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하늘18
2024-01-2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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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사회는 망상이다.아프리카의 칼라하리 사막에는 !쿵족!Kung people으로 알려진 수렵채집민 집단이 살고 있다. 주변의 보츠와나, 나미비아, 앙골라가 복잡한 현대 국가로 성장하는 동안 이들은 원시적인 생활 방식을 고수해왔다.13 그 생활의 중심에 자리한 사냥 의식은 인간이 지구상에 살기 시작한 이래 대부분의 시간 동안 특징적으로 간직해온 평등주의적 충동을 보여준다. !쿵족 사냥꾼들은 생존을 위해 고기를 들고 돌아와야 한다. 사냥은 만만한 일이 아니기에 사냥꾼들이 빈손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짐승을 사냥해 마을에 고기를 가져다줄 때도 이들은 축하나 응원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의례적인 모욕을 마주한다. 인류학자들이 ‘고기에 대한 모욕’이라고 명명한 의례다.14 사냥꾼이 갓 잡은 고기로 온 마을 사람들을 일주일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같은 불만을 들어야 한다. “우리를 굳이 여기까지 불러놓고는 고작 이런 뼈다귀 더미나 가져가라고 하는 겁니까? 아이고, 이렇게 보잘것없는 것인 줄 알았다면 안 왔을 겁니다.”15 <권력의 심리학>, 브라이언 클라스 - 밀리의 서재 이 기이한 관습에는 목적이 있다. 사냥꾼의 콧대를 꺾는 것이다. 몇몇 !쿵족 사람은 1970년대 말 캐나다인 인류학자 리처드 리Richard Lee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젊은 남자가 고기를 잔뜩 사냥하고 나면 자기가 우두머리나 뭐라도 된 줄 알고, 나머지 사람들은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건 받아들일 수 없죠. 과시하길 좋아하는 사람은 사절입니다. 언젠가 그 자존심 때문에 다른 사람을 죽일 게 뻔하니까요. 그래서 고기를 잡아 올 때마다 변변찮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사냥꾼의 가슴을 식히고 온화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죠.”16 혹시 너무 완고하고 뻔뻔스러운 나머지 고기를 깎아내리는 모욕을 듣고도 겸허해지지 않는 사냥꾼이 있다면, 이들이 기고만장해지지 않도록 막아줄 또 다른 메커니즘이 기다리고 있다. !쿵족은 사냥할 때 화살을 사용한다. 각 화살촉은 사냥하는 사람이 누구든 각기 다른 개인 또는 가족의 소유다. !쿵족 공동체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서로 화살촉을 교환한다. 그러다 누군가가 사냥감을 잡으면 그 공로는 사냥꾼이 아니라, 짐승을 쓰러뜨리는 데 사용된 화살촉의 주인에게 돌아간다.17 !쿵족은 자주 화살촉을 교환하기 때문에 사실상 임의 추출 방식이 된다. 이 기발한 사회공학을 통해 부족을 먹여 살린다는 공을 모든 가족이 거의 동등한 정도로 가져간다. 이 체제는 수완이 좋은 사냥꾼이 지도자로 부상하는 것을 막고, 나아가 성공과 실패를 부족 전체가 나눠 부담하게 해준다. 우리가 아는 위계질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평평하게 설계된 사회다. <권력의 심리학>, 브라이언 클라스 - 밀리의 서재 -------------------------------------------------------- 이 원시부족은 하나의 현상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결과이다. 평등하게 설계된 덕분에 부의 집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다른곳에서 집중된 부를 이용해 문명을 이룩하는 동안 아직까지도 원시부족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부의 평등한 분배는 개인의 망상과는 반대로, 공동체의 몰락만을 가져다준다. 개인의 행복에 도움이 되기때문에 그것을 주장하는 것 자체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그것이 공동체 나락행 급행열차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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