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크리에이티브 김형석 대표

에픽세븐 개발사 슈퍼크리에이티브는 오늘(19일), 자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서브컬쳐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픽셀 2024'를 개최했다. 슈퍼크리에이티브의 여러 개발자 외에도 스튜디오비사이드 류금태 대표, 컨트롤나인의 '혈라' 김형섭 AD를 비롯해 여러 개발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슈퍼크리에이티브의 김형석 대표가 마지막 연사로 연단에 올라왔다.

2018년 '에픽세븐'을 출시, 약 6년 동안 꾸준히 끌고 온 슈퍼크리에이티브는 현재 신작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도 준비 중이다. 한국에서 롱런하는 2차원 게임을 개발하고 운영해왔던 경험, 그리고 그간 시장을 분석하면서 신작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김형석 대표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강연하기에 앞서, 김형석 대표는 '서브컬쳐' 대신 '2차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하위 문화, 오타쿠에 국한하지 않고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통칭하는 '2치원'이 더 넓은 범위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였다.

그런 그가 생각한 2차원 게임 시장의 트렌드는, '스토리'였다. 단순히 이성적으로 보았을 때 그 캐릭터가 예쁘다는 차원을 넘어서, 감성적 그리고 감정적으로 확 끌어당기게 만들 힘이 '스토리'에 있다고 봐서였다. 다른 작품의 이야기지만 블루 아카이브의 '미카'가 만일 에덴 조약이라는 스토리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그만한 센세이션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그는 '스토리'가 그만큼 중요한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것이 20년대의 2차원 게임업계의 화두가 '스토리'인 이유라고 덧붙였다.

▲ 2020년대 2차원 시장의 화두를 '스토리'라고 강조했다

그가 스토리를 강조한 이유는 또 있었다. 서브컬쳐, 그리고 2차원에서 쭉 언급됐던 '모에'라는 개념은 오래되기도 했고, 그만큼 이미 데이터베이스와 맥락이 자리잡혔기 때문이다. 이미 문화인류학자들이 말하는 '고맥락', 즉 그 표현 안에 담긴 상호 간의 약속과 의미 그리고 여러 가지가 축약된 것들이 '모에'인 셈이다. 이미 '츤데레'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고, 낡은 개념이라고 하기도 한다. 다만 이를 역으로 활용한 '갭모에' 등등, 데이터베이스 내의 자료를 활용해 여러 가지로 변주하거나 혹은 이것에 없는 새로운 로망이 다시 만들어지는 과정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김형석 대표는 그렇게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해오고 변주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시기가 2010년까지 이어졌다고 보았다. 소위 하렘물, 모에화 게임 등이 주류고, 스토리의 개연성과 작품성은 중요도가 낮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트렌드는 생각보다 꽤 오래됐다고 분석했다.

▲ 이런 맥락들은 오랜 시간을 거쳐서 축적되고, 상호 약속으로 자리잡으면서 DB화됐다

▲ 그것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2010년대 소위 '암흑기'가 찾아왔다고 보았다

김형석 대표는 코미케 이전, 초창기 오타쿠들이 활동하던 시기는 오타쿠들이 애니메이션을 모르는 사람들이 이를 논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이른바 스노비즘의 시기라 보았다. 코미케가 나오면서부터 2차 창작이 활발해지더니 거대 담론보다는 무한한 'IF', 즉 2차 창작이나 멀티엔딩 그리고 캐릭터들의 또다른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에 주력했다고 평가했다. 현 서브컬쳐에 지대한 영향을 준 '에반게리온'도 그 결말의 맥락을 읽기 어렵고, 심지어 제작사에서도 여러 엔딩을 보여주면서 'IF'적인 방향을 계속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원본이 희석되는 동안 미소녀에 파고드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모에'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보았다.

