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을 켠다. 아포여관에 있다.
인벤을 본다. 언제나처럼 몇개정도는 있어야할 자주색 고구마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전날 상층을 돌다 무리하게 영혼조각을 소비했다는 생각이 난다.
'아껴둘 것을...'
임프 한마리 데리고 돌모으러 사냥을 간다.


불평을 갈까, 어디를 갈까.
한참을 고민하다 무메론도 캘겸 악숲으로 향한다. 새타고 날아갈무렵 귓말이 날아든다.
'님아 솬좀요'
그냥 아무대꾸도 안할까 하다가 그래도 답신을 보낸다.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그리폰위거든요. 그리고 영혼조각이 없네요. ^^;'
'네'

왠지 변명같기도 하고 비굴한 것 같기도 해서 새위에서 잠시 씁쓸한 기분이 든다.
설령 아포에 있다해도 사람들 쫓아다니면서 파티구하고 소환진 만드는 건 어디 쉬운일인가
두명이 같이 클릭하는 소환은 마법사 룬포탈에 비해 얼마나 비효율 적인가.

저습지에 도착했다. 배타고 아우버다인으로 간다. 새타고 다시 악숲으로 향한다.
영혼조각 20개만 만들면 바로 귀환석 타고 아포가리라. 그리고 아직도 모으지 못한
공포어깨 먹으러 스칼 구울방에 다시 도전해 보리라. 이젠 사자어깨 신물이 난다.

영혼조각 하나 모았다. 일단 소환수부터 새로 뽑는다.
아까 따라오던 임프는 말뒤를 쫓아오다가 어느샌가 사라진지 오래다. 엠탐한번 한다.
영혼조각 두개 모았다. 생석을 하나 만든다.
단축키창에 생석색깔이흐리면 왠지 불안하다. 엠탐두번 한다.
영혼조각 세개 모았다. 화염석 하나만들어 보조장비창에 끼운다.
조금이라도 빨리 잡으려면 파괴흑마는 화염석이 낫다. 엠탐세번한다.
영혼조각 네개 모았다. 주문석 하나 만들어서 인벤에 보관하고 여차하면 갈아끼울 준비한다.
캐스터계열 뒷치기엔 주문석 만한게 없다. 엠탐네번한다.

엠탐하면서 인벤창을 열어 확인해본다. 여지껏 모았던 영혼조각 하나도 없다.
그래도 나름대로 법봉질까지 하면서 엠소모를 최대한 줄여봤지만 역시 엠먹는 귀신이다.
생석하나 만드는데 마나가 1150이나 든다. 생전하면서 붕대질도 해보지만 여전히 손이바쁘다.
좀전에 영혼의흡수로 마물을 하기전에 죽어버린 몹 두마리가 야속하기만 하다.
'그것만 성공했으면 영혼조각 2개는 모을수 있었는데....'

갑자기 머리가 핑하고 돌면서 캐릭이 흔들린다. 언데 도적 뒷치기다.
반사적으로 죽고단축키에 손이간다. 피창을 본다.
뒷치기 맞을때 생전후 엠탐피탐을 같이 하던 참이라 피가 벌써 1/5 밖에 안남았다.

아주 잠시 고민을 한다.
생석빨고, 무메론 빨고, 일치빨면 버틸수 있다.
바로 죽고 쓰고 도트 두가지 건다음 연소, 제물, 점화면 보낼수도 있다.
하지만... 단 한번이라도 빗나가거나 죽고 저항뜨면 생석만 날린다.
연소까지 썼는데 못보내면 돌이 너무 아깝다. 특히 요즘은 3~4번 연속콤보중 한가지는 저항.

...밑지는 장사다. 여기까지 생각하는데 0.5초 걸렸다.

조용히 키보드에서 손을 뗀다. 그리고 힘없이 저항도없이 눕는다.
천옷계열은 두세대만 제대로 맞아도 그냥 간다.
점멸도 없다. 얼방도 없다. 보망도 없다. 힐링도 없다. 서큐메즈는 너무나 힘없이 풀린다.
적을 만났을때 흑마는 눕던지 눕히던지,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성기사 무적귀환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주수리 이속저하 토템이라도 깔수 있다면 좋겠다.
그럼 최소한 도망치려는 시도라도 해 볼 수 있을테니.

흑마에겐 탈출기가 없다......
아니, 애초부터 흑마란 존재는 등을보이고 도망치는 컨셉과는 맞지 않는다 생각해선지
탈출 비스무레한 것에ㅡ 작은 도움조차 되는 스킬도 없다.
아까 돌이 없어서 윤회도 걸지 못했다. 무덤에서 뛰어온다.
뛰면서 서러워서 안구에 습기가 찬다. 그래도 계속 뛴다.
부활하자마자 악의갑옷 먼저 건다. 그리고 엠바닥이라 피를 모두 마나로 돌려 솬수를 부른다.
피마나, 모두 제로다. 자리에 앉아서 엠탐피탐을 한다.

