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퍼스트 디센던트’, 다듬고 또 다듬었다
김수진 기자 (Eonn@inven.co.kr)
넥슨의 루트슈터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가 6월 초 미국 LA에서 진행된 서머게임페스트 쇼케이스를 통해 신규 트레일러를 공개하고, 이어지는 미디어 행사인 플레이데이에서 시연 버전을 선보이면서 글로벌 시장을 향해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두 차례 베타 테스트를 통해 콘텐츠를 추가하고 개선하면서 완성도를 끌어올린 퍼스트 디센던트, 출시를 목전에 둔 지금, 개발팀이 보여주고자 하는 퍼스트 디센던트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SGF 플레이데이 현장에서 퍼스트 디센던트 이범준 PD와 인터뷰를 통해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Q. 서머게임페스트 쇼케이스에서 공개된 트레일러에 대한 현장 반응이 정말 좋더라. 인게임 영상과 음악 박자 등을 잘 활용한 것 같은데, 누구의 기획인지 궁금하다.
= 트레일러는 개발팀이 다 만들고 있다. 프로젝트 초기부터 연출팀이 중요하다 생각했기에 일찍 세팅했다. 그 이후 모든 트레일러를 개발팀에서 직접 다 제작했다. 이번에는 출시 트레일러인 만큼 공을 엄청 많이 들였다. 그동안 제작을 이어오며 쌓인 노하우를 포함해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하는 팀이 다 투입되어 만들었다. 6개월 가까이 만든 것 같다.
트레일러 컨셉은 다 같이 힘을 합쳐 세상을 구하는 느낌, 영화로 치면 어벤저스와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아무래도 협동 게임이고, 캐릭터도 많지 않나. 음악도 영상 작업자가 직접 하나하나 들어보고 선정한 것이다.
그렇게 기본부터 기획했기에 영상과 음악의 박자가 정확히 들어맞으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살려낼 수 있었다. 내부에서도 정말 잘 만든 것 같다며 반응이 좋았다.
그리고 SGF 킥오프쇼처럼 글로벌 대상의 쇼케이스, 이런 행사에 가 본 게 처음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현장에서 함께 호응하고 즐기는 모습이었다. 신기한 경험이자 참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Q. 콘솔에 글로벌, 거기다 루트슈터, 게임 개발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정말 모든 과정이 힘들었다. 루트슈터 개발은 당연히 처음이었고, 콘솔 게임도 개발은 해봤지만, 출시는 못했었다. 그럼에도 퍼스트 디센던트의 비전 자체는 초기 개발을 시작할 때 이미 다 설정했었다. 루트슈터, 콘솔 지원, 글로벌 출시, 이 모든 것이 초기 목표다.
다만 실현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개발 기간 엔진도 언리얼4에서 5로 바뀌었고, 플레이스테이션도 4에서 5가 출시됐다. 그렇게 많은 것들이 바뀌는 것들, 그 부분이 참 어려웠다.
엔진을 업그레이드한 뒤 첫 번째 CBT를 했었는데, 최적화를 잘 못해서 정말 부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당시에는 스트레스도 꽤 받았지만 그 뒤로 열심히 개선하고 또 개선했다.
Q. 지난 테스트에서 글로벌 반응이 어땠는지 알 수 있나. 그중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 테스트를 하고 일주일이 채 안 돼서 유저들과 라이브 채팅을 했는데, 페인트 랜덤 조합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나 부정적이라, 그 부분이 게임의 인상을 안좋은 방향으로 깎아내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해당 시스템을 거두절미하고 삭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빠르게 결정해서 전달했다.
RPG 요소가 있다보니 장비 관리 등 이런 부분의 UX를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한 불만 사항이 오히려 전보다 더 많더라.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특히 인벤토리가 너무 작은데다가 돈을 받고 팔다 보니 그에 대한 유저 불만도가 매우 높았다.
