잘 준비하려고 한다.


▲ 비가 왔지만 많은 밀레시안들이 찾았던 20주년 판타지 파티


여름 업데이트, 그리고 아쉬운 점
Q. 점성술사 업데이트가 진행됐다. 하지만 유저 반응은 호불호가 좀 있는 것 같다. 누군가는 정말 재미있다고 하고, 누군가는 너무 복잡하다는 의견도 있더라. 어떻게 생각하나.

= 마비노기 이용자들의 플레이 형태가 굉장히 다양하다. 그러다 보니 전투 콘텐츠를 만들더라도 좋아하는 밀레시안은 굉장히 즐겁게 플레이하지만, 그 외 밀레시안은 큰 관심이 없다. 반대로 비전투 콘텐츠의 경우 전투 콘텐츠를 주로 하는 밀레시안들이 아쉬워한다.

마비노기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는 이렇게 넓은 폭의 이용자를 만족시킬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판단 하에 고민하며 콘텐츠 제작을 하고 있지만, 넓은 범위의 밀레시안을 포괄하는 콘텐츠를 항상 만들 수는 없다.

그럼에도 20주년이니까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점성술사라고 봤다. 다만 점성술사 역시 마찬가지다. 유저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성향이 맞지 않는 밀레시안도 만족할 수 있는 만한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앞으로 꾸준히 점성술사뿐 아니라 다른 콘텐츠에서도 밀레시안의 만족도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Q. 여름 이벤트 및 다양한 업데이트도 함께 진행됐는데, 이에 대해서는 만족하는지 궁금하다.

= 사실 지금까지 디렉터 직을 맡고 3년 동안 업데이트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만족했던 콘텐츠는 없는 것 같다. 물론 열심히 노력한 건 맞지만, 업데이트 후에는 항상 아쉬운 부분이 발견된다. 개발팀에서 내부적으로 정량 평가는 하지만, 만족이라는 시점에서는 조금 아쉽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아쉬움이 꾸준히 잘 해나가기 위한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Q. 스스로 만족한 업데이트가 하나도 없다는 건 놀랍다. 최근 판타지 파티도, 오케스트라도 민 디렉터를 향한 환호가 엄청났는데, 그만큼 유저들이 행보에 만족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 저도 정말 깜짝 놀랐었다. 그렇게 환영해주실 줄은 몰랐다. 물론 만족하는 분들이 분명히 있다. 판타지 파티도 그렇고, 오케스트라도 그렇고 현장에 직접 오는 분들, 응원해 주는 분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스스로 채찍질을 해야 한다. 마비노기에는 굉장히 많은 밀레시안이 있고, 그만큼 플레이 형태도 다양하다. 그러다 보니 항상 만족할 수는 없다. 많은 비중의 밀레시안이 만족을 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밀레시안까지 챙기는 것이 저희 마비노기 팀의 역할인 것 같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만족을 경계하는 편이다.

▲ 오케스트라 때 깜짝 등장한 민경훈 디렉터

Q. 점성술사에 대한 설명이 인상 깊었다. '별에서 온 자'라는 밀레시안에 대한 헌정 재능, 이런 기획은 어떻게 하게 된 것인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싶다.

= 고민이 정말 많았다. 작년부터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20주년이기도 하고, 20주년에는 밀레시안들이 폭넓게 좋아할 수 있을 만한 그런 콘텐츠가 무엇일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래도 추가 성장을 하면 추가 성장과 함께 걸맞은 플레이그라운드 등이 필요하지 않나. 그래서 그 전에 먼저 좀 더 폭넓게 플레이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해 고민했다.

최대한 다양한 취향을 저격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했고, 그러기에는 신규 재능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과정에서 밀레시안이라는 상징성,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별에서 온 자들, 그들을 표현하기에는 뭔가 무한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여기서 콘셉을 잡아 점성술사를 기획하게 됐다.


