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각으로 15일 새벽, 1주 간 진행되는 '스팀 넥스트 페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벌써 몇 차례 진행된 이벤트인 만큼 게이머 여러분들도 아마 이름 정도는 들어 보셨을 텐데요.

다만, 미리 알아보시지 않았다면 정확히 어떤 이벤트인지는 다소 어렴풋하실 겁니다. '인디 게임을 위한 것인지?' 혹은 '신작을 위한 것인지?'부터 출품되는 작품의 기준이나 출품 과정이 다소 모호하게 다가오기 마련이죠. 출품을 노리는 개발사 입장에서야 그리 어려운 지식이 아니지만, 소비자로서 행사를 접할 게이머들은 '이 게임들이 왜 여기에 있을까?'를 한 번쯤 고민해봄직 합니다.

이에, '스팀 넥스트 페스트'란 무엇인지, 그리고 이번 행사에서는 어떤 게임들이 스팀 넥스트 페스트의 문을 두드렸는지, 두 편에 걸쳐 설명드려볼까 합니다.


'스팀 넥스트 페스트'는 무엇인가?
'출시 예정작들의 축제'라는 부제의 뜻


'스팀 넥스트 페스트'는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행사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두 주체의 필요가 만나며 만들어진 행사입니다. 개발사, 그리고 플랫폼이죠.

'게임 개발과 성공적 출시'는 어떤 수사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난해한 과정입니다. 모호하게 느껴지는 성공의 향기를 쫓아 어둠 속에서 외나무 다리를 타는 것과 비슷하죠. 발이 미끄러지면 휘청하고, 길을 잘못 들면 헤매게 되며, 크게 넘어지면 일어서지도 못합니다.

모든 게임이 그런 건 아닙니다. 흔히 말하는 '대형 개발사'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위험을 회피하기 마련이죠. 하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승천을 꿈꾸는 이들, 쇼앤프루브가 필요한 새내기 개발자들은 어떻게든 이 위험천만한 고행의 길을 조금이나마 저렴하면서도 안전하게 가고 싶어 하기 마련입니다.

▲ 인디 게임만 있는 건 아닙니다. 알려진 게임들도 상당수 출전

때문에, 개발사는 출시 전 게임을 검증 받고 잘못된 부분을 고칠 만한 기회의 시간을 갖고 싶어합니다. 개발사의 니즈입니다.

여기에, 플랫폼인 '스팀'을 운영하는 '밸브'의 니즈가 겹칩니다. 흔히 'ESD(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라 불리는 온라인 디지털 유통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새로운 타이틀을 최대한 많이 유치하는 겁니다. 단순히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내는 것 외에도 온라인 게임 유통 시장의 헤게모니를 가져오고, 또 유지하는 건 무엇보다 중요하죠.

스팀이 그걸 해왔고,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이를 노리고 있습니다. 스팀으로서는 에픽게임즈의 공격적인 행보에 제동을 걸고, 앞으로 출시될 게임들을 선점하며, 나아가 개발자들을 '스팀웍스'라는 개념으로 잡아두기 위한 수단으로서'스팀 넥스트 페스트'를 마련한 것이죠.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출품하려면?
개발자 계정, 체험판 준비하고 출시 예정 도장 꾹

'스팀 넥스트 페스트'의 진행은 이렇습니다. 조건을 맞춘 개발사가 게임을 출품하면, 소비자는 기간 동안 마련된 특별 페이지에서 출품된 모든 게임의 체험판을 플레이해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게이머 리뷰와 다양한 플레이 데이터가 수집되고, 개발사에게 전달됩니다.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양호한 상태의 Steamworks 개발자 계정과 연결된 게임
- 참가 신청 시, Steam에서 '출시 예정'으로 공개 표시한 게임
- 축제 시작에 맞춰 플레이가 가능한 공개 체험판이 준비된 게임
- 축제가 종료되는 시기 후에 출시 예정인 게임


▲ '스팀웍스'와 연결된 계정은 필수

여기에 한 가지 숨은 조건이 있습니다. '스팀 넥스트 페스트'는 2월, 6월, 10월에 한 번 씩 1년에 총 3번 진행됩니다. 그리고, 개발사는 게임을 단 한 차례만 출품할 수 있습니다. 스팀에 입점할 게임 개발자들을 위한 한 번의 무료 테스트 행사인 셈이죠.

개발사 입장에서는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출시까지 아직 꽤 시간이 걸릴 타이틀이라도, 개발 방향이 모호해졌다면 피드백을 얻기 위한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고, 출시를 눈 앞에 두고 마지막 QA를 위한 기회로 쓸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포인트가 있습니다. PR 수단으로서 '스팀 넥스트 페스트'를 어떻게 활용할지죠.

