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기] 체스형 전략+어부지리의 묘수 = '사우스 폴 비밥'
윤서호 기자 (Ruudi@inven.co.kr)
AI 솔루션 업체인 '센티언스'는 오늘(23일)부터 26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플레이엑스포 2024에서 자사가 개발 중인 턴제 전략 게임 '사우스 폴 비밥'을 선보였다.
'사우스 폴 비밥'은 2018년 출시된 인디 턴제 전략 게임 '인투 더 브리치'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9x9 보드 위에서 좀비의 공격을 피해 상대 캐릭터나 기지를 제거해야 승리하는 체스 형태의 게임이다. 이를 싱글플레이가 아닌 다른 유저 혹은 AI 봇과 경쟁하는 PVP 요소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게임의 배경은 지구온난화가 심해진 먼 미래의 남극으로, 얼음이 녹아서 그 밑에 잠들어있던 좀비들이 깨어났다는 설정이다. '인투 더 브리치'가 괴수들의 침공에 맞서는 과정을 그려낸 반면, '사우스 폴 비밥'은 좀비를 소탕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메인 기지를 먼저 부수거나 혹은 상대 캐릭터를 없애는 것이 주 목표가 된다.
이번 시연 버전에서는 여섯 종류의 유닛 중 셋을 고르고, 15장의 스킬 카드로 덱을 구성한 뒤 서로 전장에서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남극에 사는 여러 동물들을 귀여운 그림체로 묘사한 여섯 종류의 유닛들은 마치 체스의 말처럼 각자 특색이 뚜렷했다. 일례로 펭귄 무투가 '마하나'는 공격범위와 이동 가능 범위가 짧은 대신 공격력이 높고, 물개 포수인 '마카'는 원거리에서 십자 범위로 넓게 포격이 가능한 대신 인접한 적을 공격하지 못하는 제약이 있다. 펭귄 유도가 '호푸'는 자신의 앞에 있는 적을 뒤로 넘겨버리는 공격을 하거나, 녹색 물개 토니 실프라노는 사거리 안에 있는 적을 앞으로 당겨오는 등 특수한 기믹을 지닌 유닛도 있었다.
이런 유닛별 특색은 단순히 덱을 효율적으로 짜기 위해서 알아야 하는 것도 있지만, 상대방의 수를 읽고 대처하기 위해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상대 역시도 동일한 유닛 풀에서 덱을 구성해서 오기 때문이었다. 다만 아직 시연 버전이었기 때문에 사거리와 이동거리가 게임 내에서 바로 보이지는 않은 것은 아쉬웠다. 그나마 덱을 짤 때는 캐릭터 선택창 좌측 하단에 있는 예시 영상에서 그러한 정보들을 미리 보여주는 만큼, 이를 숙지해서 덱을 짤 필요가 있었다.
이미 영감을 받은 작품에 대해 언급한 만큼, 전체적인 플레이 양상은 '인투 더 브리치'와 유사했다. 각자의 기지 인근에 서로의 유닛을 하나씩 배치하고, 자신의 턴마다 마치 체스의 기물을 움직이듯 상대방을 공략하는 양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공격을 하면 단순히 피해만 입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공격에 맞은 상대방이 어떤 형태로든 이동하게 된다는 점이나, 그 이동 경로에 누가 서있으면 서있던 캐릭터나 밀려난 캐릭터 모두 피해를 입는 것은 인투 더 브리치를 했던 유저들이라면 익숙한 요소다.
그러나 이를 PVPVE로 재해석한 '사우스 폴 비밥'의 플레이 디테일은 생각보다 달랐다. 바둑이나 체스로 치자면 묘수풀이를 즐기다가 다른 사람과 실전으로 붙을 때 느끼는 감각과 비슷하다고 할까. 단순히 좀비를 때려눕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중앙에 놓인 좀비들을 뚫고 맞은 편에 위치한 상대방의 기지나 캐릭터를 제거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인데 1:1이 아닌 좀비가 껴서 1:1:1이 되는 형국인 만큼, 마치 배틀로얄 장르처럼 어부지리로 이기는 것도 가능했다. 실제로 상대방의 캐릭터나 건물을 부수는 것 외에도 좀비를 제거하면서 경험치를 얻고, 그걸로 스킬 카드를 해금해서 장비하는 식이니 몹을 죽이고 파밍하는 쿼터뷰 배틀로얄의 감각도 일부 느껴졌다.
그 어부지리는 '운'도 작용하지만, 그 운에만 쏠리지 않기 위해 '사우스 폴 비밥'에서는 어그로 시스템을 도입했다. 좀비를 죽이면 경험치를 얻고 그 경험치로 업그레이드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어그로도 끌게 되어서 좀비에게 집중 공격을 당할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그래서 초반에 좀비를 많이 킬해서 상대가 우세를 점한 상황에도 좀비를 오히려 적쪽으로 더 밀어붙여서 체력을 소진시키는 묘수도 있었다. 100% 확실하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턴 이후에 높은 확률로 좀비가 어떻게 행동할 것이라고 미리 알려주는 마크 포인트도 그런 수를 초보도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한 수였다.
아직 개발 중인 만큼, '인투 더 브리치'에서 여러 지형지물을 활용해서 전략적인 수를 짜내는 맛을 기대했던 유저에겐 다소 싱거울 여지는 있었다. 현재는 좀비가 출몰할 예정인 지역에 서있으면 체력이 1씩 다는 것과, 좀비를 물웅덩이에 빠뜨리면 바로 즉사하는 정도의 기초적인 기믹만 구현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격 범위가 잘 안 보인다거나, 자신의 턴이 종료되기까지 카운트 다운이 잘 안 보이는 등 UI/UX에서도 개선할 사항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그 정도의 간단한 기믹과 핵심 기능만 구현된 상태에서도 그때그때 바뀌는 전장의 흐름을 파악해서 최선의 수로 상대방을 공략하는 전략적인 재미는 확실했다.
또한 상대방 캐릭터나 좀비를 밀쳐내서 상대 캐릭터에게 추가 피해를 입히는 경우에 '체인' 보너스를 주는 등, PVP로 새롭게 풀어내고자 하는 시도도 엿보였다. '사우스 폴 비밥'은 이렇듯 이미 검증된 재미에 PVPVE의 요소를 잘 버무려낸 만큼, 편의성 및 볼륨을 더 갖추고 랭크전이나 시즌 체제 등 경쟁 게임이 갖춰야 할 기본 소양까지 더해지면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