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헌터 시리즈 팬들에게 있어서 올해 게임스컴은 여러모로 남다를 것 같다. 작년 더 게임 어워드에서 첫 공개된 '몬스터 헌터 와일즈'가 올해 게임스컴에서 세계 최초로 시연 부스를 출품했기 때문이다. 팬들의 시선이 게임스컴에 쏠렸음은 말할 것도 없다. 실제로 이러한 분위기는 온라인상에서 그치지 않았다. '몬스터 헌터 와일즈'를 시연할 수 있는 캡콤 부스는 게임스컴 오픈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장사진을 이뤘을 정도다. 단연 올해 게임스컴 최고의 화제작이라고 할만한 모습이었다.

▲ 대기시간이 3~4시간이 넘었던 '몬스터 헌터 와일즈' 대기열


싱글 스토리 모드
한층 강화된 연출과 컷신


시연 버전은 새로운 시스템 등을 익힐 수 있는 튜토리얼을 겸한 싱글 스토리 모드와 4명이서 파티를 맺어 알파 도샤구마를 사낭하는 멀티 자유 사냥 모드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됐다.

싱글 스토리 모드에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건 바로 상당히 길어진 컷신과 강화된 연출에 대한 부분이다. '몬스터 헌터 월드' 이후로 스토리텔링과 컷신에 여러모로 신경을 기울인 몬스터 헌터 시리즈지만, 일반적인 액션 어드벤처, 액션 RPG와 비교하면 스토리의 깊이가 옅은 면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스토리의 깊이가 옅다는 건 단점으로 치부될 일이지만,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만은 예외였다. 스토리가 아예 없다던가 하는 건 아니었지만, 일종의 대전제에 가까웠고 핵심은 강력한 몬스터를 사냥하는 데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그나마 스토리텔링이 강화된 '몬스터 헌터 월드', 그리고 '몬스터 헌터 라이즈'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랬던 스토리가 '몬스터 헌터 와일즈'에서는 변화가 생긴 모습이다. 그것도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크게 바뀌었다. 30분으로 제한된 싱글 스토리 모드였는데 컷신만 약 10분에 달했을 정도다. 게임스컴 현장에서 시연할 수 있었던 싱글 스토리 모드의 경우 사실상 '몬스터 헌터 와일즈'를 시작하고 캐릭터를 생성하자마자 볼 수 있는 장면으로 추정됐는데 배경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초반 컷신에 의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게 아니라면 본편에서도 대체로 긴 컷신을 보여줄 것으로 추정됐다.

컷신에서 인게임으로의 장면 전환 역시 더욱 부드러워졌다. 아직 한창 개발 중인 상황에서 마련한 시연 빌드인만큼, 다소 버벅이는 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개발 중이라는 걸 고려하면 그렇게까지 심하진 않았다. 이러한 장면 전환은 상당히 자연스러워서 순간적으로 패드를 쥔 손에 힘을 줬을 정도다. 새삼스럽지만, 컷신을 보는 시청자로서의 유저에서 헌터인 유저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싱글 스토리 모드는 플레이어 헌터가 길드의 명을 받아 금지된 땅을 탐사하던 중 발라하라 무리에 쫓기는 소녀를 도우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앞서 튜토리얼 역할을 겸한다고 했는데 가장 먼저 체험할 수 있는 건 새롭게 추가된 세크레트에 대한 부분이다. 탈것이라는 점에서 얼핏 전작인 '몬스터 헌터 라이즈'의 가루크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가루크와는 다른 부분도 제법 있다.

일단 가장 큰 차이로는 가루크와 달리 세크레트는 전투에 관여하지 않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물론 아예 공격을 할 수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세크레트에 탄 채로 훅 슬링어를 이용해 소재를 채집해 음폭탄 같은 걸 만든 후 슬링어를 쏘거나 엉성하게나마 무기를 휘두를 수 있긴 하지만, 딱 그 정도에 그친다. 직접적으로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무기를 휘두르는 것 역시 엉성하다고 표현한 것처럼 그냥 한 대 친다 정도지 본격적인 마상 전투(엄밀히 말하자면 조상 전투겠지만 넘어가자)는 불가능하다.


이렇게만 보면 가루크의 하위 호환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세크레트의 진면목은 따로 있다. 바로 자동 추적 기능이다. 어떤 몬스터를 쫓을지 타겟으로 해놓으면 세크레트가 자동으로 해당 몬스터를 쫓는다. 후술하겠지만, '몬스터 헌터 월드'와 비교해도 한층 넓어진 '몬스터 헌터 와일즈'의 필드를 고려했을 때 일일이 몬스터를 추적했을 때 들 수 있는 지루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게 아닐까 싶었다. 이 외에 보조적인 요소인 가루크와 거의 같다. 이동 중 훅 슬링어로 주변의 재료를 채집할 수도 있고 물약이 부족하거나 하면 이를 조합할 수도 있다. 숫돌을 갈아서 예리도를 회복하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다. 경관을 구경하거나 본격적인 전투에 앞서 밑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한 느낌이다.

