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본인은 게임 개발자로 프로그래머 10년차임.
정확히 밝히긴 좀 그렇지만 대략 나온지 20년정도 지난 온라인 게임 라이브팀 팀장으로 있음.
전형적인 pay to win 게임이라서 대충 현질 억단위하면 최상위권에서 pk 대장으로 놀 수 있는 게임임.

모바일 게임도 몇개 만들어봐서 개인 프로젝트에 대한 욕심도 있는 편이라 온라인, 모바일쪽 게임들은 오픈하면 대부분 찍먹을 다 해봄. 핸드폰에 일단 설치되어 있는 모바일 게임만 200개임.

그 중 필요하다 싶은건 현질도 좀 해보고, 진지하게 파고 들어 보긴하는데, 대부분 살짝 느낌만 봄.
뭐 대부분은 오래된 내가 맡은 게임에 뭔가 레퍼런스로 삼을 만한게 없는지 시장조사 느낌이긴 함.

와우에 대한 얘기로 들어가보자면 와우는 대략 10년도 더 전에 친구들과 겨우겨우 만렙 찍어본게 다였음.
공대나 이런것도 가본적 없고, 복귀라고 하지만 사실상 신규와 다를게 없는 상태임.

그동안 몇번이나 와우를 해볼려고 했지만, 항상 새로 캐릭 만들어서 레벨링하다가 꾸벅꾸벅 졸다가 접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음.

레이드에 대한 로망이 있었지만 예전에 키워놓은 캐릭터를 할려니 수많은 스킬들을 사용도 못하겠고, 다 알기도 어려워서 항상 새로 키워서 숙련도를 올려보려는 생각이었는데, 그 특유의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맵을 뛰어 다니는게 너무 게임을 루즈하게 만들었음.

최근 와우가 평이 좋고, 많이 개선되었다길래 복귀해봤음.
물론 그동안 워낙 하려다가 접고, 하려다가 접고 했던적이 많아서 일단 무료 20렙 까지만 여러 캐릭해보면서 시스템이 이전과 그대로인지 확인해보려 했음. 완전 뉴비에 가까워서 채팅창에 파티원 채팅도 잘 못보고, 시스템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잘 모르는 정도이긴함.

가장 눈에 띄는건 날탈이었음. 게임의 템포가 느려지는 부분이 사라지고, 내가 그동안 느꼈던 답답함이 해소가 됨. 결국 열심히 해보자라는 생각에 결제를 하고, 캐릭터를 키움. 세기말에 들어와서 광휘의 메아리로 반짝 키웠는데, 만렙을 찍고, 던전을 가서 딜미터기를 보고 내 딜이 안나와서 최근에 하나하나 스킬을 읽고,  다른 사람의 딜사이클 돌리는 공략을 찾아 보는 중임.

다른 글에 폐사 후기가 있어서 이 글을 참조해서 내가 느끼고 있는 점을 정리해볼까 함.

1. 가시성

이거 사실 공감하는 부분이긴함. 몇일전에 던전을 갔는데, 그 하늘 나는 배위에서 날탈타고 피했다가 다시 배 위에 올라갔다가 하는 그거하는데, 내가 지금 어디를 날고 있는지 방향을 잃음. 우리 파티원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제대로 따라가지도 못하겠음.

전투 중에도 내 타겟팅이 어디에 되있고, 지금 내가 뭘 때리고 있는지도 사실 잘 안보임.
뉴비들에게는 잡템이나 여러 재료 아이템이 많다는 것도 사실 정신없긴함.

그런데 이런 부분을 게임 개발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게임이 서비스 된 시간이 오래될수록 점차 유저들에게 제공했던 아이템들이나 스킬 이펙트 같은건 계속 늘어났을텐데, 안보던 사람이 볼려면 인식이 어려울 수 밖에 없음.

예를 들면 오버워치 안하던 사람이 오버워치 한타보면 대체 누가 뭘 쏘는지 인식도 안됨. 롤도 마찬가지고.
결국 게임에서 아이템이나 이펙트의 구분이 되려면 해당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함. 이건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임. 

인식을 어려워하는 뉴비의 문제도 아니고, 게임의 문제도 아님. 게임사에서 이걸 개선할 방법은 사실 없음. 아예 컨텐츠를 안넣거나, 아이템을 극단적으로 줄이는게 아닌 이상 시간들여서 게임하면서 익숙해져야 하는 거임.

