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관세'가 현실이 됐다.
미국 현지 시각으로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무역상대국 57개국에 최대 50% 상호 관세 및 그외 국가에 일괄 1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붙는 10% 관세는 우리나라 시각으로 5일 오후 1시부터 발효됐으며, 상호 관세의 경우 오는 9일 오후 1시부터 발효된다.
그로 인한 파장은 컸다. 4월 2일 발표 후 나스닥종합지수는 11% 하락하고, 지난 3일부터 3거래일 연속 급락했다. 현지 시각으로 7일 장에서는 S&P지수도 지난 2월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코스피 지수도 7일 기준 2328선으로 1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주요 게임사도 4월 2일 발표 이후 연일 하락세를 보이는 등 게임업계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하드웨어 쇼크 - 환율에 관세까지
주식이나 경제 지표 등은 일반 소비자에게는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주주가 아니면 그 영향력을 받기까지 몇 단계를 거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사태는 상품에 매겨지는 관세와 엮인 만큼, 일반 소비자들도 그 영향력을 피부로 바로 느끼게 된다.
가장 먼저 언급되고 있는 것이 하드웨어 가격 상승이다. 이미 환율 인상의 영향으로 그래픽카드 등 주요 부품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까지 더해지면서 가격이 더욱 오를 여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콘솔 및 PC에 들어가는 반도체 생산지가 상호 관세에 영향을 받는 지역들인 만큼, 그만큼 미국 내 가격이 상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가격은 이후에 자세하게 설명하게 될 이유로 글로벌적으로 적용될 확률도 높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에 대해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라는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이루어질 확률이 적다. 미국의 시간당 임금은 약 30달러로, 약 6달러 정도인 중국과 약 1달러 정도인 베트남에 비해 훨씬 높다. 여기에 공장을 새로 이전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까지 고려하면, 미국에 생산 설비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그 대표적인 예가 닌텐도다. 닌텐도는 일찌감치 스위치 생산기지 일부를 중국은 물론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도 옮긴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발표로 일본에 24%, 베트남에 46%, 중국은 기존 20%에 추가 34%로 총 54%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됐다.
그에 따라 '닌텐도 스위치2'의 미국 판매가도 변동될 여지가 생겼다. 더그 바우저 닌텐도 아메리카 사장은 최근 미국 IT 전문 미디어 더 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일 발표한 닌텐도 스위치2의 가격이 관세가 반영되지 않은 가격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와 관련해 더그 바우저 사장은 "많은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그게(관세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관세가 적용된 '닌텐도 스위치2'의 미국 내 판매가가 얼마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닌텐도 스위치의 생산 라인을 고려하면, 가격이 급상승할 확률이 높다. 단순 계산으로 최저치를 계산해도 24%가 상승, 부가가치세 별도로 449.99달러에서 508달러(한화 약 74만 5천 원)로 오른다. 이는 닌텐도가 일본 기업임을 감안, 일괄적으로 일본산 제품으로 관세를 적용했을 때의 이야기다. 여기에 부가가치세까지 포함하면 560달러(한화 약 82만 원) 이상으로 책정된다. 일본 내수 버전이 49,980엔(한화 약 50만 원)이니 60% 이상 더 비싸지는 셈이다.
만일 부품 생산지 기준으로 잡는다면, 그보다도 더 비싸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중국에 추가로 50% 관세를 더 붙이겠다고 예고한 만큼, 이런 조치까지 반영되면 미국 내 가격이 한화로 100만 원 이상으로 훌쩍 뛰어버릴 수도 있다.