▲ 숨어서 자기들만 즐기던 오타쿠들이 '코미케'로 2차 창작을 공유하고 점차 확산됐지만

▲ 반면 거대담론에서 IF적인 이야기 위주로 흘러갔다고 분석했다

그렇게 생각하던 그였지만, 한편으로는 '미소녀'라는 키워드를 다시금 돌이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가 그간 살펴본 주요 작품들을 보면, 어디에나 '미소녀'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는 일본의 심리학자 사이토 타마키 츠쿠바 대학 교수의 저서 '전투 미소녀의 정신분석'이라는 저서를 인용했다. "세계가 리얼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욕망에 젖어있어야 한다. 욕망의 깊이를 부여하지 못한 세계는 정밀해도 평평한 이인적 배경처럼 되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성적인 것이 입혀진 세계는 아무리 서투르게 그려졌다 하더라도 일정한 리얼리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그 말에서 알 수 있듯, '미소녀'는 리얼리티를 확보할 수 있는 심장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로 월트디즈니가 '백설공주'가 불러온 성공, 그리고 그 이후 다소 주춤했던 시기의 '신데렐라'로 회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었다. 백설공주 이후로도 디즈니는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들은 '피노키오'를 만들었지만, '백설공주'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오직 백설공주와 신데렐라만이 남녀노소에 상관 없이 관객을 끌어모았던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 '모에'는 아니더라도 미소녀 캐릭터들이 주는 위력은 동서양과 고금을 막론하고 효과가 굉장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미국 애니메이션 업계는, 1950년대 만화 검열의 칼춤을 직격으로 맞게 된다. 미국 만화에는 왜 히어로물만 나오고 섹시한 여성 캐릭터가 없을까 하는 부분들이 대부분 그 강력한 규제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일본 만화에 대입하면 도라에몽까지도 규제 대상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한 규제는 2010년이 되어야 완전히 철폐됐고, 미국 만화가들과 애니메이터들은 이러한 규제가 미국 만화 산업을 죽인 원인이라고 지금도 강력하게 규탄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시기 일본은 '미소녀'와 로맨스에 일찍이 눈을 뜨고, 미야자키 하야오를 비롯한 애니메이터들이 활약할 계기들이 마련되고 있었다. 김형석 대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그리고 그 이후로 재패니메이션의 대표 주자로 손꼽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의 대다수는 '미소녀'들이 활약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가이낙스가 '왕립 우주군오네이마스의 날개' 참패 이후 저예산 애니메이션 '톱을 노려라!'가 호응을 얻은 뒤, 미소녀가 중심이 되는 작품을 여러 차례 낸 것도 사례로 제시했다. 이와 같이 '미소녀'는 일부 계층에만 어필하지 않고, 더 폭넓게 상업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는 '심장'이라는 것이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러나 미국 시장은 한동안 강렬한 검열에 직면하면서 히어로물 위주로만 작품이 나오게 되고

▲ 그 사이 일본에서는 점차 애니메이션과 만화가 발전하면서 미야자키 하야오 등 거장들이 나오게 됐다

그렇다면 한국 시장은 과연 어떨까, 하는 질문이 남았다. 한국 시장은 2010년만 해도 '오타쿠 시장 포화론'이 대세였다. 그 당시에 이미 CES나 여러 박람회의 관람객보다 코미케 등 서브컬쳐 행사들의 관람객이 많았다. 여타 미디어 장르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몰렸기 때문에,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한계라는 관점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2010년대는 소위 애니메이션의 암흑기라 불린 시대였던 만큼, 그 주장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 시기를 지나 점차 세계적으로는 오타쿠 문화, 서브컬쳐, 2차원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었다. 부정적인 인식이 점차 애니메이션 인구가 늘어나면서 바뀌기 시작했고, 여러 사건으로 인해 '오타쿠'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던 NHK마저도 2021년 4월 쿨재팬 편에서 '오타쿠'를 언급하고 그 문화를 분석할 정도였다. 원래는 파고들어서 덕질만 하는 기분나쁜 무리에서, 애니메이션을 즐기거나 어떤 특정 문화를 굉장히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라이트하게 바뀌어나간 것이었다. 아울러 일본 애니메이션은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더더욱 그런 추세가 이어졌다.

특히 중국 2차원 시장이 2015년부터 갑자기 폭증한 것이 큰 사건이라고 김형석 대표는 분석했다. 텐센트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는 약 5억 명 가량의 게이머들이 있으며, 그 중 2차원 게임을 하는 인원은 2억 명 정도로 추산됐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인구는 2012년부터 서서히 증가세가 가파르게 올라갔고, 2015년부터는 게임까지도 집게가 되면서 그 기세가 빨라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가 '에픽세븐'을 개발하기 시작했을 때가 2015년이었는데, 그때 당시에 중국에서는 2차원 게임이 거의 없었다가 전세계 가장 큰 시장으로 자리잡은 것을 회고하면서 그 성장세를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 미야자키 츠토무 사건 이후로 '오타쿠'라는 말을 쓰지 않던 NHK가 이를 사용할 정도로 인식이 바뀌었다