그렇게 게임을 하다 보면 무기를 고르게 되고 소녀의 부탁으로 그녀를 구하기 위해 미끼가 된 오빠를 찾다가 차타카브라를 발견하면서 그때부터 진짜 사냥, 전투가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기존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시리즈마다 색다른 전투 시스템을 추가하는 몬스터 헌터 시리즈답게 '몬스터 헌터 와일즈' 역시 새로운 요소로 집중 모드라는 걸 추가했다.

▲ 집중 모드를 발동하면 조준점이 활성화되고 특유의 자세를 취한다

집중 모드는 일종의 강화된 록온이라고 할 수 있다. 집중 모드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전투를 한층 효과적으로 도와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집중 모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검으로 차지를 한다고 해보자. 이때 몬스터가 아슬아슬하게 대검을 휘두르는 경로에서 벗어나 있다면 그 상태로도 각도를 살짝 움직여서 맞출 수 있지만, 옆이나 뒤로 이동했다면 얘기가 다르다. 기존 시리즈에서는 얼른 차지를 풀던가 해야 했지만, '몬스터 헌터 와일즈'에서는 집중 모드를 한다면 거의 180도에 가까운 각도를 돌 수 있어서 차지 중 아슬아슬하게 빗나갈 일이 상대적으로 적다.

집중 약점 공격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름 그대로 집중 모드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액션으로 같은 부위에 계속해서 공격을 명중시켜 상처를 내거나 몬스터 약점을 노출할 경우, 차타카브라처럼 혓바닥을 공격용으로 쓰다가 잠시 노출하는 데 이때 집중 약점 공격을 하면 상처 부위를 파괴해 몬스터에게 큰 대미지와 경직을 줄 수 있다.

▲ 힘 겨루기 덕분에 가드를 쓰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힘 겨루기는 집중 약점 공격의 방어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집중 모드에서 가드가 가능한 무기로 가드를 할 경우 일반적인 가드와는 다른 모션의 가드를 발동하게 되는데 일부 몬스터의 공격을 이걸로 가드할 경우 그대로 힘 겨루기로 넘어간다. 이때 힘 겨루기에 성공할 경우 몬스터를 밀어내고 자세를 무너뜨려 추가 공격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대검, 랜스, 건랜스, 헤비보우건 등으로 발동할 수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 대체로 방어가 가능한 무기가 방어 위주라는 점을 의식해서 공격 기회를 더 주고자 넣은 듯한 느낌이었다.

이처럼 전투를 다방면으로 도와주는 집중 모드지만 딱히 쓰기 어렵다거나 한 것도 아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컨트롤러를 기준으로 L2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된다. 별도의 게이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굼떠진다거나 하는 단점도 없다. 전투 중 항상 누를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시연 중에는 상당히 오랜 기간 집중 모드를 발동하면서 사냥을 했을 정도다.

▲ 연출과 손맛, 성능까지 모두 흠잡을 데가 없다

상쇄에 대한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카운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태도나 슬래시액스, 랜스의 카운터와는 좀 다르다.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는 건 공유하지만, 일단 모든 무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몬스터의 공격에 맞춰서 특정 공격 액션을 할 경우 몬스터를 튕겨내는 상쇄가 발생하는데 이어서 강력한 추가 공격을 날리는 것도 가능하다. 대검을 예로 들자면 차타카브라가 내려찍는 듯한 공격을 할 때 올려치기를 하면 상쇄가 발동했다.

이러한 상쇄를 성공했을 때의 쾌감은 태도 등의 카운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다만, 몬스터가 특정 공격을 해야 한다는 점, 그걸 정면에서 타이밍을 맞춰서 특정 공격 액션으로 튕겨내야 한다는 점에서 다소 난이도가 높아 보였다.

'몬스터 헌터 라이즈'에서 호평받은 NPC 동료, 맹우 시스템을 계승하는 시스템도 있었다. 서포트 헌터 시스템이다. 처음부터 함께할 동료를 선택하는 맹우 시스템과 달리 구조신호를 보내 호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인 건 거의 같았는데 알아서 상처도 잘 내는 등 유용한 면을 많이 볼 수 있었다.

▲ 맹우를 계승한 서포트 헌터 시스템


멀티 자유 사냥 모드
사라진 거점과 필드의 구분, 더 넓어진 필드, 그리고 다채로운 액션까지


멀티 자유 사냥 모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건 거점과 필드의 구분이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몬스터 헌터 월드'에서 방으로 구분되던 필드를 오픈필드로 만드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선보인 바 있었으나 그럼에도 바뀌지 않은 게 있었으니, 거점과 필드가 구분된다는 점이었다.