상상 이상으로 비싸지는 가격과 '슈퍼 301조' 부활의 가능성
하드웨어의 가격 인상은 기기뿐만 아니라, 실물 디스크 및 다양한 부속품에도 적용된다. 컨트롤러 및 주변 기기 생산 또한 관세 대상국에서 주로 제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상호 관세 발표에서 캐나다, 멕시코가 빠지면서 실물 디스크 가격 인상 우려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소매점에 판매되는 실물 디스크 다수는 멕시코에서 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편,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은 스마트폰 부문에서는 큰 타격을 입힐할 전망이다. 애플은 생산설비 대부분을 중국에 두었고,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 다수를 베트남에서 제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IT 분석 전문지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아이폰16 프로의 원가는 550달러로, 대 중국 관세 부과시 약 300달러가 추가 된다. 이는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 50% 추가분을 제외한 수치로, 이를 더하면 약 572달러가 추가 된다. 아이폰16 프로 미국 내 소비자가가 1100달러인 만큼, 기존값대로 팔면 오히려 22달러의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다. 자연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이러한 여파를 줄이기 위해 생산 기지를 인도로 옮기는 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인도도 26%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어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간 글로벌 상품 다수가 미국 가격을 기준으로 했던 만큼, 관세로 인한 미국 내 소비자 가격 인상은 자연히 글로벌 가격 인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이 왜 굳이 그래야 하는가?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글로벌 가격에 대해서도 미국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 트럼프 이전부터 미국은 글로벌 가격을 미국과 차등을 두는 등 차별 무역이 벌어지면 강경하게 대응했던 나라였기 때문이다. 90년대 후반, 국내 자동차 산업계를 떨게 했던 '슈퍼 301조'가 그 예다.
'슈퍼 301조'는 FTA 등 자유무역이 일반화된 2000년대 이후로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그러나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관세를 강경하게 밀고 나아가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황을 보면 자국에 취해지는 차별 무역에 대해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아직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언급하지는 않지만, 이미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다음 번에 닥칠 최악을 미리 염두에 두고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변수 - '디지털세'에 대한 보복관세
여러 매체 및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타국에 적용한 관세 공식을 무역 적자/수입 총액을 다시 2로 나눈 뒤 반올림해서 맞춘 값으로 보고 있다. 즉 이번에 책정된 관세는 어느 특정 항목을 두고 한 것이 아닌, 전체 무역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개별 항목에 대한 보복 관세까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보복 관세 품목으로는 국내에서는 주로 자동차, 철강이 언급됐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겨냥하고 있는 분야가 또 하나 있다. 바로 '디지털세'다.

디지털세는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에 영업 이익이 아닌 매출에 따른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들이 법인세를 절감하기 위해 본사가 있는 미국이나 지사가 있는 아일랜드에 납부하고 있는데, 국제적으로 거둔 수익이 해당 국가 위주로 돌아가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개념이 2020년부터 점차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영국, 프랑스에서는 디지털세를 도입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페이스북은 프랑스에 10년 간 체납했던 법인세 1억 600만 유로(한화 약 1,500억 원)을 내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EU는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디지털시장법'과 불법 콘텐츠 유통 및 프라이버시 위반 등에 대해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디지털서비스법'을 마련했다. 더 나아가 올해에는 한층 더 강화된 규제인 '디지털 공정법'까지 발의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에 의거해서 일부 게임사에 시정조치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21일 '미국 기업과 혁신가를 부당한 해외 벌금과 불이익, 착취에서 보호하기 위한 지침'에 서명, 보복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인 2019년부터 2020년, 무역법 301조에 의거해 디지털세를 도입한 국가의 디지털 무역장벽 여부를 한 차례 조사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지침 서명과 함께 재조사를 명령, 조치에 취할 준비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에서는 "비상호적 세금이 미국 기업에 연간 20억 달러(한화 약 2조 8,0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입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해당 지침에는 우리나라에 대한 언급은 없으나, 디지털세 부문은 우리나라도 무관하지 않다. 미 무역대표부(USTR)이 우리나라의 지리 정보 반출 금지 및 외국 기업에 대한 망 사용료 부과 움직임이 비관세 장벽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건 플랫폼 규제에 대해서 문제 삼는 등, 상당히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서 여파가 있을 예정이다.
아직 디지털세에 대한 보복관세는 예고만 들어왔을 뿐, 정확한 내용은 아직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가 지난 임기 때부터 눈독을 들여놓은 상태고, 글로벌 디지털 서비스 및 플랫폼, 인터넷 등 핵심 분야와 연관된 만큼 어떤 산업이든 피해가기 어렵다.
