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캐릭터는 '강제로 타락당한 머리좋은 여왕' 이라는 인적사항 외에 스토리에서 다루는 방향성에는 거의 공통점이 없다는 것임.

인생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대충 이러함

타락하기 전까지 :

실바나스 - 형제자매와 행복하게 지내고 미인이라서 인기도 높았으며 자기 전공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고 존경받는 순찰대 사령관까지 오름. 단 숲트롤의 침공으로 가족 친척을 잃는 시련을 겪음

케리건 - 8살에 초능력이 폭주해 어머니는 뇌가 터지고 아버지는 정신병원에 갇히고 본인은 특수요원으로 강제징집당함. 징집 이후에는 잠깐 저항하지만 정부에서 정신조종기를 뇌에 삽입해 임무에 투입함(멩스크 가족을 이때 죽임)


타락 당시 :

실바나스 - 천하의 대악당 아서스가 단칼에 죽인 것도 모자라 고통을 주려고 밴시로 일으켜 세우고 의지를 스컬지에 구속함

케리건 - 천하의 대악당 멩스크가 그냥 죽으라는 생각으로 버렸는데 다른 천하의 대악당 오버마인드가 저그의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감염시켜서 천하의 대악당으로 만듬


타락 이후 여왕에 오르기까지 :

실바나스 - 일리단이 노스렌드를 흔들 때 스컬지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 언데드로서의 새 정체성을 찾음. 교활한 두뇌로 아서스와 적들을 속이고 배신하고 로데론의 패자가 되고 얼라 호드와 동맹시도를 함

케리건 - 오버마인드는 죽었지만 자유 저그 그딴거 없음. 오버마인드가 죽기 전이나 죽은 후나 칼날 여왕의 군단 저그로서의 행동거지는 전혀 변하는 것이 없음. 남이 상관인지 자기가 상관이 됐는지의 차이일 뿐(비유하자면 실바나스가 넬쥴이 죽고 후계자로 스컬지를 이끄는 격). 어쨌든 오버마인드에게 차기 여왕으로 낙점된 저그답게 교활한 두뇌로 적들을 속이고 배신하고 저그의 정점이 됨


여왕 등극 후 행보 :

실바나스 - 머리 좋은 여왕님 아래 포세이큰은 호드에 들어가고 동부왕국 북부의 강자가 되고 나중에는 본인이 대족장까지 되어 주도적으로 언데드뿐만이 아니라 다른 종족을 이끌어 얼라이언스와 전쟁을 벌임. 최근에는 다른 필멸자들이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보고 움직인다는 떡밥까지 뿌리고 있음.

케리건 - 저그 정점이 된거까지는 좋았는데 최고 흑막인 아몬의 정체를 대강 알면서도 큰 대책이 없고 제라툴 방해질이나 함. 왜냐? 아몬-오버마인드가 만든 저그라서 그 영향력 아래서 대항한다는 생각 자체를 잘 안 하니까

젤나가 오로스가 직접 제라툴과 레이너를 움직여서 케리건을 강제로 인간으로 되돌리고, 이때 저그 감염이 풀려서 유령요원 시절 마인드로 돌아옴. 자유 찾고도 죄책감에 시달려요 기억이 안나요 징징거리다가 멩스크가 또 죽이러 함대 움직이고 레이너 조지고 제라툴이 또 채근하니까 그제서야 다시 완전한 저그 통제력을 되찾음. 이번에는 오버마인드의 간섭 없이 원시 여왕에 오르고 그제서야 포세이큰에 대응되는 자유 저그 비슷한게 만들어짐


엔딩 :

실바나스 - 아직 모름

케리건 : 젤나가로 승천은 하는데 내가 되고 싶어요 혹은 무슨 원대하거나 이기적인 목적이 있는게 아니라 젤나가 오로스 왈 니만 조건이 되고 니가 안하면 될 후보가 없어요 안하면 아몬한테 패배하는 상황이니까..


요약하자면 실바나스의 인생은 항상 능동적이고 본인이 일을 주도하는 성격이었지만 케리건의 인생은 브루드워 기간 정도를 제외하면 굉장히 수동적이고 남들이 짜놓은 판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상황이었음. 그 브루드워조차도 사실상 듀란이 퀸메이커 역할을 한 거나 마찬가지고.

대외적으로 블리자드 게임의 사악한 여왕 이미지를 함께 대표하는 건 맞는데 세부 스토리라인을 보면 이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고, 때문에 두 게임을 다 해본 입장으로서는 사실 실바나스가 케리건 엔딩을 맞는다는 건 좀 이상하게 들리기도 함.

형식상으로만 보면, 질질 끌려다니다가 니가 해야만 해요 해서 던져준 게 젤나가 엔딩이기 때문에 실바나스가 그것과 비슷한 엔딩을 맞으려면 격아 내내 나루나 아제로스 세계혼 같은 것의 의도에 끌려다니다가 초월자가 되어서 느조스를 쳐부수는 게 그나마 비슷할거임. 그리고 이런 점 때문에 일리단이 진짜 케리건 엔딩에 근접하긴 했었음.

그런데 현실은 나루는 빛의 언데드나 만들고 있고 아제로스는 실바 때문에 오늘내일 하고 계시니 그렇게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네요. 뭐 텔드랏실 이후로 누가 스토리진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겠냐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