그래서 기본 용량을 늘리기로 했고, 장비를 관리할 때 불편한 부분도 개선하려 한다. 이렇게 유저들의 피드백을 통해 게임을 고쳐나가고 있다. 장비 툴팁, 인벤토리 등 직접 플레이하는 데 불편한 부분들을 출시 전까지 강하게 개선해서 선보일 계획이다.
출시가 목전이다 보니, 유저들이 직접 본인들이 할 게임이라는 생각을 해서 더 꼼꼼하게 봤던 것 같다. 실제로 플레이 의향을 묻는 질문에 10점 만점에 9점이 나올 정도로 높았다.
Q. 스토리를 수정했다고 들었다. 혹시 그전의 약점이 무엇이라 생각했고, 그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어떤 점을 신경 써서 수정했는지 알고 싶다.
= 스토리의 경우 확실히 반응이 좋아졌다. 그동안 피드백이 꾸준히 있었기에 정말 몇 차례에 걸쳐 개선하고 또 개선했다.
계승자가 굉장히 많지 않나. 그들이 NPC 캐릭터로 다 등장한다. 대화할 때 나타나는 성격이나 말투 등도 원래 설정에 있는 걸 반영했다. 그렇게 미션을 통해 계승자들끼리 서로 교류를 하는 부분이 제가 보기에도 괜찮았고, 플레이어들의 평가도 좋은 편이었다.
퍼스트 디센던트의 메인스토리는 심플하다. 이런 심플한 기본 라인에 개성적인 캐릭터라는 살을 붙여서 전체적인 퀄리티를 높이고자 했다. 그리고 계승자들의 개별 설정을 살려 하나씩 스토리 퀘스트로 만들어내고 있다. 버니를 시작으로 시즌마다 계속 추가할 예정이다.
Q. 테스트 후 피드백을 바로 적용하는 것 같다. 이렇게 빠른 수정은 어려운 일일 텐데,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 피드백을 받아 테스트 때마다 바꾸고 있다. 다만 영어 피드백이 많기 때문에 정리를 먼저하고 수습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10만 건이 넘는 피드백이 왔다. 그걸 모두 받아서 분석하고, 게임의 부족한 부분과 약한 부분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이유는 또 무엇인지 확인한 뒤 개선하고 있다.
피드백 확인이 지연될수록 속도도 떨어지니까 최대한 빠르게 진행 중이다. 석 달째 크런치 중이라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더는 출시 전 피드백을 적용할 기회가 없기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Q. 루트슈터는 워프레임, 보더랜드, 데스티니 등 대표 게임이 확실하게 있는 장르다. 퍼스트 디센던트만의 루트슈터로서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 퍼스트 디센던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하이 퀄리티 비주얼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해 협동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중 전투의 경우, 추구했던 가치는 스피디한 액션이었다. 건플레이와 함께 그래플링 훅이나 스킬 등을 통한 이동으로 속도감이 빠른 액션을 제공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러한 액션을 기반으로 거대 보스를 잡는다는 게 초반 퍼스트 디센던트의 컨셉이었다. 이런 식으로 구성된 게임이 없다 보니, 돋보이게 만들고 싶었다.
퍼스트 디센던트의 전투는 굉장히 부드럽고 스피디하다. 빠르고 호쾌하고 시원시원한 전투를 만드는 게 목표였기에 그래플링 훅은 반드시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거대 보스, 그래플링 훅, 스피디한 전투, 이 세 가지가 퍼스트 디센던트의 핵심이다. 물론 이를 선보이기 위해 다양한 게임에서 영향을 받았다.
