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술을 넘어 사회 공헌까지, '유니티 포 휴머니티'
윤서호 기자 (Ruudi@inven.co.kr)
"우리는 크리에이터가 많아질수록 더 나은 세상이 된다고 믿는다"
유니티가 게임 개발의 보편화에 이어 내건 슬로건이다. 게임 엔진 개발사로 출발한 유니티는 지난 2019년부터 '유니티 포 휴머니티' 프로그램을 발족하고 2020년 소셜 임팩트 부서를 창립,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회 공헌을 위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에 집중하던 유니티가 왜 사회 공헌이라는 분야까지 그 운신의 폭을 넓혔고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지, 유니티 소셜 임팩트 부서의 제시카 린들 부사장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Q. 본인 소개와 함께 유니티 포 휴머니티(Unity for Humanity)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 현재 유니티 소셜 임팩트 부서의 부사장으로 있는 제시카 린들이다. 2012년에 유니티를 사회 공헌 분야의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회사를 운영했으며, 당시 변화를 이끌 수 유니티 플랫폼의 잠재력과 규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제는 유니티의 직원들과 유니티를 사용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나은 세상을 만드는 노력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유니티 포 휴머니티’는 이러한 활동의 하나로, 우리 주변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주도하는 수상자들에게 재정적 지원과 멘토 역할 및 확장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Q. 유니티는 게임 엔진과 기술 개발사로 잘 알려진 회사다. 그런데 사회 공헌과 휴머니티라는 주제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세계 곳곳에서 크리에이터들이 유니티를 사용하여 자신의 커뮤니티와 지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를 전하고 툴을 제작하고 있다. 그들이 그 프로젝트를 끝까지 완료하고, 도달 역량을 높여서 변화를 이끌고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유니티 포 휴머니티' 프로그램의 취지이다.
Q. 올해 ‘유니티 포 휴머니티 그랜트’ 수상작으로 ‘크랩 갓’이 선정됐는데, 어떤 점에 주목했나?
= '크랩 갓'은 사회 공헌을 위한 기획이 명확한 프로젝트로 주목을 받았다. 게임 그래픽도 탁월했고, 그 실현 가능성과 도달 잠재력 또한 높다고 평가했다.
크랩 갓을 개발한 카오스 씨어리 게임 스튜디오는 게임의 사회 공헌 기능이 어떻게 다양한 UN SDG(UN 지속가능발전목표)에 직접 부합하는지를 강조해왔다. 이들의 프로젝트는 게임의 생산 및 소비에서 발생하는 모든 배출을 상쇄하는 기후 조치에 중점을 두었으며, 플레이어가 직접 소액 기부를 통해 환경 보호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계획도 마련해두었다. 게임플레이를 통해서 해양 환경 보호에 공헌하는 활동을 체험하는 것을 넘어 여러 방안까지 구상한 그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Q. ‘유니티 포 휴머니티’에서 선정된 프로젝트에는 어떤 지원이 제공되나?
= 유니티 포 휴머니티 수상자들에게는 프로젝트의 출시를 지원할 목적으로 총 50만 달러의 보조금을 나눠서 제공한다. 또한 유니티의 기술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술 지원과 멘토 역할을 제공해 크리에이터가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유니티의 도달 역량을 토대로 더 많은 대중에게 프로젝트를 전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Q. ‘유니티 포 휴머니티 그랜트’에 출품하기 위한 프로젝트 요구사항과 프로젝트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 유니티 외에도 언리얼, 퀼 등 RT3D 플랫폼으로 제작된, 사회 공헌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장르의 프로젝트는 출품 자격이 있다. 게임, XR, 영화 등 양식에 제한은 없다. 여기서 사회 공헌이란 UN SDG 중 하나 이상을 지원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지원 자격을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컨셉 구상 이후 프로토타입 또는 데모를 갖춘 제작 상태이거나 제작 또는 제작 이후 단계에 있는 프로젝트만 가능하다. 그리고 ‘유니티 포 휴머니티 그랜트’의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 비전(25%): 프로젝트에서 창의적인 비전과 휴머니티에 대한 열정을 명확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 영향력(25%): 프로젝트의 사회 공헌 목표가 확고하고 UN SDG에 부합하는 주제 의식을 가진다.
- 포용성(25%): 지원자는 제작 과정 및 폭넓은 사회 공헌 목표 내에서 의식적으로 포용성을 고려해야 한다.
