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밝혔듯이 최근 섭게와 사사게의 이슈가 된 사건의 한 명인 티타에 대한 옹호 글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다소 긴 글이 될 듯 합니다.

이러한 제 옹호와 호소에 대한 여러분들의 비판은 달게 받겠으나, 부디 끝까지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먼저 저는 현재 Death Squad 길드에서 본캐 회색마왕(파흑), 부캐 회색엽사(야냥)/회색현자(신기)/회색사신(냉죽)/회색수사(풍운)/회색전사(분노) 등을 즐기고 있는 유저입니다. 막공이라곤 과거 화심 시절 잿빛무사라는 캐릭으로, 실수 안하려고 노트에 드랍템 상황 적어가며 더딘 진행으로 빈축을 샀던... 그 공장입니다.

일반 서버의 잦은 통폐합으로 아서스-블러드후프-와일드해머-윈드러너까지 오게 되었고, 불타는 성전 후반에 접었다가 리치왕 후반에 복귀하고, 대격변 중반에 접었다가 지난 해 추석 때 무료 이벤트로 복귀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오리 때부터 즐기긴 하였지만, 정공은 오리 때의 화심 및 검둥 길드레이드와, 제 추측이 맞다면 얼마 전 인벤에서 본 니맘님(동일한 분이신진...)과 최근 결혼 소식을 전해 온 영원이가 주축이었던 불타는 성전 때의 정공팀이 전부였고, 지금은 이런저런 막공과 길팟을 기웃거리는, 아이템 욕심은 많지만 실력은 형편 없는 유저입니다.

 

티타는 오리 때 처음 가입했던 길드 Arthas Clan에서 만났습니다.

당시로서는 제법 규모가 있던 길드였고, 40인 공대였던 시절에 화심과 검둥을 같이 다녔습니다.

30대 중반, 호기심 삼아 시작한 MMORPG에 잔뜩 빠져서 정말 신나게 즐겼습니다.

어리버리한 신입이었고, 화심 초입의 거대 골렘 단 둘에게 40명이 전멸되는 것을 보면서 설레기도, 전의를 다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름 열심히 어울렸고, 길드 가입 및 공대 활동을 한 지 불과 3주만에 흑마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달포쯤 지나 부길마 및 부공장을 맡았습니다.

실력도 안 되고, 택틱도 익숙하지 않았지만, 당시에는 포인트 공대가 대부분이어서 와우의 재미에 흠뻑 빠진 제가 성실해 보였던 모양입니다.

 

검둥까지 공략 및 파밍이 끝나고 안퀴가 열릴 무렵, 아래 어떤 글에도 나왔듯 좋은사람들 사건이 있었고, 그 얼마 후

서버가 나스레짐과 통합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애초에 제가 속했던 길드는 그 때 반강제로 해산이 되었습니다.

길드 해산 혹은 해체의 주범은 저였습니다.

당시 길마 및 공장이었던 부부가 길드 및 공대가 함께 이루어 놓은 재산-요즘으로 치면 길드은행이 되겠군요-을 사사로이 개인적 친분으로 몰래 분배하거나, 운영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길원에 대한 험담 및 음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부길마와 부공장을 맡다보니 알게 되었고, 이에 대한 공식적인 항의를 길드 카페에 했다가 저는 길드와 카페에서 강제 추방 당하고, 이에 항의하는 길원들 역시 추방 후, 길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길마 부부는 "내가 만든 길드니 너희들에게 절대 줄 수 없다."라는 통고와 함께 서버 통합시 1렙 캐릭으로 길드를 승계한 후 자신들은 쟁섭으로 이전을 하였습니다.

 

당시 길마 부부로 인한 길원들 사이의 오해와 분쟁은 적지 않은 것이어서, 결국 블러드후프로 넘어 와서는 이전의 길원들 중 절반 정도는 M.O.T라는 길드를 만들었고, 저는 최초의 길드에 대한 애착이 남아서 Arthas Clan 2라는 길드를 만들어 활동했습니다. 티타는 그 때 전자의 길드였고, 저는 후자의 길드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문제의 발단이었던 길마 부부는 이미 서버 이전을 한 후였고, 자연히 저희는 통합된 블러드후프의 여러 인던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었죠. 개개의 길원들끼리 감정이 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연히 길드 해체 당시의 상황에 대한 서로의 오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비록 길드는 새로운 길드원들의 충원 등으로 인해 서로 나뉘어져 있었지만 과거의 오해와 앙금은 다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티타, 저 녀석을 만난 건 그때쯤이었습니다.