또 뒷치기다. 이번엔 고민할 틈조차 없었다. 지키고 있었나보다.
워낙 피가 적어서 한대만에 누워버렸다. 정말 서럽다.
다시 무덤에서 뛴다. 괜히 악숲에 왔다는 생각이든다.
동부역병이나 서부역병이 요즘은 뒷치기 좀 덜 당하다던데.. 내일은 그쪽으로 가봐야겠다.

다시 시체찾아서 엠탐을 한다. 마우스 좌클릭을 해서 사방팔방 둘러본다.
악의갑옷버프걸고 솬수부르고 엠탐피탐한다. 돌이 없어서 생석은 못만들었다.
아직 뒷치기는 들어오지 않는다. 재미삼아 한번만 때리고 그냥 갔다 보다.
이정도면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다.

'님아 솬좀요'
갑자기 울화가 치민다. 아까 뒷치기당할때도 솬 귓말을 보내더니, 답신을 안보냈더니 다시왔다.
뭐라고 한마디 하고싶은데..... 할 말이 없다.
'죄송합니다.. 돌이 없네요.'
'네. 즐요'

걍 임프만 뽑고 사냥하기로 마음먹는다. 까짓거 악숲은 무덤가가 가까와서 죽어도 편하다.
어쨋거나 돌 20개 정도 모으는데 1시간 30분 걸렸다. 템도 하나 못모았다.
아포로 귀환석 탔다.

"스칼갑니다. 흑마오심 궈궈~ (구울방패스)"

잠시 고민해본다. 벌써 스칼 한 50번은 갔다. 하지만 굴방경유한 건 고작 5번.
다 성기사 템, 냥꾼템만 나왔다. 공포어깨 나도 구경한번 해보고 싶다.
그냥 가지말까 하다가 행여 나올지 모르는 교장지팡이 생각을하며 파티신청을 한다.

아포에서 글핀을 탄다. 공댓말로 인사가 온다.
"저는 솬이요"
"저도요"

갑자기 공탈하고 싶어진다. 그래도 웃어야한다.
"네.. 도착하면 해드릴께요."

물빵만드는 법사나, 모자라는 팀원 구하는 공대장은 당연히 솬대상이다.
하지만 앞마당에서 깃발전하는 사람들까지 솬부탁을 할땐 정말이지 속이 상한다.
누구는 깃전같은거 하기싫어서 새빠지게 달려가나.
피같이 아낀 영혼조각, 탱자탱자 하는 사람들 위해 쓸려면 가슴이 아프다.

스칼로맨스에 도착했다 . 생석사탕 하나씩 돌린다.
생석하나 마나 1150소모된다. 인원 절반 돌리자마자 마나 바닥보인다.
생전해서 마나 채운다. 피 정신없이 깎인다. 그 와중에 거래창 계속뜬다.
다시 열심히 만들어서 돌린다. 인벤에 생석 여러개 만들어서 겹쳐지면 얼마나 좋을까.
정수기신세 법사님들이 힘들어 보여도 미리 만들어 놓을 수 있다는게 너무도 부럽기만 하다.
아까 악숲서 힘들게 한시간 반동안 모은 영혼조각은 거의 바닥이 났다.
그래도 인던안에서는 돌을 맘껏 모을수 있어서 안심이 된다.

"궈궈~"

엠 반정도 밖에 없는 상태에서 시작을 한다.
한번 엠에 허덕이면 끊임없이 허덕이게 된다. 생전을 한다.
만피를 항사 유지하고 있는 흑마는 흑마자격이 없다.
만피에서 약간 모자라게 끊임없이 생전을해서 엠효율을 극화화시켜야한다.

아주잠시 탐이 난다. 하지만 엠탐시간은 아니다.
사제님과 법사님 엠이 절반이상 있다. 하지만 흑마 엠은 너무도 비효율적이라 1/3밖에 없다.
행여 피가빠져 놀라지 말라고 몹이없는 틈을타 열심히 사제님 볼수있게 근처에서 생전을 한다.
피가 딱 2000정도 빠졌을때 붕대질을 한다.

힐링이 들어온다. 드루님이다.
상당히 뻘쭘하다. 붕대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내뱉는다.
"흑마님 생전 좀 그만하세요"

뭐라 답변하자니 길고, 싸움날 것 같아서 그냥 입을 다문다.
"죄송합니다.붕대질 하려고 했는데...."

어제 남작코스돌때 끊임없이 소생과 재생을 걸어주시던 사제님, 드루님이너무 그립다.
엠탐없이 간만에 무한사냥해서 너무 좋았었다. 사제님은 부캐가 흑마라고 하셨다.

