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는 스퀘어에닉스에서 제공한 사전 리뷰 코드로 작성되었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이어진 슈퍼패미콤의 전성기는 JRPG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파이널판타지, 드래곤퀘스트, 크로노트리거, 라이브어라이브 같은 환상적인 게임이 그 황금 라인업에 속해있습니다. 그리고 '성검전설' 시리즈 역시 그 라인업에서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93년에 발매한 성검전설2와 2년 뒤에 발매한 성검전설3의 성공은 단순히 원히트원더를 넘어서 미래의 JRPG를 책임질 거대한 시리즈로 발전할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성검전설3의 성공 이후, 후속작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던 시리즈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금씩 멀어져갔습니다. 시리즈의 명맥을 유지하던 개발자들도 다른 팀으로 이동해, 더 이상의 새로운 성검전설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2016년에 성검전설1 리메이크가 발매됐습니다. 이어서 2편의 리메이크, 3편의 리메이크도 선보였습니다. 대부분 평가가 좋지 못하지만, 3편인 '트라이얼스 오브 마나'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23년 더 게임 어워드 2023에서 성검전설 시리즈의 신작, 성검전설 '비전스 오브 마나'가 공개됐습니다. 지금까지 옛날 게임을 리메이크 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의 신작이라 많은 기대가 모였습니다.


게임명: 성검전설 Visions of Mana
장르명: 액션 RPG
출시일: 2024.8.29.
리뷰판: 리뷰 빌드
개발사: 스퀘어에닉스
서비스: 스퀘어에닉스
플랫폼: PC, PlayStation 5, Xbox Series X|S
플레이: PC


예쁜 색감의 동화 같은 세계
화사한 색감의 세상이 펼쳐진다


성검전설 비전스 오브 마나의 색(色)은 화사하고, 다채롭습니다. 밝고 희망적은 색깔의 세계가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집니다. 뜨거운 화산, 차가운 설원, 아름답고 정교한 도시, 생명력이 느껴지는 푸른 숲까지 모험 내내 동화 같은 세상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모험은 그저 멍하니 경치를 구경하고, 몬스터와 전투하는 것만이 아니라, 맵 구석구석을 탐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마치 슈퍼마리오 시리즈의 '동전'처럼 '곰꿀'을 먹기 위해 점프와 대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동, 전투, 탐험이 유기적이고, 아주 빠르게 전환되어 꽤 만족스러운 플레이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미니맵은 자세하고, 파밍할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알려줘서 길을 찾지 못해 헤매거나, 이 맵에 얼마나 상자가 남아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해지는 경험이 없습니다. 점프와 대시의 성능이 아주 뛰어나기 때문에 시원시원하게 모든 곳을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캐릭터의 모델링은 전작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디자인이 만족스럽고, 특히 몇 캐릭터, 카리나, 파르미나 같은 캐릭터는 아주 귀엽고 예쁩니다. 다만, 캐릭터가 밝은 공간에 있을 때는 외형이 아주 만족스럽게 느껴지지만, 캐릭터의 얼굴에 그늘이 질 경우에는 갑자기 못생겨 보이는 역체감이 다소 있습니다.


'정령기'를 통한 다양한 캐릭터 전직
새로운 직업을 기대하는 재미가 있다

성검전설 시리즈에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정령 시스템'은 이번 작품에서 '정령기'라는 형태로 등장합니다. 불, 물, 바람, 땅, 나무, 달, 빛, 어둠의 8가지 속성을 가진 정령기는 전투에서 큰 도움이 될 뿐만이 아니라, 캐릭터에 장착하면 그 속성에 맞는 직업으로 변합니다.

주인공인 '발'은 바람과 물의 정령기를 장착하면 양손 대검을 장비할 수 있는 딜러로 활용할 수 있고, 불, 빛의 정령기를 장착하면 방패와 랜스를 장비할 수 있는 탱커로 변할 수도 있는 다양성이 존재합니다. 단순히 직업만 변하는 게 아니라, 외형도 굉장히 다양하고 독특하며, 그 직업만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어빌리티도 존재해, 어떤 캐릭터에 어떤 정령기를 장착해 파티에 투입할지 고민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파티의 구성을 조금 더 다채롭게 만드는 것이 다양한 '어빌리티 씨앗'입니다. 몬스터를 격파하면 확률적으로 그 몬스터의 영혼석을 주는데, 이 영혼석을 가공해 어빌리티 씨앗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어빌리티 씨앗은 특정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종류가 되기도 하고, 특정 능력치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 어빌리티 씨앗은 처음엔 캐릭터당 두 개씩만 장착할 수 있지만, 모험을 진행하면서 총 열 개의 슬롯이 생깁니다.

