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언제부터 사무용 제품이 저렴한 가격의 상징이 되었나
백승철 기자 (Bector@inven.co.kr)
조금 재밌는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게이밍이라는 마케팅 수식어에 거부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 제품과는 차원이 다른 고주사율을 보여주는 게이밍 모니터라던가, 조금이라도 예민하면 느껴지는 마우스 감도(DPI)들까지는 약간 인정이 되지만, 그 이후의 '게이밍 OOO'은 제품의 성능보다는 높은 가격이 훨씬 직관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흐름에 역발상으로, 저는 최근에 '사무용'이라는 수식어에 다소 염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품 외형에 있어 인체공학적인 요소를 살렸다거나, 정말 휴대가 가벼워 비즈니스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거나. 수식어에 걸맞은 요소가 있는 제품들을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제품들을 방패 삼아 "사무용은 저가형"이라는 오명을 씌우고 있는 보급형 제품들이 참 밉다는 거죠.
이런 보기 불편한 오명을 씻어내고자, 이번 콘텐츠에서는 각 제품 별로 비즈니스 기기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요소는 뭐가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노트북이나 마우스 같은 제품들로 말이죠.
비즈니스 노트북
1순위: 가벼운 무게
2순위: 부담스럽지 않은 디자인
그 외: 성능은 좋을수록, 가격은 낮을수록!
제품에 따라 성능과 사용처가 명확히 갈리는 분야, 노트북만 한 게 있을까요? 요즘 노트북 시장을 들여다보면 참 재밌습니다. 성능은 좋지만 디자인과 무게가 부담스러웠던 게이밍 노트북, 무게는 가볍지만 가벼운 온라인 게임도 힘들었던 사무용 노트북. 이 둘이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며 경쟁하는 과도기라 더 재밌습니다. 기업들 간의 다툼이 벌어지면 즐거움은 소비자의 몫이니까요.
직업 특성상 외근이 잦은 제게 비즈니스 노트북은 무조건 가벼워야 합니다. 무게가 1.5kg 미만이라면 성능 측면으로는 충분히 양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좀 독특하게도 노트북 자판을 쳤을 때 안정감이 느껴지는 지도 꽤 보는 편입니다. 타자를 좀 강하게 치는 편이라 안정감이 느껴지지 않으면 살살 치기 위해 도리어 손에 힘이 더 들어가더라고요.
2순위로는 디자인을 보게 되더라고요. 아름다울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부담 없는 선에서 말이죠. 예전에 후배 기자 한 명이 게이밍 노트북으로 회의도 들어오고 프레스 룸에서 일 처리도 했는데 어느 날 노트북을 바꿨더라고요. 난 좋았는데 왜 바꿨냐고 물어보니 시선이 참 따가웠다고 하더라고요.
그 외엔 여타 기계와 다름없는 조건들입니다. 꼭 필요로 하는 성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사양은 높을수록 좋지만, 이 때문에 무거워지는 것은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물론 물리적으로 큰 화면이나 외장 그래픽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 그중에서도 가벼운 제품을 선택해야겠습니다.
가격은 말하지 않아도 제품을 구입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때문에 저는 특가를 노리고 노트북을 교체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완제품이라는 특성상 A/S 센터의 접근성 또한 고려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무용 마우스
1순위: 무선
2순위: 손에 착 감기는 외형과 인체공학적인 설계
3순위: 무한 스크롤, 가로 휠 등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버튼들
의외로 비즈니스 용도의 마우스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은 많이 없습니다. 그냥 쓰던 마우스 쓰면 되지 뭘. 심지어 노트북의 경우, 터치패드라는 경쟁자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용 마우스를 찾아보는 사람들은 저처럼 원체 하드웨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거나, 혹은 좀 더 보편적으로 다가가면 일상적으로 손목 통증을 호소하는 유저들입니다.
저는 사무용 마우스를 체크할 때 무선 제품인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유선 제품에 비해 좀 더 가격이 높은 것을 감안하더라도요. 앞서 언급한 초경량 노트북을 선호하는 마당에, 마우스를 위해 할당할 USB 단자는 없다는 주의지요. 물리적인 공간 또한 협소할 경우도 꽤 잦기 때문이죠.
두 번째로는 장시간 사용하기 때문에 손목이 편안한 구조를 선호합니다. 사실 인체공학이라는 분야에 대해선 잘 모르기 때문에 한 번은 쥐어봐야 압니다. 그래서 제가 만나본 적 없는 마우스를 회사나 미팅에서 마주할 때, 실례를 무릅쓰고 한 번만 쥐어보면 안 되냐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글로벌 대기업이 출시한 대부분의 사무용 마우스를 쥐어본 결과,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손목에 부담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크기는 중요하더라고요. 제 손이 큰 편인데 아무리 인체공학적으로 뛰어난 베스트셀러라고 해도 제품이 작으니 손목에 부담이 오고 불편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제품마다 상이한 편의성 측면입니다. 엄지 휠이라고도 부르는 '로지텍 MX MASTER 3S'에는 가로 휠도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가로 휠을 어디에 쓰냐고요? 대표적으로 제 옆 동료가 영상을 편집할 때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용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편의 기능은 고려하여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사이드 버튼을 자주 사용하기에 해당 버튼이 없으면 선택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사무용 키보드
1순위: 무선
2순위: 무게 / 방향 키
3순위: 디자인 / 크기
저는 일반 키보드의 경우, 유무선을 크게 가리지 않는 편인데 사무용에 있어서 만큼은 무선 제품이어야 합니다. 물론 사무실 붙박이로 사용할 것이라면 일반 키보드와 선택지가 같아지겠지만, 외근을 고려한다면 마우스 탭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선을 선호합니다.