Q. 루트슈터는 아무래도 반복적인 파밍이 필수가 된다. 그 과정에서 지루함을 덜어내기 위해 어떤 요소를 신경 썼나.
= 과거 MMORPG를 만들 때는, 반복 플레이라는 게 좀 부정적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루트슈터의 경우 플레이하는 유저층이 코어하기에 이미 유저 스스로 그런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실제로 테스트 7일을 연달아 플레이한 후 인증하는 유저들도 있었다. 루트슈터를 정말 많이 하고, 즐기는 팬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유저들이 느낄 반복에 대한 부담감은 없애고,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고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지를 찾아내려 고민했다. 그래서 캐릭터 간 전투 스타일을 다르게 하고, 보스와 같은 엔드 콘텐츠를 많이 만들었다. 인스턴스 던전도 16개를 난이도를 나눠서, 여기에 옵션까지 바꿔서 할 수 있게 제작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라이브 업데이트 역시 계속 진행하고, 계승자나 신규 무기 스킨 등도 매달 업데이트 할 계획이다. 크게는 3개월 단위 시즌으로 큰 콘텐츠 업데이트를 비롯해 메인 스토리와 신규 계승자 스토리 역시 선보일 생각이다. 출시, 첫 번째 시즌, 두 번째 시즌 등의 준비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스펙적으로도 이미 정해져 있다.
어떻게 해야 이를 원활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은 있다.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위해 프로세스와 팀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이에 대한 고민이다. 퍼스트 디센던트 팀에는 190명 정도가 함께하고 있다. 연출이나 사운드 등도 포함되어 있어서 팀 규모가 크다.
Q. 퍼스트 디센던트의 BM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 부탁한다.
= 유료 스킨을 제외하면 인게임 보상으로 거의 모든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얼티밋 캐릭터도 인게임에서 만들 수 있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 스킨은 게임으로 얻을 수도 있고, 배틀 패스로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보급품 상점이라는 게 있다. 시즌 과제같은 걸 하면 코인을 모을 수 있는데, 이를 모아 스킨이나 아이템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상점이다. 성장 부스팅하는 아이템도 있다.
그래서 페인트 랜덤 조합이 너무 튀는 요소로 보여졌고,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정말 많이 나오더라. 그래서 아예 빼버리고 시작하자고 이야기가 마무리됐다.
Q. 마지막 테스트에서 아직 콘텐츠적으로 아쉽다며 테스트를 한 번 더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반응도 있었다. 아무래도 글로벌에 어필할 좋은 게임이 나오길 바라는 국내 팬들의 바람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글로벌 기준 루트슈터는 게임이 잘 안 나오는 장르다. 그러다 보니 이 장르를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해야 하는데, 게임이 많지 않아 아쉬워한다.
그래서 퍼스트 디센던트에 대해서도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일단 출시해서 게임을 할 수 있게 해달라며, 부족한 건 라이브서비스 중에 추가해도 된다는 이야기가 보편적으로 많이 나왔다.
준비를 많이 하는 것도 좋지만, 적절한 시기에 내는 게 좋다고 본다. 이미 너무 많이 미뤘다는 이야기도 있다. 개발자로서 적절한 선, 여기까지 하고 출시해야 한다는 선을 짚어야 했다. BM 역시 출시 전이라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냥 다 보여주고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하자는 마음으로 공개했다.
그 덕분에 피드백을 통해 많은 것을 개선할 수 있었다. 최적화도 정말 많이 노력했기에 플레이어 반응이 궁금하다.
Q. 마지막으로 퍼스트 디센던트를 기다리는 플레이어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 개발한 지 5년 정도 됐다. 확실히 긴 시간이고, 처음 예상보다도 분명 오래 만들었다. 첫 테스트 후 제 생각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았으니, 그 기대를 저버리면 안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래서 직접 나서서 소통하고, 피드백을 통해 많은 점을 개선하고자 했다.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게임이 되고 싶다. 글로벌 반응을 보면서 모두 함께, 같이 빌드업해나가는 게임이 되고자 한다. 다들 재미있게 해보셨으면, 다양한 캐릭터들을 다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계속 캐릭터도 업데이트하고, 스토리도 업데이트할테니 퍼스트 디센던트 꾸준히 즐겨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