성검전설 비전스 오브 마나에서 전투의 비중은 상당히 큽니다. 맵에서 몬스터를 만나면 전투에 바로 돌입하는 형태라, 단절되는 느낌이 없습니다. 게임 초반에는 전투가 상당히 단순하고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대부분 일반 공격과 특수 공격이 연결되는 콤보 같은거나, 특정 커맨드를 입력하면 기술이 나가는 액션성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저 약점을 계속 공격해 그로기를 만들거나, 속성에 맞는 공격을 해서 큰 대미지를 기대하는 정도죠.

그나마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정령기, 어빌리티 씨앗, 해금 스킬 등을 얻어야 다소 밋밋하던 전투에 새로운 맛이 추가됩니다. 예를들면, 카리나는 SP가 100%에 도달하면 사용할 수 있는 '필살기'에 특화된 직업이 있는데요, 여기에 필살기 대미지를 늘려주는 어빌리티 씨앗, 자신의 체력이 100%일 때 공격력이 강화되는 씨앗, 상대방의 체력이 100%일 때 더 큰 대미지를 주는 씨앗을 다수 장비해서, 전투를 시작하자마자 한 방에 모든 적을 쓸어버리는 스타일로 전투에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이야기
개연성 부족해 몰입하기 힘들어

게임의 이야기는 왕도적입니다. 세상은 마나의 순환으로 균형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마나의 순환은 '마나의 아이'가 자신의 영혼을 바쳐 이뤄집니다. 만약 마나의 아이가 없거나, 영혼을 바치지 않으면 그 '마나의 아이'가 속해있던 마을에 재앙이 닥치게 되죠. 주인공인 '발'은 이 마나의 아이를 마나의 나무까지 인도하는 수호자입니다. 그리고 발이 속해있던 마을의 '마나의 아이'로 자신의 소꿉친구인 '히나'가 선택됩니다.

마치 산제물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마나의 아이'이지만, 이 세상에서 '마나의 아이'가 된다는 것은 마치 가문의 영광처럼 생각합니다. 세상을 구하고, 마을을 구한다는 대승적인 목적이 개인의 생명보다 당연하게 우선시하는 관념이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그런 세상이니까'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개연성을 불어넣는 묘사라든지, 희생의 이면에 존재하는 이별을 너무 가볍게 묘사되는 것이 게임을 하는 내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세상의 균형과 희생에 대한 딜레마를 조금씩 풀어내긴 합니다만, 여전히 게임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들진 못했습니다.


게임의 난이도는 굉장히 쉬운 편입니다. 보통 난이도라면, 레벨에 맞는 장비, 어빌리티 씨앗을 모두 장착한 상태라면 보스전이라도 큰 위기 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려움 난이도에선 보통 난이도에 비해 받는 대미지가 현저히 증가해 꽤 쫄깃한 전투 경험을 제공합니다. 몬스터가 빨라진다거나, 다른 패턴이 생긴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한순간의 방심으로 파티가 전멸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높은 난이도에선, 레벨업을 위한 '노가다'가 어느 정도 필요했습니다.

게임의 총 플레이타임은 서브 퀘스트를 거의 하지 않으면, 20시간 내외입니다. 게임에는 서브 퀘스트나, 맵에 숨겨진 '선인장 씨'를 찾는 수집 요소도 있어서, 이런 것들을 파먹는 걸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40시간 이상도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다회차 계승 요소도 있습니다. 1회차를 클리어하고 뉴게임+모드가 열리게 되는데, 여기에서는 기존의 하드 난이도를 뛰어넘는 베리 하드 난이도가 제공됩니다.

저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을 진행했는데요, 성능 모드로 플레이했을 때 안정적인 플레이 경험을 주긴 했습니다만, 동시에 많은 화면 효과가 나왔을 때 프레임이 약간 흔들리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점점 나아지는 시리즈
다음 '성검전설'도 빨리 나왔으면

성검전설 비전스 오브 마나는 확실히 몇 가지 단점이 있는 게임입니다. 전투 시퀸스가 단조로우며,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해 몰입하기 힘들기도 하고, 유치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메인 퀘스트의 길이도 조금 더 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죠.

하지만, 좋은 점도 있는 게임입니다. 정령기를 획득할 때 마다, 이 캐릭터는 어떤 전직이 존재할까, 어떻게 세팅하면 좋을까 같은 시스템적인 만족도도 있고, 예쁜 색감의 귀여운 캐릭터들이 움직이는걸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성검전설 게임에서 전작보다 좋아진 부분이 눈에 보인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