▲ 중국에서는 2차원 게임 시장의 비중이 2024년 기준으로 4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몇 년 뒤, 2030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김형석 대표는 자신의 체감상 중국 오타쿠들의 성향이 옛날 일본 오타쿠들과 비슷한 경향이 있는 만큼, 복고풍으로 갈 수 있다고도 예상했다. 그러나 전혀 새로운 무언가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어느 쪽이 되었든, 그는 훨씬 더 거대한 시장이 다가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는 그렇게까지 썩 좋지 않은 느낌이라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부정적인 느낌이 더 크고 아예 그 분야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는 답변마저도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할 정도로 '오타쿠'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 이에 비해 아직 한국은 부정적인 인식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쭉 이어진 비하 표현 '씹덕'으로 귀결되는 현상과 부정적인 밈 확산은 물론, 웹툰이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과 소위 '씹덕'을 분리하려는 경향도 일반적이라고 보았다. 여기에 오타쿠 문화에 부정적이고 교육에 지장이 있는 것을 배척하는 학부모 성향까지 봤을 때, 한국에서 '오타쿠' 게임이 아직 타 게임 시장에서 입지가 좁은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이는 곧, 아직 열리지 않은 '새로운 시장'이 있는 셈이기도 했다. 이미 '블루 아카이브'를 비롯해 '림버스 컴퍼니', '승리의 여신: 니케' 등 포문을 열고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게임이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었다. 그는 그 뒤를 이어 스튜디오비사이드의 '프로젝트 스타', 그리고 자사의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등 도전이 이어지고 있으니 같이 힘을 내서 새로운 게임 트렌드와 시장을 개척하자고 역설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 Q&A

Q.웹툰은 여성 독자층 비율이 많아졌는데, 게임은 왜 아직도 여성 유저층이 적을까? 미소녀만 가득해서 그런 건지 궁금하다.

= 여러 해석이 있겠지만, 국내에서는10년 전부터 젠더 이슈나 여러 정치적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게임 개발사들이 그런 분쟁 걱정 없이, 어느 한 쪽으로 끌고 가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은 젠더 이슈가 비교적 덜한 느낌이다. 미소녀가 나온다고 해서 여성 유저가 그 게임을 안 즐기는 건 아니다. 그 미소녀들이 귀엽거나, 혹은 여성들도 좋아할 요소들도 많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에서도 '림버스 컴퍼니' 같은 경우엔 캐릭터의 성별이나 그런 것에 대해 어떤 걱정 없이 자신의 방향대로 밀고 나가지 않았나. 그리고 여성 남성 가리지 않고 여러 층이 즐겨줬고. 그런데 최근 여러 이슈 때문에 그 게임 안 즐긴다고 하는 층도 있는데, 그런 사태 자체가 정말 가슴 아프다. 이런 일 자체가 아예 없이, 성숙하게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개발자들도 걱정 없이 게임을 만들고, 또 유저들도 걱정 없이 편안히 즐길 수 있지 않나 싶다.


Q. 에픽세븐은 모에 요소가 확실했다고 보나? 또 그 모에 요소가 지금까지 서비스를 이어온 원동력이라 보는지 궁금하다

=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모에 요소라 하는 것들이 힘을 많이 잃었다고 판단했다. 츤데레니 뭐니 이런 모에 요소가 낡다고 여기는 상황이고, 결국 갭모에나 혹은 이를 벗어나 그 캐릭터의 끌어당기는 또다른 요소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예시를 들자면, 원신에서 라이덴 쇼군이 가슴 발도를 하는 그런 ‘임팩트’가 유저를 낚아오는 후킹 요소라고 할까.

에픽세븐은 다행스럽게도 그런 후킹 분야에서 아티스트들이 열정적으로 임해주었고, 그 매력을 잘 표현해주었다고 본다. 이 부분은 모에와는 다른 에픽세븐 캐릭터의 힘이고, 우리가 롱런해온 비결이지 않을까 싶다.


Q.슈퍼크리에이티브의 작품에는 미소녀 외에 미소년, 퍼리도 일정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미소녀 100%의 게임은 내지 않을 예정인가? 또 앞으로도 저 비율이 바뀔 여지는 없나?