Q. 한편으로는 20주년이라 기념적인 업데이트를 기대했던 유저들이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중 랜스 아르카나가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미뤄지다 보니 불만이 조금 나오기도 했는데,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

= 아르카나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지금은 스펙업보다는 다양한 것들을 해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그걸 통해서 추가로 스펙업을 하고, 스펙업된 캐릭터를 시험할 수 있는 시험의 장을 만드는 순서가 필요하다 판단했다.

이 설명이 부족했기에 아쉬워하는 밀레시안이 많았던 것 같다. 저희 역시 공감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다. 다만 지금은 스펙업 전에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교두보가 필요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Q. 22년도 여름 인터뷰를 했을 때, 신규 및 복귀 유저가 정말 많이 찾아왔다고 했었다. 매년 여름 업데이트는 아무래도 유저들이 새롭게 진입하기 좋은 기회인데, 그렇게 들어온 유저들이 혹시 지금까지도 잘 버티고 있는지 궁금하다.

= 저희가 체크하는 리텐션 지표가 있는데,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확인하고 트래킹을 해 보면, 21년도와 22년도에 마비노기를 시작한 이용자 중 아직 남아 있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커뮤니티에도 ‘언제부터 시작한 유저인데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 이런 말이 간혹가다 올라오는데, 뿌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다만 당연히 남아 있는 유저보다, 훨씬 많은 수가 이탈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이탈한 유저가 다시 여름이나 겨울 시즌에 돌아오고, 이런 사이클이 매년 반복되는 것 같다. 이런 유저층이 계속해서 많이 남아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마비노기 팀의 목표기도 하다.


Q. 게임이 오래 가기 위해선 당연히 신규 유저도 중요하다. 하지만 마비노기는 결국 20년간 사랑해온 유저들 덕에 존재한다. 기존 유저들이 원하는 건 새로운 콘텐츠 업데이트도 있지만, 결국 편의성과 밸런스 관련 내용이 다수일듯하다. 디렉터의 입장에서 엔진 교체까지 어떤 방향성으로 끌고 갈 생각인지 궁금하다.

= 게임을 계속해서 해온 밀레시안들이 남으려면 반드시 만족스러울 만한 모습을 저희가 보여줘야 한다. 꾸준히 해온 밀레시안들이 중추 역할을 해야 신규 유저도 진입해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향후 이터니티 직전까지는 엔드급에 있는 밀레시안들, 코어 유저층을 좀 더 케어할 수 있는 부분을 신경 쓰려 하고 있다. 당분간 그게 방향성이라고 볼 수 있다. 밸런스적인 부분도 하반기에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며, 새로운 할 거리들, 성장감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콘텐츠가 무엇일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이터니티는 장기간 준비해야하는 대형 업데이트다. 하지만 라이브 게임인 만큼, 이터니티까지 밀레시안들이 뭔가 버텨야 한다고 느끼게 만드는 운영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20주년인 만큼 좀 더 성대한 업데이트를 기대했던 밀레시안도 있겠지만, 절대 이터니티로 인해 내부에서 개발하는 볼륨 자체가 적어진 건 아니다.

그리고 마비노기의 20주년은 여름 업데이트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2024년 전체가 20주년이지 않나. 그래서 하반기도 그렇고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아직 좀 남아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마비노기의 20주년


마비노기의 미래, ‘마비노기 이터니티’
Q. 마비노기 이터니티도 민경훈 디렉터가 직접 지휘하고 있는 건가.

= 그렇다. 마비노기 팀 내에 별도 조직들이 있고, 그 중 하나가 이터니티 프로젝트 담당 조직이다. 그 조직에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절대 제가 혼자 다 해나가는 게 아니다. 훌륭한 리더들, 구성원들이 있기에 모두 함께 노력해서 만들어나가고 있다.


Q. 라이브 서비스되는 게임의 엔진 업그레이드는 아무래도 그동안 게임 업계에서 보기 힘들었던 일이다. 그러다 보니 마비노기 이터니티가 어떤 방식인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진행 중인지 궁금해하는 유저들이 많다. 이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을까.