- 실현 가능성(25%): 프로젝트의 제작 목표가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해야 한다.
Q. 2022년까지는 ‘유니티 포 휴머니티 서밋’이 계속되었으나, 2023년에는 Unity 6를 비롯한 다른 주요 발표에 밀렸던 것 같다. 2024년에는 ‘유니티 포 휴머니티 서밋’이 다시 진행될지 궁금하다.
= 2024년에는 ‘유니티 포 휴머니티 서밋’이 진행되지 않을 예정이지만, 9월 18부터 20일까지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는 ‘유나이트 2024’와 올해 열리는 로컬 커뮤니티 이벤트를 통해 사회 공헌의 성과를 선보일 예정이다.
Q. 사회에 대한 환원을 생각하면 보통은 기부를 떠올리는데, 유니티는 어떻게 크리에이터에 대한 지원을 고려하게 되었는가?
= 우리는 크리에이터가 많아질수록 더 나은 세상이 된다고 믿으며, 누구나 어디서든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해왔다. 회사 창립 초기부터 이러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비로소 Unity Charitable Fund에서는 사회 공헌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재정적 수단을 지원하고 있다. 자선을 통한 기부 외에도 유니티는 사회 공헌 크리에이터 Discord 커뮤니티, 월간 웨비나, 수상자들에 대한 기술적 지원 등을 통해 크리에이터를 총체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단순한 자금 지원만으로는 크리에이터가 비전을 달성하는 데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없는 만큼, 유니티는 이러한 총체적 지원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Q. ‘유니티 포 휴머니티’ 소개문을 보면 ‘실시간 3D’ 분야가 많이 언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시간 3D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는가?
= ‘유니티 포 휴머니티’에서 ‘실시간 3D’를 강조하는 이유는 유니티의 핵심 기술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실시간 3D는 3D 콘텐츠를 즉각 생성하고, 보고,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이 기술을 강조한 이유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과 다용성, 혁신 및 참여 유도 등 여러 가지 이유에서였다.
우선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라는 차원에서 보자. 인터랙티브 몰입형 스토리텔링에 실시간 3D를 활용하면 기존 2D 미디어보다 더 깊은 수준에서 사용자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사회 공헌을 촉진하는 프로젝트에서 이러한 장점이 유효한데, 주제로 다루는 문제에 대해 더 강렬하고 감정 이입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적이면서 영향력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작해서 보여줄 수 있다고 봤다. 또 유니티의 실시간 3D 기술은 그간 다양한 목적으로 여러 산업 전반에 활용되어왔다. 크리에이터들 또한 이를 활용해 광범위한 사회적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것이 기대했다.
Q. ‘사회 공헌’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게임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사용자가 흥미를 덜 느끼게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러한 장벽을 허물고 ‘유니티 포 휴머니티’ 수상작을 널리 알리기 위한 전략이 있는가?
= 비디오 게임은 사람들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강력하고 중요한 매체다. 다른 매체와 마찬가지로 게임도 플레이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 제작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임 설계의 특별한 점이라면, 항상 사람들과 인터랙팅한다는 점이다.
‘유니티 포 휴머니티’는 세상에 바라는 변화를 불러올 게임을 제작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번 달 말에 바로 이 주제에 관한 가이드를 공개할 예정이다. 많은 기대를 부탁한다.
Q. 2020년에 유니티 소셜 임팩트 부서가 창설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 또한 2021년에 ‘유니티 포 휴머니티 그랜트’ 수상이 시작된 이래로 선정되지 못했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 프로젝트로 무엇이 있었나?
= 2019년부터 ‘유니티 포 휴머니티’를 통해 사회 공헌 크리에이터에게 보조금을 제공해 왔고 많은 성공 사례가 있었다. 또한 트라이베카 영화제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크리에이터에게 여러 차례 보조금을 지원한 바 있다.
그 중 여러 사례를 꼽자면 우선 최근에는 ‘유니티 포 휴머니티’ 트라이베카 프로그램 수상자인 Novaya의 프로젝트 ‘Colored’가 2024 칸 XR 어워드를 수상했다. 그리고 정신 건강 코칭 게임인 Amaru는 Google Play에서 70만 회 이상의 다운로드 수와 평점 4.8/5.0을 기록하고 유니티의 보조금을 통해 게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료 키 2,000개가 제공되기도 했다.
