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이는, 앉으시오."

 급식은 움직이지 않았다.

"급식이는 어떤 것을 쓰겠소?"

"청축."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핑딱이,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급식아.. 일반 키보드도, 마찬가지 키감은 똑같소. 시끄러운소리와 타닥거림이 우글대는 낯선 키보드를 써서 어쩌자는 거요?"

"청축."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자랑스러운 키보드를 왜 포기하는 거요?"

"청축."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빨딱이 나앉는다.

"동무, 지금 일반 키보드에서는, 축없는 이들을 위한 이벤트를 냈소. 동무는 누구보다도 먼저 이니를 가지게 될 것이며, 잉벤의 자랑으로 존경받을 것이오. 전체 잉벤러들은 급식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소. 고향의 초딱도 급식이의 개선을 반길 거요."

"청축."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핑딱이 다시 입을 연다.

"급식이의 심정도 잘 알겠소. 오랜 일반 키보드 생활에서, 청축들의 간사한 꼬임수에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있소.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오. 일반 키보드는 급식이의 하찮은 잘못을 탓하기보다도, 급식이가 잉벤과 이니에게 바친 충성을 더 높이 평가하오. 일체의 보복 행위는 없을 것을 약속하오. 급식이는……"

"청축."

갈축 대표가,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 설득하던 핑딱은, 증오에 찬 눈초리로 급식이을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좋아."

눈길을, 방금 도어를 열고 들어서는 다음 급식이에게 옮겨 버렸다.

아까부터 그는 설득 자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지금 다른 천막에세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자기를 세워 보고 있었다.

"자넨 어디 출신인가?"

"……"

"음, 적축이군."

설득 자는,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청축이라 지만 막연한 얘기요. 제 키보드보다 나은 데가 어디 있겠어요. 청축을 써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딴걸 써봐야 일반키보드가 소중하다는 걸 안다구 하잖아요? 당신이 지금 가슴에 품은 울분은 나도 압니다. 일반키보드가  과도기적인 여러 가지 모순을 가지고 있는 걸 누가 부인합니까? 그러나 일반 키보드엔 자유가 있습니다. 키보드는 무엇보다도 자유가 소중한 것입니다. 당신은  9900원 짜리 키보드 마우스세트로 쓴 상황을 통해서 이중으로 그걸 느꼈을 겁니다. 인간은……"

"청축."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내 키보드 내 잉벤의 한사람이, 타향 만리 청축을 쓰겠다고 나서서, 동족으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이곳에 일반키보드 2천만 동포의 부탁을 받고 온 것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서, 일반 키보드의 품으로 데려오라는……"

"청축."

"당신은 보딱까지 찍은 지식인입니다. 일반 키보드는 지금 당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위기에 처한 일반 키보드를 버리고 떠나 버리렵니까?"

"청축."

"지식인일수록 불만이 많은 법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제 키보드를 없애 버리겠습니까? 종기가 났다고 말이지요. 당신 한 사람을 잃는 건, 무식한 흰딱 열을 잃은 것보다 더 큰 잉벤의 손실입니다. 당신은 아직 젊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할 일이 태산 같습니다. 나는 당신보다 레벨이 약간 더 높다는 의미에서, 핑딱으로서 충고하고 싶습니다. 일반 키보드의 품으로 돌아와서, 잉벤을 재건하는 일꾼이 돼주십시오. 낯선 땅에 가서 고생하느니, 그쪽이 당신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어떻게 생각지 마십시오. 나는 보딱처럼 여겨졌다는 말입니다. 만일 일반 키보드에 오는 경우에, 개인적인 이니를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급식이는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천막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청축."

설득 자는, 손에 들었던 C라이센스로, 게시판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검딱을 돌아볼 것이다. 검딱은,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 하고 웃겠지.

나오는 문 앞에서, 자게의 이벤트 위에 놓인 목록에 닉네임을 적고 천막을 나서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