저로서는 게임 속의 유저들이 밖에서 모인다는 것, 그리고 그 모임에 제가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처음이고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일까? 어떻게 생겼을까? 캐릭터 '밖'의 그들은 무얼 생각할까? 솔직히 첫 모임에서의 제 느낌은 실망이었습니다. 아, 이게 누구였구나, 이게 누구였구나라는 반가움도 잠시, 그들은 대부분 서로를 캐릭명으로 부르고, 현실에서의 삶은 별 관심이 없었으며, 술잔을 앞에 놓고 '택틱'에 대해 논할 뿐이었습니다. 전 사는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인연과 친분이 이어져 만남이 두번이 되고 세번이 되면서, 점차 게임 '밖의'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득한 기억이지만, 저 녀석 갓 제대하고 게임하던 이야기, 대학 성적 이야기, 연애 이야기, 취업에 대한 고민... 때론 와우 상에서, 때론 무턱대고 찾아 온 제 직장 앞에서, 참 많이도 들었습니다. 혼도 많이 냈구요. 좋았지요. 워낙 게임을 잘 하는 녀석이라, 게임 상에선 제가 아무리 용을 써도 이겨본 적이 없는데, 현실에선 그래도 인생 선배랍시고 들려줄 얘기가 많았으니까요.

 

서버가 다시 한 번 통합이 됩니다. 와일드해머로.

블러드후프 때 이전 길마 부부에게 선점 당해 만들 수 없었던 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저는 Arthas Clan이란 이름의 길드를 다시 만들었고, 과거를 기억하는 몇몇 복귀 유저들과 소규모 길드로 활동했습니다. 티타의 길드는 길드레이드를 위해 애초에 있던 길드였는지는, 통합하여 새로 만든 길드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현재의 The Dawn이란 길드와 통합합니다. 비록 길드는 달랐지만, 여전히 저희는 반갑게 소식을 주고 받고, 때론 만났습니다. 제게 소중했던 건 다른 길드의 '티타'라는 캐릭이 아니라 '**"이라는 사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대격변 중반 쯤 게임을 접으면서 정작 '캐릭'이 아니라 '사람'이 중하다던 전 와우의 유저들과 연락을 끊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이처럼 간사한 것인지라, 게임을 안하고, 일에 바빠지게 되면서 그토록 신뢰하던 사람들을 대단히 쉽게 잊게 되더군요.

 

그리고 지난 추석 때 복귀를 하면서, 여전히 친등이 되어 있던 저 녀석과 재회를 합니다.

그 이전 마지막 대화의 기억으로, 졸업은 한건지, 취직은 한건지, 여친과는 어떻게 된건지, 이제사 대단한 관심을 지닌 형인양 물어 봅니다. 워낙 무던한 놈이라 그런지, 게임 상에서의 인맥이란 게 그런거라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반갑게 맞아줍니다.

 

그리고 복귀 후 거의 반년 간, 참으로 미친 듯 와우를 즐겼습니다.

추석 때 85렙이었던 캐릭에 접속해서, 지금까지 전설망토 3개를 만들고, 만렙 6개중 5개를 570 전후로 만들어 놓고, 또 다른 캐릭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또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지금 제가 속한 길드의 여러 좋은 분들은 물론이려니와,

버려지다시피 했던 신기가 전망도 없이 570 언저리를 찍은 계기가 된 빈님의 학원팟,

매주 실력도 없는 제 캐릭들을 기꺼이 받아주시는 민주님팟,

낮에 어딘가를 가야하는데 하며 두리번 거릴 때 어김없이 마이크를 잡아주시는 큰오빠님팟,

가로쉬 구경도 못하고 있을 때 선뜻 공초를 해주셔서 첫킬의 즐거음을 맛보게 해주신 선망님팟,

아직은 실력이 부족해서 선뜻 손을 못하지만, 늘 광고만 보며 침흘리는 이불님팟,

이게 딜러인가 싶을 정도의 수준인 저를 처음으로 하드 팟에 초대해주신 까요님팟,

역시나 파흑임에도 딜은 거의 탱 수준인 절 하드에 기꺼이 끼워주신 마리님과 버스터즈 분들,

그리고 이러한 파티 속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 인연, 인연...

 

그리고 오늘 이와 관련한 여러분들께서 저 놈, 티타 때문에 일곱별에서 언쟁을 벌이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사건을 처음부터 보아온 저로서는, 사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하필 손님이 티타냐... 누가 이겨 저 놈을."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제가 기억하는 티타는 비슷한 레벨 대에서 최고의 딜을 뽑는 녀석이었습니다.

아마 사과글에서, 힐러 위주로 해서 어쩌고 하는 글을 보신 분들은 또 이렇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주력이 힐러라 딜 싸이클 모른다던데 그건 뭐냐고...

그 역시 일리가 있습니다만, 제 기억 상의 티타는 그런 놈입니다.