사냥을 한다. 도적님의 풀링실수로 애드가 됐다. 사제님 오버힐로 몹이 붙었다.
일단 불고로 사제님께 붙은 몹어그로를 땡긴다.
멀리서 마법시전하는 스칼마법사 두명에게 언어저주를 걸어주고 소환수를 붙인다.
전사님과 붙은 거미에게 무력화저주를 걸어준다.
법사님과 도적님이 일점사하고 계신 몹들에게 순서대로 원소저주 걸어준다.
그동안 내게 붙은 몹은 전사님이 다시 떼간다.
어느새 피와 엠이 바닥이다. 생석을 먹고 생전을 시도한다.

생각보다 몹들이 많다. 이대로라면 전멸할 듯 싶기도 하다.
57냥꾼님에게 애드가 심하게 됐나보다. 소환수 넣어두시지 않은게 실수같다.
공장님이 넣으랄때 넣으시지.;;;

"광"

법사님이 이리저리 뛰며 신폭을 시도한다. 법사님 피가 정신없이 깎인다.
불의비 날릴 여유가 없다. 몹들 한가운데로 돌진해서 지옥불을 날린다.
몹들이 전부 나를 본다. 나도 불방귀에 데어 피가 같이 깎인다.
몹들이 날 일점사한다. 피다는 속도가 무섭게 빠르다.
일치를 빤다. 용숨결을 빤다. 채찍뿌리를 빤다. 좀 전에 써버린 생석이 아깝기만 하다.

그나마 격렬 2/2포인트를 투자한게 다행이라 생각된다. 시전이 끊기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몹이 건드려서 시전취소 된적이 많아서 보이드 희생없이 시도한중에 성공한건 많지 않다.
성기사님이 집중의오라 켜주시면 이럴때 진짜 좋은데 하는 생각이 언뜻 스쳤다.

몹들의 피가 거의 간당간당 하다. 하지만 더이상 피를 채울 방법이 없다.
사제님도 드루님도 계속 힐을 주시는듯 하지만 불방귀피해와 더불어
한자리에 가만서서 몹들에게 다구리맞는 속도를... 날 지켜낼 순 없다.

가만히 눕는다. 그리고 v버튼을 눌러 남은 몹들의 피를 본다.
남은 몹은 대강 4~5마리. 피의 량은 10%안팎정도 남았다.
남은 파티분들로 충분히 이겨낼수 있으리라. 파티님들을 믿는다.

"화이팅! 힘내세요!!"

끝까지 버티시던 성기사님과 전사님이 남은 몹들을 정리를 한다. 다행이다.
부활을 한뒤 엠탐과 피탐을 한다. 누군가 한마디 던진다.


"흑마님. 혹시 자살기 쓰셨나요?"
"네에...^^;"
"...그것좀 쓰지 마세요. 그거 쓰시다가 누우신거 아네요. -_-"

갑자기 울화가 치민다. 누구하나 알아주지 않아도 정말 열심히 뛰었다 자부하는데.
스스로 참 잘했다 생각하고, 나하나 희생해서 전멸 막았다 생각했는데 욕만 먹는다.

"아니... 상황이 그걸 쓸 수밖에....;;;"
"불의비도 있는데 왜 자폭기를 써요, 나참."
"........."


설명하기도 어렵다. 어설프게 흑마에 대해 알고있는 타 직업자에게 무슨 말을 더 할까.
흑마의 자폭은 가장 마지막 순간에 할 수있는 최후의 선택이란 것을 어찌 이해시킬까.
말없이 악의 갑옷 버프걸고 솬수 부르고 다시 엠탐을 한다.
파티원들은 사제님 엠이찬걸 확인하자 벌써 저만치 가있다.
갑자기 안구에습기가찬다.


"아나, 참 개념없는 흑마가 걸음까지 느려."

누군가 짖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흑마다.

전사처럼 앞장서서 몹들을 상대하지도 못하고
법사처럼 화려한 마법들도 없다.
사제처럼 남들을 치유해 줄 수도 없고
드루처럼 남을위해 걸어줄 수있는 버프 하나 없다.
성기사처럼 판금입고 힐링하며 여러가지 축복을 나눠주지도 못하고
주술사처럼 토템말뚝박아 팀원들에게 도움 주지도 못한다.
도적처럼 엠탐없이 무한 뎀딜이 되는 것도 아니고
냥꾼처럼 징표걸어 점사유도는 커녕, 파티원들에게 치타무리같은 오오라조차 해 줄수 없다.

나는 흑마다.

눈에띄지 않는 저주디버프 상황마다 골라서 걸어줘야하고
임프불러서 피의서약으로 피채워주고
보이드불러서 부탱 몸빵 시켜주고
서큐불러서 현혹 메즈하고
지옥개불러서 망상걸고 마반하는
나는 흑마다.

사탕공장 공장장이라고 놀림받고 인던서 윤회와 더불어 보험설계사 취급받을 때가 많은
나는 흑마다.

오늘도 인벤하나가득 보라색 영혼조각들의 압박을 받으며 소환수와 벗삼아 다니는
나는 흑마다.


.........


-written by 파멸의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