= 실제로 게임 업계에서 보기 어려운 상황인 건 맞다. 그래서 정리하기 쉽지는 않은데, 비주얼 측면에서는 리마스터에 가깝고, 개발 공정에서는 리메이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고민할 것들이 더 있긴 하지만 정의를 하자면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단순히 그래픽만 좋아지는 걸로는 마비노기의 추가적 성장이나 영속적 서비스를 충족하는 건 어렵다고 봤다. 이터니티를 통해 신규 유저 접근이 힘든 부분들, 그리고 기존 유저들이 플레이하기 쉽지 않은 불편한 부분들을 개선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렇게 다양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작업하면서 대규모 패키지 업데이트 형태로 준비하고 있다.


Q. 엔진 교체라는 건 정말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넘버링 프로젝트가 아닌, 오리지널 마비노기를 이어가야겠다고 결정한 가장 큰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 이 프로젝트 자체가 마비노기가 좀 더 오랫동안 서비스를 하려면 필요한 게 무엇인가에 대한 원초적 고민에서 시작됐다. 영속성에 대한 비전을 설계하면서, 가장 좋은 방향을 찾던 중 마비노기의 자체 엔진과 내부적 환경만으로는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도 꾸준히 훌륭한 게임들이 출시될 것이고, 마비노기는 그 게임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물론 20년 된 게임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가치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경쟁이 심화되면 아무래도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나. 이런 부분을 봤을 때 엔진을 교체해야 마비노기가 경쟁력을 갖추고 계속해서 서비스할 수 있겠다 판단했다. 다른 방안은 계산에 없었다.

클래식 서버를 두고 새로운 걸 런칭한다거나, 리메이크를 통해 완전히 리부트한다거나 이런 것도 방법일 순 있지만, 오직 오리지널 ‘마비노기’의 성장에만 초점을 맞췄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넥슨 자체에서도 마비노기를 매력적인 IP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IP를 단순히 마비노기 안에서만 가두는 것이 아니라, 확장을 하는 것이다. 마비노기 모바일도 준비하고 있지 않나. 그 확장의 과정에서 마비노기는 이터니티를 통해 좋은 품질의 원조 게임이라는 포지셔닝을 하려 한다. 계속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시에 다른 마비노기 IP를 활용한 시도를 통해 같이 나아갈 수 있도록, IP 저변을 확장해나간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Q. 마비노기 IP 확장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세부적으로 듣고 싶다. 게임으로의 확장인지, 다른 미디어로의 확장인지 궁금하다.

= 포괄적일 것 같다. 계획을 잡고 있기는 한데, 다른 게임이 될 수도 있고, 쉽게 접근 가능한 미니 게임이 될 수도 있다. 애니메이션이나 미디어 믹스의 형태가 될 수도 있다. 마비노기라는 IP가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IP가 될 수 있게끔 하려 한다. 물론 아직 고민 중이다. 마비노기라는 IP에 어울리는 방향으로 확장시키려 한다.


Q. 마비노기 이터니티는 홈페이지를 따로 준비하면서까지 개발 과정을 유저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이 한편으로는 개발이 더뎌졌을 때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텐데, 개발 기록 공개라는 선택을 한 이유가 있나.

= 사실 첫 발표도 어느 정도 프로젝트가 완성된 상태에서 할 수 있었지만, 미리 했다. 마비노기가 오래된 게임임에도 앞으로도 긴 기간 서비스할 동력이 있다는 걸 밀레시안들이 믿고 기다리길 바랐다.

엔진을 교체해야 한다는 건 정말 꾸준히 나왔던 의견이다. 모두가 염원하던 부분이었기에 이 프로젝트는 진도가 느려 보이더라도 꾸준히 진행 중이라는 걸 확인시켜주고 싶었다. 여러 방안이 있었지만 주요하게 활용하고자 했던 게 웹페이지였다. 밀레시안에게 기대감을 주는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고, 저희 역시 다양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어서다. 밀레시안이 전하는 모든 피드백이 개발하면서 참고할 만한 소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또 다른 큰 이유는 오래된 라이브 서비스 게임들에 이런 선택지도 있다는 걸 전달하고 싶었다.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들이 있는 상황이라면, 분명 선택하기는 어려울지언정 영속적 서비스에 대한 의지를 보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겪고 있는 시행착오도 다양하게 기록하고 있다. 외부에 공개하고 있는 정보가 고생하고 있는 다른 오래된 게임에 조금이라도 참고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도 있다.