여기에 2022 ‘유니티 포 휴머니티’ 수상자 A.MUSE의 프로젝트 Songs of Cultures는 베트남어, 독일어, 영어, 아랍어 및 우크라이나어로 현지화되었고, 해당 프로젝트의 YouTube 비디오 시리즈는 4백만 회의 노출수와 1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니티 포 휴머니티 수상작뿐만 아니라 여기에 출품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각각의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공헌하거나, 그 노력이 인정 받는 것 또한 기억에 남았다. 일례로 2021 Black Vision 수상자 중 하나인 Ado Ato Pictures의 타마라 쇼갈로우(Tamara Shogaolu)는 민권 시대의 미해결 사건과 여전히 정의가 구현되기를 원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멀티플랫폼(AR 설치, 영화, 팟캐스트 및 웹 경험) 프로젝트인 Un(re)solved를 선보였다. 이 프로젝트는 에미상을 수상했다. 또한 소아 물리 치료 AR 경험 Augment Therapy는 최근 프로젝트를 확장하기 위한 300만 달러의 추가 모금을 실현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Q. 사회 공헌과 공익 추구의 주제가 해당 연도의 사회 문제와 관련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올해 ‘유니티 포 휴머니티’ 출품작은 주로 어떤 문제를 다루고 있는지 알고 싶다.
= 매년 모든 UN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다루는 프로젝트가 출품되고 있으며,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정신 건강, 지속 가능성, 기후 변화, 교육, 성평등, 경제적 이동성, 평화 및 사회 정의를 비롯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프로젝트가 출품되었다.
Q. 유니티6가 올해 안으로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사회 공헌 측면에서 유니티6가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가?
= 유니티6를 통해 크리에이터가 이야기를 전하고 더 많은 대중에게 도달할 수 있는 툴을 더 많이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터는 유니티 게임을 웹 어디서든 실행할 수 있는 웹 런타임을 통해 모바일 게임의 도달률(reach)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Q. 유니티 엔진의 시초가 게임 엔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유니티 포 휴머니티’ 프로그램에 출품하는 크리에이터는 주로 어떤 유형인가? ‘유니티 포 휴머니티’ 출품작 중에서는 대체로 어떤 유형의 콘텐츠를 볼 수 있나?
= 전 세계 모든 유형의 크리에이터가 ‘유니티 포 휴머니티 그랜트’에 출품하고 있다. 사전 제작 단계의 프로젝트를 작업하는 스튜디오부터 제작 이후 및 확장 단계를 작업하는 스튜디오까지 여러 크리에이터가 게임, XR,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양한 문제와 주제를 다루는 콘텐츠를 출품한다. 앞으로도 모든 UN 지속가능발전목표 및 주제를 다루는 프로젝트가 계속 출품될 것으로 기대한다.
Q. 기술보다는 사회 공헌에 초점을 맞추는 프로그램인 점에서, ‘유니티 포 휴머니티’ 프로그램에 출품하려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기억해 둘 만한 권장 사항이 있다면 무엇인가?
= ‘유니티 포 휴머니티’의 선정 기준은 비전, 영향력, 포용성 및 실현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다양한 매체(모바일, AR/VR, 콘솔/PC), 주제 및 중점 분야(지속 가능성, 건강, 교육 등) 및 프로젝트 상태(사전 제작, 제작, 제작 이후)를 고려하며 수상작을 선정하고 있다.
Q. 유니티 소셜 임팩트 부서와 ‘유니티 포 휴머니티’ 프로그램이 앞으로 콘텐츠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는가?
= 우리가 사회 공헌 작업을 지속함에 따라 커뮤니티 또한 계속 강화되고 확장되리라 생각한다. 유니티가 더 간단하고 간편하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툴을 계속 개발함에 따라 더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Q. 한국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 이번 가작 중 하나가 한국을 배경으로 한 프로젝트였다. Waves of Jeju는 환경적 정의와 서로 다른 문화를 다루는 VR 게임으로, 한국의 제주도를 배경으로 해녀들의 경험을 살펴보는 독특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올해 유니티 포 휴머니티 그랜트의 두 가작 중 하나였으며, 한국에서의 출품작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더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유니티는 ‘유니티 포 휴머니티’를 확장하면서 더 많은 지역의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