매일 출퇴근 길에 흑게를 보며 딜 싸이클을 봐도 바닥인 저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템렙 차이를 무색케 할 정도로 빼어난 재주를 보이는 분도 계시지요. 티타가 후자에 속합니다. 

아마 저 녀석, 제 생각에는 손님 주제에 토깽의 침까지 마셔가며 딜을 했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길드에서 사전에 모의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그 공장님이 티타가 손님이라는 것을 계기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길드 분들도 티타가 워낙 뛰어난 딜러라는 것은 알고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제가 아는 캐릭터 '티타'가 아닌 인간 '**'는 그런 잔머리를 쓸만큼 영악한 놈이 못됩니다.

덩치는 산만 하지만, 순하고 착해빠졌고, 술은 못 마셔도 고기는 3인분을 해치우는 놈.

고집은 세고 자기 생각도 강하지만, 워낙 이과로만 돌아 자기 생각을 밖으로 표현하는 글재주도 부족한 놈.

지 딴에는 '손님이라도 딜 열심히 한건데 이게 뭐?'라는 생각에 아마 별 생각없이 댓글을 달았을 놈.

이게 티타입니다.

 

물론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댓글부터가 전 이 놈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접속해서 일곱별에서 사단이 났길래 귓말로 물었습니다.

너 정말 짰냐, 안 짰냐. 그리고 길창에서 그런 얘기 있었냐 없었냐라고.

없다고 했습니다. 전 그걸 믿습니다. 제가 아는 티타는 제게 거짓말을 할 놈이 아닙니다.

그저 생각이 짧은 놈이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놈은 제대로 사과를 할 줄 모릅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유저들의 '마음'에 차는 글을 쓸 솜씨가 없습니다.

아마 어떤 식의 사과글을 쓰건, 여러분들의 마음에는 차지 않으실 겁니다.

 

재차 말씀드리지만, 인벤 섭게에서 티타의 최초 댓글은 분명 비아냥으로 읽힙니다.

그걸 편들고자 함은 아닙니다.

저 역시 오늘 귓말을 통해 질책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두 개의 사과글에서, 계속 '캐삭'이나 게임을 접는 것 등의 요구를 보다보니,

티타의 부족함이 과연 그러한 이지메까지 가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집에서 혼자 즐기는 콘솔 게임이 아니라, 여러 유저가 함께 즐기는 게임인 이상

저 녀석의 과실을 용서하거나 그렇지 못하는 건 여러분 각자의 판단입니다.

그리고 전 그러한 여러분의 판단이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티타 혹은 모니터 너머의 그에게 캐릭과 계정에 대한 조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온라인 게임도 아니고 MMO입니다. 각자의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서로 합심할 때 가능한 게임입니다.

저 녀석을 받아들이실 수 없다면, 버리십시오.

다만 그 너머의 선택에 대해 폭력적으로 강요하지는 마셨으면 합니다.

 

물론, 요 며칠 사사게를 통해, 윈드섭 추방 등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으셨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글 또한 보았습니다.

그 보상이 계정탈퇴나 캐릭삭제라면, 너무 가혹합니다.

 

부디 저 어리석은 놈에게 한 번의 용서를 바랍니다.

제가 깨작깨작 골팟 다니면서 모아 놓은 골드가 다섯 캐릭 합쳐서 백만골 정도는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서버 여러분들의 정신적 피해에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것이 마땅한지 잘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만,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습니다.

특정한 막공이나 길드에 보상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이번 사건으로 개인적 피로감을 느끼시는 우리 서버 분께서는

만렙 캐릭으로 위에 밝힌 제 캐릭에 귓이나 편지를 주시기 바랍니다.

보잘 것 없는 골드이지만, 1인당 만골씩, 적어도 서버 내 100여 분께는 티타의 용서를 비는 뜻에서 아무 조건없이-티타를 계속 욕하셔도 무방합니다-보내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The Dawn 길드의 용이님, 난이님, 자인스님 등등

게임 상에서 몇 번 뵌 적은 없지만, 티타보단 모두 연장자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 사건으로 게임에 회의가 드셨거나, 사태를 관망중이신 것 같은데,

제가 아는 티타가 여러분들이 아는 티타가 맞다면,

얘는 그저 오랜 만에 사냥꾼 파밍할 생각에 신나게 딜을 한 죄밖에 없을 것입니다.

애초의 시작은 '전체 딜 분제'라는, 많은 유저가 동의하기 어려운 룰에 입각한 공대 운영입니다.

이에 대해 납득하기 힘든 글 한 두개만 올리시고 잠적하신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오랜 동안 '친목'을 다져왔던 사이시라면, 좀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