두 번째로는 무게도 중요합니다. 일반 키보드는 육중한 풀알루미늄 하우징의 제품을 선호하지만 내가 가방에 넣고 다니기엔 600g도 부담스러운 게 이 바닥입니다. 아울러 '저질 방향 키'라 부르기도 하는 작은 방향 키도 기사를 작성하는 업무 특성상 제 기준에서 불호고요.
세 번째로는 야외에서 쓸 것을 고려하여 디자인도 고려하는 편입니다. 아울러 크기의 경우 평소엔 큰 가방을 들고 다니기 때문에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카페에 있는 작은 원형 테이블 등의 제한적인 장소에서 업무를 볼 때 불편하긴 하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모든 것에 부합하는 제품이 시장에 딱 하나 있으나, 후기가 썩 좋지 못해 제 외근용 키보드는 공석인 상태입니다. 가벼우면 저질 방향 키를 탑재했다거나 기능적으로 합격점의 키보드는 1kg에 가까운 무게로 부담스럽게 느껴지며, 최근에 하나 더 발견했는데 다채로운 색감이 영 별로더라고요. 맥북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패배했기에 애플의 풀배열 매직 키보드는 선택지에 넣지 못했습니다.
태블릿 / 2-in-1 노트북
1순위: 디스플레이 / 무게
2순위: 운영체제(OS) / 가격
그 외: 마그네틱 키보드 별도 구매 여부 / 배터리 성능 / 디자인
소개에 앞서, 저는 완전 랩탑 취향입니다. 누군가의 태블릿을 구경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결국 선택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아마 휴대성을 고려하여 설계된 가벼운 키보드의 타건감이 불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 미팅이나 회의, 더 나아가 프레스룸에서 곧잘 보이는 태블릿을 보면 참 부럽더라고요. 취재 가방도 저보다 반은 작은 것 같더라고요.
디스플레이를 1순위로 두어봤습니다. 디스플레이가 최고여야 된다의 느낌보다는 태블릿은 보통 한 가지의 목적만을 갖고 구입하지 않기에 더 커야 된다거나, 화질을 챙겨야 한다거나의 요소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에 따라 일터에선 업무용 PC의 역할을, 집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시청 등의 TV의 대체를 시작으로 더 나아가 사양 좋은 제품을 선택하여 게임을 즐기는 분들도 있을 테니까요.
운영체제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태블릿 시장은 아직 특정 OS가 너무 우월하다의 승부가 나지 않은 곳입니다. 때문에 본인 취향, 혹은 더 나아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기기들과의 호환성을 고려하여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령 내 핸드폰이 아이폰이라서 아이패드를 선택하는 사람과, 국내 한정으로 허용되지 않는 부분 때문에 오히려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선택하는 사람은 취향과 환경에 따른 선택이지 어디에도 정답은 없는 파트입니다.
마치며
꽤 비싼데.. 그럼 게임도 되나요?
제대로 된 사무용 제품들은 정말 재밌습니다. 장담하건대, PC와 관련된 하드웨어 중에서 눈이 가장 즐거워지는 분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뭔가 비슷한 제품, 그러니까 양산형이 없거든요. 각 기업이 타깃으로 한 연령대와 대상이 모두 다를 뿐만 아니라 바라보는 방향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무용 제품들은 게임에 있어 한계가 극명합니다. 3명 중 1명의 직장인이 겪고 있다는 고질병, 손목 통증을 해소하기 위해 출시되고 있는 인체공학 키보드로 RPG 게임을 하면 어떨까요? 같은 이유로 탄생된 세워서 사용하는 인체공학 마우스로 총 게임은요? 뭐 물론 안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저 또한 이런 생각에 몇 번 테스트를 해보니 추천해 드릴 수 없겠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사무용=저가형이라는 인식이 깔리기 시작했으며, 이에 부작용으로 "사무용인데 왜 이렇게 비싸?"라는 역체감이 오는 현재입니다. 키보드나 마우스, 더 나아가 의자 같은 것들을 고려했을 때 제품 개발에만 상당한 시간과 금액 그리고 인적자원을 투자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제품에 비해 가격이 높은 게 당연지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게임과 사무. 결국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점차 주요 기능들을 강화하며 때로는 서로의 영역을 넘어오기도 하고 어쩔 땐 "너는 이거 못하지?"라며 확 치고 나가는, 참 구경하기 좋은 현재입니다. 현재 사무용 제품들은 인증 제도를 통해 사용자들로부터 신용을 얻는 장치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노트북의 경우 인텔의 vPRO 인증 제도가 될 수 있겠고, 다른 디스플레이나 주변기기의 경우엔 인증서를 활용하여 소비자와의 신뢰를 쌓고 있죠. 게임용은 보통 수치적으로 강세가 있기에 숫자로 승부를 보는 편이고요.
평소 컴퓨터와 관련된 하드웨어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여 이러한 콘텐츠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졌는데 재택이 길어지자 구입한, 마음먹고 마련했던 고가의 개인용 사무용 장비들에 익숙해져 있다가 출근하니 뭔가 답답하고 허전하던 게 회사 장비들이 별로여서 그랬다, 뭐 이런 후기도 곧잘 보였고요. 날씨도 덥고 사무실은 답답한데 나를 위한 리프레시로 사무실에 둘 마우스 하나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