전작인 '몬스터 헌터 라이즈'까지만 해도 거점 역할인 마을에서 퀘스트를 수주하거나 NPC의 부탁을 받거나 음식을 먹고 필드로 떠나야 했다. 하지만 '몬스터 헌터 와일즈'에서는 그런 구분이 사라졌다. 거점에서 퀘스트를 받거나 마이룸에 들어가서 세팅을 정비하는 등의 요소는 그대로였지만, 일일이 거점에서 퀘스트를 하러 출발할 필요가 없어졌다. 퀘스트를 받고 그대로 사냥을 하러 떠나면 된다.

▲ 털 색에 차이가 있는 '알파 도샤구마'

멀티 자유 사냥 모드에서는 도샤구마를 사냥하는 게 목적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도샤구마 무리의 우두머리인 '알파 도샤구마'를 사냥해야 한다. 알파라고 했지만, 쟈그라스와 도스쟈그라스의 그런 관계는 아니다. 실제로 도샤구마와 알파 도샤구마 사이에 외형적 차이는 거의 없다. 목덜미의 털이 좀 더 붉은 정도에 불과하다. 모든 몬스터에 알파 개체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를 통해 무리를 짓는 몬스터의 경우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알파 개체가 등장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알파 개체 사냥은 처음이라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아무리 초반 몬스터라지만, 장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번에 3마리나 되는 몬스터를 상대하는 건 누구라도 힘들다. 그렇기에 알파 도샤구마를 잡기 위해선 나름의 준비를 해야 한다. 핵심은 무리를 흩어놓아야 한다는 점으로 이때가 바로 거름탄이 빛을 보는 순간이다. 알파 개체를 사냥하기 위해선 먼저 거름탄 등을 이용해 무리를 흩어놓고 일대일로 상대할 필요가 있다.

▲ 이 정도면 흑룡도 쫓아낼 수 있지 않을까 헌터 살려!

멀티 자유 사냥 모드에서는 대검과 랜스 2개의 무기를 들고 갔다. 대검은 싱글 스토리 모드에서 써봤으니 그나마 익숙했고 랜스는 어떤 식으로 바뀌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랜스는 모션이 다소 달라졌다. 직선으로 찌르는 것과 위로 찌르는 형태로 파생되는 모션은 동일했지만, 세부적인 형태에 변화가 생겼다. 가장 눈에 띈 건 가드에 대한 부분이다. 가장 큰 변화로는 가드 상태에서 바로 카운터가 가능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몬스터가 공격할 때 타이밍을 맞춰 가드를 하면 이어서 방패를 튕겨내면서 카운터를 날린다. 기존의 카운터와 비교하면 좀 더 약한 대신 더 쉽게 카운터를 날릴 수 있도록 바뀐 느낌이었다.

30분으로 제한된 시연이었기에 알파 도샤구마를 잡으면서 다른 무기들을 일일이 보기는 힘들었다. 대신 알파 도샤구마를 잡고 바로 필드를 탐험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필드를 전부 둘러본 건 아니었지만, 모래지옥 아래로 빠진다거나 아래쪽 공동으로 내려가는 등 여러 계층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으며, 꽤 넓은 편이었던 '몬스터 헌터 월드'와 비교해도 최소 배는 넓은 느낌을 받았다.


'몬스터 헌터 월드'의 등장은 그야말로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 있어서 일대 센세이션이라고 할만했다. 앞으로의 몬스터 헌터. 그 기준을 재정립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몬스터 헌터 신작에 대한 정보가 공개될라치면 늘상 따라다닌 내용이 있다. 몬스터 헌터 월드2냐는 내용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몬스터 헌터 와일즈'는 환상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몬스터 헌터 월드2에 가장 가까운 게임이지 않을까 싶다. 시리즈에 큰 반향을 가져온 '몬스터 헌터 월드'의 많은 부분을 계승했을 뿐 아니라 '몬스터 헌터 라이즈'의 장점까지 적절히 가져온 사실상 완전체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몬스터 헌터 와일즈'는 기다림이 아깝지 않을 그런 게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 모든 무기가 공개된 건 아니지만, 무엇보다 '몬스터 헌터 월드'에서 2기단 당한 무기들도 없지 않나. 이것만으로도 가장 큰 단점 하나가 없어진 셈이다. 다만, 아직 이 게임에 대해 완벽히 파악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기껏해야 싱글 플레이 모드 30분, 멀티 자유 사냥 모드 30분. 수백 시간은 우스운 게임 시리즈인데 고작 1시간밖에 하지 않고 왈가왈부하기에 이르다고 생각한다.

'몬스터 헌터 와일즈'는 오는 2025년 출시 예정이다. 출시까지 아무리 적게 잡아도 4개월은 더 남은 셈이다. 그 사이 TGS라거나 더 게임 어워드 등 게임을 알릴 쇼케이스는 얼마든지 있다. 여전히 궁금한 부분이 많다. 남은 시간, 그 모든 궁금증을 해결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