= 에픽세븐은 이제 시장 환경상 겨우 남성향 게임으로 포지셔닝이 된 상황이다. 그래서 최근 미소녀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초에 게임을 개발할 당시만 해도, 모든 유저층이 즐기는 게임을 개발하자는 '꿈'이 있었다.

사실 미소녀로 100% 채우는 것은 정말 매혹적인 선택이다. 지금 한국 게임 시장 상황을 보면, 그렇게 개발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미소녀만 100% 채웠을 때 장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만일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개발에 내가 처음부터 참여했더라면, 아마 그렇게 제안했을 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에는 남자 캐릭터도 있고, 퍼리도 있다. 그게 여성 유저층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쪽 시장에 우리는 통달해있지도 않다. 이야기의 개연성과 설득력을 불어넣기 위해, 또 그 세계관의 구성원까지 폭넓게 보여주기 위해, 개발진들이 열심히 고민한 결과물이다. 그런 만큼 미소녀 100%만으로 채우기는 어렵다고 보았고, 여러 개발 제반 사항을 봤을 때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Q. 노출 강한 캐릭터보다 성능이 좋은 캐릭터가 매출이 좋은 경향이 있는데, 이를 보면 게임 내 캐릭터 구매는 결국 애정보다 실리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에픽세븐의 경우, PVP가 중심인 게임이라 PVP에서 승리하기 위해 구매한다는 공식이 있긴 하다. 그러니 성능을 간과할 수는 없다.

솔직히 에픽세븐을 처음 제작하고 개발이 본 궤도에 올라왔을 당시만 해도, 소녀전선이나 벽람항로 등 캐릭터에 포커싱한 게임들이 주류였다. 그러나 우리는 그보다는 '전략', '턴제 RPG'라는 부분에 더 초점을 뒀다. 그래서 캐릭터 성능과 관련된 디자인을 깊이 있게 파고 들어왔다.

그래서 솔직히 김용하 PD님이나 여러 게임 개발자들과 이야기를 하긴 하는데, 그 앞에서 우린 감히 우리 게임을 '모에' 게임이라고 말 못한다. 전략 게임 사이에서 비교하자면 에픽세븐은 캐릭터의 매력을 비교우위적으로 어필하고 있긴 한데, 타 2차원 게임과 비교해서 상품성을 끌어내는 부분은 확실히 조금 고민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특히 순수하게 캐릭터의 매력을 어필할 때, 과연 그것만으로 유저들을 훅 끌어올 수 있는 후킹이 되느냐? 이렇게 물어보면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자각하고 있다. 극복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시도가 필요할 텐데, PVP에서 벗어나 게임을 좀 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발상적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게 정말 너무 어렵다. 20년 그 이상 게임 개발하고 운영하고자 하는 측면에서 봐도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Q. 에픽세븐과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의 캐릭터 중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캐릭터를 하나 꼽자면?

= 에픽세븐의 주인공 라스다. 출시 전에 시나리오를 한 차례 리뉴얼했었는데, 그때 라스에 감정을 많이 이입해서 개발했던 적이 있어서 애착이 간다. 그리고 '라스'는 세계를 위해서 싸우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서 나아가는, 그런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줘서 매력이 느껴진다.


Q. 2차원 시장이 늘어나면 지금보다 여성 유저가 늘어날 텐데, 그러면 '원신'처럼 여성 캐릭터와 남성 캐릭터가 같이 나오고 어느 정도 비율을 유지하는 게임이 늘어날까 아니면 극단화가 될까?

= 극단화라고 하면 여성향과 남성향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현상일 텐데,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비율을 유지하는 게임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그런데 어려운 과제다. 여성 유저들도 좋아하는 캐릭터 디자인과 남성 유저들에게도 어필하는 캐릭터 디자인을 만들어야 할 테니 말이다.

말씀한 것처럼 앞으로는 시장이 계속 확대되면서 여성 유저가 늘어날 것이란 확신은 분명 있다. 그렇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할까? 국내 시장은 정말 모르겠다. 젠더 이슈가 계속 터지기도 하고, 상황이 급변도 하니까. 이제는 그런 것 없이, 다 같이 즐길 수는 없는 건가 싶다. 그저 자유롭게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쭉 좋아하고, 게임을 온전히 그리고 편안히 게임으로 즐기는 그런 날이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