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원래대로였다면 '아르케랜드'가 약 1년 8개월의 서비스를 종료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날이었다. 그러나 그 일은 당장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주일 전인 25일, 서비스 종료를 철회한다는 공지가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양대마켓 TOP5를 찍었던 게임도 쇠락해서 서비스 종료하거나 이후에 재출시하는 일은 왕왕 있었지만, 서비스 종료 막바지에 이를 취소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셈이다.

아르케랜드를 해왔던 유저 입장에서 내심 반갑기는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어처구니 없게 서비스를 접을 만한 게임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게임이나 플레이하는 유저 입장에서 서비스 종료하기엔 아쉽다고 생각하기 마련이긴 하다. 그 중에도 '아르케랜드'는 손에 꼽힐 만한 사례였다. 출시 전부터 '랑그릿사'로 모바일 SRPG 장르에 한 획을 그은 즈룽게임의 신작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고, 지금 기준으로도 준수한 그래픽, 연출과 캐릭터 모델링 그리고 완성도 있는 클래식한 SRPG의 구성을 보여줬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몰락은 너무도 빨랐다. 출시 100일 이벤트를 진행했던 3월에는 양대 마켓 매출 70위권까지 떨어졌고, 순위는 계속해서 떨어졌다. 급기야 바캉스 맞이 업데이트와 함께 더빙 중단 결정까지 내렸다. 2023년 12월 20일 마음의 저편 업데이트 이후, 1월 17일부터는 기존 이벤트들의 로테이션만 반복됐다. 서비스 1년 만에 그저 연명할 뿐, 언제 사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꽤 오래 이어졌던 셈이다.

원인은 다양했다.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는 스토리에 그마저도 제대로 감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미흡한 현지화와 번역, 과금 상품 관련 버그에 대한 미숙한 대처, 무너진 밸런스 등등. 그러나 이러한 원인들 하나하나는 퀄리티가 좋다는 소리를 들은 게임을 하루 아침에 무너뜨릴 만한 것은 아니었다. 해외 게임사들이 한국에 게임을 출시할 때 한두 번쯤은 겪는 일들이었고, 그걸 어찌저찌 딛고 쭉 개선하면서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탄 작품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르케랜드'에서는 그 문제들이 계속 누적되는 동안 한 발 늦게 대처하거나 미봉책을 꺼내들곤 했다. 혹은 기약 없는 기다림만 이어지기도 했다. 가끔 적히는 개발자 노트가 소통의 전부고, 그마저도 가면 갈수록 내용이 빈약해졌다. 그런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유저들의 의욕은 깎여나갔고, 하나둘씩 게임을 떠나갔다. '아르케랜드'는 한국 서버가 메인이었던 만큼, 한국 서버에서 수익이 악화되면서 점차 업데이트가 뜸해지고 퀄리티도 낮아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었다.

이제 막 기사회생해서 숨을 돌리고 있는 게임에 다소 가혹한 비판으로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결국 '아르케랜드'가 다시 마주칠 현실이다. 서비스 종료하기 아쉬운 게임이라고 했지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명확했다. 그나마 서비스 종료는 철회했지만, 그 파국까지 가게 된 원인을 차근차근 정리하지 않으면 결국 결과는 똑같을 수밖에 없다. 파국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매월 1일 월정액 상품 가격에 해당하는 교환권 증정, 중단된 더빙 추가 외에도 진정 어린 소통과 개선의 다짐 그리고 실천이 필요하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아르케랜드'의 서비스 종료 철회를 곱게 보지 않고 있다. 즈룽게임은 지난 7월 9일 신작 SRPG '메카아라시'를 국내에 공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 선출시한 게임의 아쉬운 운영에 이어 서비스 종료 발표, 그리고 그 공지 일주일 만에 스타일은 달라도 동일한 장르의 게임 서비스를 예고한 셈이다. 사업적으로 차갑게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이를 곱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간의 과오들이 댓글로 달렸고, 유저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아르케랜드의 서비스 종료를 취소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어찌 됐든 근래에, 아니 그간의 게임사에서 보기 드문 한 수가 이미 던져졌다. 그리고 그 수는 "지난날의 과오를 바로잡겠다"는 그 다짐이 흔들리고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는 순간 그동안 준비한 모든 것을 다 엎어버릴 수도 있는 수다. 그럴 의도가 없다고 쳐도 잠시의 눈가림을 위해 이별을 준비했다가 다시 기쁘게 돌아온 유저들에게 한 번 더 희망고문을 한 셈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 순간 유저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고, 그 어떤 변명도 필요없을 것이다. 뭘 해도 받아들여질 수 없는 상황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격동의 게임업계에서 유저들의 마음을 보듬을 경쟁작은 언제든 등장하기 마련이다.

한편으로는 유저와 게임 서비스에 대한 진심과 열정, 성의를 증명할 수 있는 수이기도 하다. 그간 누적된 문제들에 짓눌려서 결국 망해버릴 게임의 숨통을 틔우고 다시 정상화시키는 것은 단순히 이미지만 개선하겠다는 얄팍한 마음으로는 성사할 수 없는 고된 일이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한 수를 둔 이상, 이번 기회를 계기로 지난 과오를 청산하고 게이머들에게 양질의 서비스와 운영을 제공하면서 다시 일어서기를 바란다. 한 번 망하면 답이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유저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자 뼈를 깎는 노력을 한다면 또다시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좋은 사례가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