당연히 공개한다는 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터니티 프로젝트는 계속될 것이고, 그 과정을 밀레시안에게 보여주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꼭 필요한 과정이다. 물론 이터니티가 완수되어야 의미가 있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Q. 워낙 방대한 과정이고, 아직 1년 하고도 약간의 시간만이 지났기에 조심스럽긴 하다. 하지만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혹시 몇 퍼센트 정도 진행되었다고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 진행 퍼센트라는 게 내부적으로도 싱크를 맞추기 조금 어려운 부분이다. 그냥 1부터 100으로 놓고 어디까지 진행되었나 본다면 초반 단계인 건 맞다. 다만 이 속도가 단계별로 다 다르다. 만약 지금 20 정도에 와 있다고 하더라도, 50부터는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 정확히 진행률이 몇 퍼센트 정도라는 수치화를 내부적으로도 못하고 있다. 여러 개발 트랙마다의 공정률은 당연히 계산하고 있지만, 종합적 공정률에 대한 수치화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설명을 하자면, 양산화 직전 단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이 훨씬 더 많다. 양산 직전에 프로토타이핑의 과정들도 험난하고, 이후에도 굉장히 많은 리소스들이 있기에 시간은 오래 걸릴 예정이다.


Q. 잠깐 들어만 봐도 정말 복잡한 일인듯하다. 일단 20년 동안 게임 속에 많은 것들이 쌓여있지 않나. 그걸 살리면서 엔진을 교체한다는 건 게임사 입장에서도, 개발진 입장에서도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 같다.

= 인력이나 기간 등 많은 부분에 있어 뭔가 계산기를 두드리는 형태로 접근한다면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본다. 특히나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그만큼 레거시가 많이 쌓여 있고, 또 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아지기에 선택하기 어려운 것도 맞다. 하지만 이런 형태로도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다는 걸 실제로 저희가 만들어내서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마비노기 자체가 넥슨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라는 방증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런 부분들을 보고, 밀레시안이 기대감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조금 지난 이야기지만, 23년도에 이터니티 발표를 한 뒤 유저들의 환호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어떤 마음이었는지 혹시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 사실 준비하면서 스스로 눈물을 흘릴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 엔진교체는 밀레시안도, 마비노기 팀도 너무나 염원했던 프로젝트다. 실제로 언리얼 엔진에서 나오를 만들고 보니 감회가 새롭더라. 발표 영상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언리얼 엔진으로 나오가 트랜지션되는 그 부분에서 울컥했다. 다른 분들도 비슷한 감정이었는지, 눈물을 흘리는 개발진도 있었다.

그렇게 보기만 해도 울컥하는 영상이었기에, 현장에서 밀레시안들과 함께 본다면 분명 눈물이 나올 테니 참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갔었다. 하지만 못 참겠더라(웃음).

▲ 이터니티 발표 후 눈물을 흘렸던 민경훈 디렉터


Q. 마지막으로, 마비노기를 계속해서 사랑해주는 밀레시안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만한 업데이트를 만드는 게 참 어려운데, 그 어려움을 밀레시안 분들이 알아주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더 잘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래도, 미워도 다시 한 번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보여 드릴 준비를 하고 있고, 고민도 하고 있다. 여름 업데이트 계속해서 즐겨주시면 좋겠고, 20주년도 아직 남아 있으니 다음 업데이트에 대한 기대도 이어가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비노기 팀이 정말 노력하고 있다. 팀 내에 마비노기에 진심인 분들이 많다. 마비노기 하나만 바라보고 몰두하고 개발하는 분들, 일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 이 마음만은 밀레시안과 마비노기 팀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