내가 로아를 복귀했다가 바로 접었던 이유가 무슨 이벤트 기간이라고 보상을 엄청 주던 시기였는데, 잔뜩 받고 났더니 받은 아이템들을 대체 어디다가 쓸지 하나도 몰라서 엄두가 안나서 접었었던 기억도 있음. 로아를 계속 했던 사람이라면 그 많은 아이템이 엄청 좋은 혜택으로 보였을거임. 내가 작정하고 로아를 집중해서 해봐야겠다라고 마음을 먹고 시간을 들였다면 그걸 다 쓸 수 있었겠지. 이건 진짜 해당 게임에 시간을 들이는 것밖에 없음.

2. 애드온

뉴비 입장에서는 왜 자체 제공을 안하고 애드온으로 떠넘기냐고 하는데, 그 이유는 명확함.
사실 필요가 없기 때문임.

최근 뉴비가 많아지면서 방송인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음. 애드온 없이 그냥 플레이 하다가 필요한게 생기면 찾아보라는 말임. 불친절한 게임이니 애드온으로 해결하라는 말이 애초에 문제임.

뉴비는 이게 불친절한지 모름. 그냥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플레이하다가 커뮤니티나 다른 사람한테 이런이런걸 도와주는게 있다라고 듣고 애드온을 설치후에 사용해보면 아~ 내가 불편하게 사용했었구나라고 느낌.

그렇기 때문에 불친절하다고 애드온 설치 하라네. -> 애드온이 뭐가 있지? -> 애드온 설치할거 개많네. -> 애드온 없으면 게임도 못하겠네. 이런 흐름이 아니라 그냥 하다가 누가 뭐 좋은거 쓴다더라 또는 방송 보다가 예쁘장한 저건 뭐지? 싶은게 보이면 그때서야 하나씩 설치해보는 거임.

설치를 해야하는게 아니라 설치를 하고 싶어져야하는거임.
차를 사는데 네비가 필수처럼 보이지만 같이 안나오고, 네비를 별도로 사서 장착하는 느낌이랄까. 뭐 내장이 있긴하지만 어쨌든 자기한테 맞는 걸 자기가 달고 싶어져야 되는거임.

나같은 경우는 방송인들이 방송하는걸 틀어놓고 레벨업을 하는데, 위크오라가 되게 예뻐보였음. 그냥 네모난 칸에 30개씩 아이콘이 하단에 깔려있는 것보다 중간에 큼지막하게 핵심 몇개만 간추려서 나오고, 뭔가 전문적인 게임을 하는 사람처럼 보여서 위크오라를 설치했고, 엘브도 설치할 필요없다는 방송인의 말에도 폰트나 UI가 기존보다 더 예쁘게 나오는게 욕심나서 찾아서 설치해봤음. 이제는 무슨 쇼핑하듯이 어디 재밌는 애드온 없나 뒤적뒤적하면서 괜찮아보이는거 있으면 하나씩 달고 있음. 

이것저것 설치하다보니 UI가 엉망이 되기도 하고, 안쓰게 된것도 있지만 이젠 애드온 설치 자체도 하나의 재미가 된 것 같음. 일종의 커스텀 기능임. 아마 오늘도 접속하면 UI 창을 여기로 옮겼다가 아이콘 크기를 살짝 키웠다가 이런거나 할 것 같음. 채팅창 분리를 좀 해서 파티 채팅창 만들어서 내가 원하는 메시지만 좀 모으고 싶어서 생각중임.

3. 플레이타임

이것저것 찾아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인데, 초반 튜토리얼이나 이런 것에서 헤멜 수는 있음. 이런건 개발사가 최대한 뉴비의 입장에서 조금 더 깍아야되는건 맞음. 

그런데 컨텐츠나 여러 시스템에 대해 한눈에 쉽게 안내할 방법은 사실 없음. 이게 20년 동안 서비스되면서 계속 업데이트하고 추가되었던 내용들인데 이걸 몇일, 몇달만에 딱보고 아~ 이거구나라고 알 수 있는 방법은 당연히 없음. 그럼 결국 남들이 설명해주는 것을 보는 방법밖에 없음.

내가 맡고 있는 게임도 20년차 정도 되었다고 했었지? 나도 내가 맡고 있는 게임에 대한 내용을 다 모름. 유저 문의나 업데이트할 때 기존에 어떻게 구현되어있는지 코드를 뒤져봐야지만 알 수 있음. 아니면 유저가 정리해 놓은 글을 참조하거나. 심지어 현 기획자도 기존에 어떻게 되어있는지 다 모름. 그 정도로 시간의 힘이 강해서 이걸 단축하기는 어려움. 이건 오래된 게임일수록 더 심할건데, 그나마 유명한 와우같은거는 설명글도 많으니 쉬운 편임. 다른 게임은 공략을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음.