만일 '디지털세'에 대해 보복관세를 매긴다면 어떻게 될까. 그나마 이상적(?)인 시나리오라면 디지털세 관련 협상을 통해 보복관세를 철회하는 것이겠지만, 현 상황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못하다. 유럽은 이미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경계해 다양한 법안을 마련해둔 상태고, 그 일환으로 디지털세를 부과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해 공산품에 대해서는 무관세로 하는 등 여러 안을 언급했지만, 미국이 '부가세를 내려라'는 등 강경한 자세로 나오고 있어 EU도 점차 보복관세를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디지털세에 대해 미국이 강경하게 보복관세를 매겼을 때, 유럽 역시도 디지털세를 더욱 강화하거나 미국의 디지털 빅테크 기업 및 디지털 서비스, 상품에 대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만일 그렇게 되면 서비스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해당 서비스와 엮인 부가 서비스와 상품까지도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취할 디지털세에 대한 보복관세와 조치의 내용에 따라서 디지털 서비스의 방향성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

미국의 빈 자리를 노리고 있는 중국, 상황은 '글쎄'

2024년 9월 한국 콘텐츠 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미국 게임 시장은 467억 원 달러 규모로, 이는 현재 전세계 게임 시장의 25%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리고 중국이 466억 달러 규모로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여러 안을 준비 중이다. 우선 이번 트럼프 관세에 대해서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는 한편, 타국에서 들여오는 935개 수입품목에 대한 관세를 내렸다. 그 전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총 38개국에 무비자 입국 혜택을 제공하고, 제조업 및 의료 부문에 외국인 투자 제한을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20일에는 반외국제재법과 함께 해외 IP 분쟁 해결을 위한 국무원령이 통과됐다. 반외국제재법은 외국이 지재권 분쟁을 구실로 중국을 억제하거나 차별할 경우 반격 조치 및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한 법안이다. 이와 달리 해외 IP 분쟁 해결을 위한 국무원령은 중국이 가입한 국제 조약에 따라 IP 분쟁 중재 및 조정 등 다양한 해결 방식을 지원해야 하며, 분쟁 해결을 위해 외국 정부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중국 IP 및 사업 보호와 해외 기업의 유치를 위한 조치를 투트랙으로 발표한 셈이다. 이후 3월 29일에는 시진핑 주석이 글로벌 CEO 30명을 만나 개혁 개방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게임 산업 관련해서도 부정적인 기조가 점차 바뀌고 있다. 2023년부터 점차 판호뿐만 아니라 국내 및 해외 게임들의 중국 현지 오프라인 이벤트 개최까지 개방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23년 12월 22일에는 국가신문출판서가 각종 규제안을 담은 '온라인 게임 관리 대책'을 발표했다가 취소하고, 안건 제시자인 중앙 선전부 간부를 즉각 해임하는 등 업계의 상황을 고려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 시장은 여전히 변수가 많은 만큼, 미국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대안이 될지는 미지수다. 그나마 무비자 확대 및 판호를 점차 열고 있긴 하지만 현지 파트너사를 통해 '판호'를 받아야만 출시할 수 있는 제약은 여전하다. 또한 시장이 닫혀있는 동안 파편화되어 독자적으로 발전한 플랫폼과 유저 커뮤니티 그리고 변화된 트렌드를 외국에서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기조는 그간 '황금 방패'로 대변되는 중국 정부의 통제 정책과 맞닿아있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로 다가온 관세, "최선을 희망하되 최악을 대비하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글로벌로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게임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주요 업체들의 하락세는 물론,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이미 그 여파가 반영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당장 오는 6월 5일 출시하는 닌텐도 스위치2의 미국 출시 가격도 불확실해졌고, 그래픽카드를 비롯한 하드웨어 가격은 하락할 낌새가 없다. 물론 하드웨어 가격은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관세 이슈가 더해지면서 앞으로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 힘들어졌다.
여기에 게임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디지털 서비스와 엮인 조치가 또 하나 남아있으니, 타 분야 대비 덜 언급이 되고 있다고 해도 게임업계가 그 영향을 미처 피해가기란 어렵다. 이 충격을 줄이기 위해 다른 시장을 둘러보아도 대안을 찾기도 어렵다. 2위 시장인 중국이 미국의 보호무역에 맞서 점차 개방하고 있지만, 중국의 정책 기조는 '통제'였고 그에 기반해서 독자적으로 시장이 구축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대체되긴 힘들다.
이미 '최악'이라 상정했던 관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 70개국에서 관세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곧 하루 뒤(9일)면 또 한 차례 관세가 발효되는 만큼 카운트다운 내로 극적인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선을 희망하되, 최악을 대비하라"는 오랜 격언이 딱 맞는 시기인 셈이다. 그런 만큼 게임업계에서는 관세와 그 이후에 다가올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그 여파를 최소화할 길을 찾아나설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그 변화가 계속되었을 때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이 가게 될까, 그 답을 찾는 터널은 좀처럼 출구가 보이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