'스팀 넥스트 페스트'는 차트 기능을 제공합니다. 이는 곳, 현재 출시 예정작 중 어떤 작품이 가장 주목받고 있으며, 어떤 게임이 가장 많은 '찜'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이 차트에서 위에 있을수록 홍보 효과는 커지기 마련이며, 출시 후 반응도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 단 한 번 출전 가능한 만큼 최적의 시기를 노려야 한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좋은 피드백과 기대를 받기 위해서는 게임의 완성도가 따라줘야 하고, 개발 기간이 아직 많이 남은 게임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너무 개발 기간이 촉박한 게임들은 피드백 수집이 되더라도 이를 반영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죠.

때문에, 개발사들은 이 귀중한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 최대한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 '스넥페'를 보아야 할까?
미래 트렌드를 볼 수 있는 가장 상세한 지표

개발사와 플랫폼의 니즈가 엮이면서 만들어진 행사이지만, 게이머와 업계 종사자 입장에서도 '스팀 넥스트 페스트'는 주목할 만한 행사입니다. 출품되는 모든 게임이 '출시 예정작'이기 때문이죠.

가령, 이번에 열린 2024년 10월의 스팀 넥스트 페스트는 총 2,701개의 게임이 출품되었습니다. 어나더 레벨의 대작들은 굳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걸 감안해도, 올해 말과 내년 초까지 출시되는 게임의 수를 대충 파악할 수 있죠.

그보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게임이 '장르'에 따라 구분된다는 겁니다.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는 출품작들이 각각 어떤 장르 태그를 지니고 있는지, 수치로 보여줍니다. 올해 출품된 작품 중 '액션' 태그를 지닌 작품이 몇 종인지, '스포츠'태그의 작품은 몇 종인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죠. 이를 필터링해 원하는 하위 장르의 게임 숫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액션'과 '어드벤처'가 몇 종인지를 넘어 '캐주얼 액션'은 몇 종인지', '스포츠 시뮬레이션'은 몇 종인지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죠.

▲ 자세하게 구분된 장르 태그

때문에, '스팀 넥스트 페스트'를 들여다 보는 것 만으로 우리는 앞으로의 게임 시장에서 어떤 장르의 게임들이 대세를 이루게 될 것인지를 어렴풋이나마 엿볼 수 있습니다. 완전히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대략적인 방향은 알려주는 다소 거친 이정표인 셈입니다.

올해 행사의 경우 최상위 장르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태그는 '어드벤처', '그리고 '액션'입니다. 액션이면서, 동시에 어드벤처인 게임도 400종이 넘게 출품되었죠. 2024년 말, 2025초로 이어지는 F/W시즌에 게임 시장에 가장 많이 등장할 게임들은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라는 뜻입니다.

동시에, '캐주얼' 태그 또한 1천 종이 넘는 게임이 출품되었지만, 크게 겹치는 다른 태그 없이 골고루 섞입니다. '캐주얼 어드벤처'가 240 종, '캐주얼 액션'이 260 종이며, '캐주얼 시뮬레이션'도 200 종이 넘죠. 이전 행사의 태그별 비율과 비교해 보면, 게임 시장의 전체적인 흐름이 더 '캐주얼화'되어가는지, 혹은 더 '코어화'되어가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 필터링을 통해 다양한 조건을 충족하는 게임 수량 파악도 가능하다


게이머, 개발사, 플랫폼
세 그룹이 모두 윈-윈하는 행사

단순히 장르 구분을 통한 트렌드 파악 외에도 '스팀 넥스트 페스트'는 수많은 지표를 보여줍니다. 차트를 통해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게임이 무엇인지 볼 수 있고, 어떤 아트 스타일이 뜨고 있는지, 한국어 지원 타이틀의 숫자는 어떻고, 그 비율이 점점 어떻게 나아가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죠.

출시 전, 게임을 검증하고 동시에 알리고 싶어하는 개발사의 니즈, 그리고 더 많은 개발사와 게임을 유치하며 주도권을 이어가고 싶은 플랫폼 스팀의 니즈가 맞물려 진행되는 행사이지만, 게이머와 게임 산업 종사자로서도 바로 다음 시기의 게임 산업을 엿보는 창구로 쓸 수 있는 기회인 셈입니다.

말 그대로 '넥스트 페스트'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행사입니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스팀이 주도권을 잃지 않는 한, 스팀 내에서의 트렌드는 곧 세계 게임 시장의 트렌드라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