그래서 오래된 게임은 이런 찾아보는 행위 자체의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하기에 더 좋음.
나도 특성상 정리하는 걸 좋아하고, 내용 찾아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요즘 와우 팁, 공략 이런것만 찾아다니면서 새로운거 없나 보는게 낙임. 여기서 스트레스받고 쌓인 정보를 익히는게 피곤한 사람은 사실 신규 오픈하는 게임을 하는게 성향상 더 맞긴함. 초반에 컨텐츠가 늘어나기 전에 정착해서 하나하나 늘어가는 업데이트를 따라가면서 하는게 더 스타일에 맞을 거임.

결국 플레이어의 성향차이임. 뭔가 보고 익히고 배우는게 재밌는 사람도 있는가하면, 빨리 내가 생각했던 부분을 즐기고 싶은 사람도 있는거임. 야구를 이제 막 입문하려고 해도, 내가 직접 할 수 있을 정도로 숙달하려면 룰을 익혀야되는 것과 같음. 단순히 보기만 하는거면 몰라도 직접 내가 뛰어들려면 기존에 있던 것들은 배울게 많아질 수 밖에 없음. 그게 규모가 크고, 오래될 수록 더욱더.

나도 와우 복귀 전에는 스타레일이랑 우마무스메, 롤 정도 했었음. 스타레일은 그나마 익힐게 없어서 했고, 롤은 10년을 넘게 했는데도 아직도 마스터리? 그걸 어떻게 찍을지 모름. 그 자동으로 찍어주는 어플 뭐냐. 하여튼 그걸 쓰고있음. 그래서 만년 골딱이긴함.

총평
익숙해지면 재밌어 질 것 같긴하지? 나도 그렇게 생각되서 복귀했고, 복귀한지 2주차인데 이제 슬슬 익숙해지고 있긴함.

그런데 공부하는 기분? 당연히 안사라짐. 그냥 그게 재밌어야 됨. 오늘 유투브로 방송인 공대원 군장검사 하는거 봤는데, 템렙 맞추고, 마부하고, 영약에 음식에 이런거 얘기나오는거 보고 이런것도 있구나하고 더 재밌어지기 시작함.
그래서 와우 인벤에 인증 게시물이나 확장팩 팁과 노하우가 보물 단지 같음.

불친절? 익숙해지면 불친절이 아니라 스마트함으로 바뀜.
내가 게임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했잖아. 우리 게임에 여러가지 편의성 기능이나 짜임새 있는 업데이트를 하면 바로 날아오는게 복잡하게 이것저것 넣지말라는 피드백임.
누군가에게는 친절한 안내 시스템이 누군가에게는 TMI로 느껴질 수도 있는거임.

모바일의 트렌드도 튜토리얼을 최대한 배제하고, 바로 플레이 들어가면서 헤딩하면서 익히게 하는 방향으로 많이감. 이 튜토리얼이 사실 유저에게는 과한 설명으로 피곤함을 불러오기도 함.

그래서 아마 해당 뉴비가 생각하는 개선은 없을 것 같음. 왜냐하면 지금 구조가 나쁜 구조라고 확정된게 아니므로. 사람이 수없이 많은데 모든 사람의 기호가 다르고, 이걸 맞추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됨.

결국 와우에 스타일이 맞는 사람은 계속 하게 되는거고, 성향이 맞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음.
다만 지금 와우가 이렇게 다시 이슈가 되기 시작하는건 개발팀에서 어느 정도 뉴비가 느끼는 불편한 부분을 조금씩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는 뜻으로 보이긴함.

결국 말이 많았는데, 일단 나는 파밍 덜 된것 영던 돌면서 아이템 파밍하고, 던전 좀 익숙해지고, 딜 사이클 나쁘지 않다고 자신감이 붙으면 최근 가입한 길드에 레이드도 같이 가볼까 생각중임. 아직은 던전도 덜덜 떨면서 따라다니고 있어서 어렵지만.

어쨌든 완전 뉴비에 가까운 나도 재미 붙이니까 자는 시간도 아까움. 열심히 친구들도 꼬시고 있는데, 현 와우는 상당히 편해진 편에 속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랑 같이 게임해보고 싶음.

뭐 이정도가 느낀 감상인데,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은 떠나야겠지만, 이게 맞나? 싶은 정도로 갸웃하는 정도인 사람은 이런 장수 게임이 가진 특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해. 그럼 이만~

ps. 나 화법인데 영던 파밍 목표를 아래와 같이 잡고 있는데, 저렇게 노리고 영던 계속 돌면 되는거 맞음?
안적은 부위는 파밍 했음. 3군데 밖에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