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자 킬제덴

그는 워크래프트 세계관 역사 그자체였다.

그가 벨렌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오크들을 타락시켰기에 서로 다른 부족들로 살던 오크들이 호드를 결성했다.

호드의 아제로스 침공은 얼라이언스를 결성하게 만들었으니 그가 곧 얼라이언스와 호드라는 양대세력을 만들어냈다.

만약 그가 넬쥴을 리치왕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아서스는 타락하지 않았을것이고 워크래프트3 명장면인 왕위계승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일리단을 이용해서 리치왕을 처단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실바나스가 리치왕의 복종에서 벗어나는 일도 없었을것이고 포세이큰의 결성 또한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그의 행적 하나하나는 워크래프트 역사에 나비효과를 일으켰고, 그가 없는 와우가 얼마나 형편없어졌는지 우리는 확인하고 있다.

그는 어떤 빌런들보다도 사랑이 넘쳤기에 자신의 옛친구에게 집착했고 자신의 부하들에게 충성을 바칠 기회를 주고 배신당했다.

소시오패스적이고 사이코패스적인 악역들만 판치는 세계관에서 합리적이면서도 감정이 있는 그는 여타 빌런들과 비교를 거부한다.

그는 우리 플레이어들을 존중하고 인정해준 첫 빌런이었다. 하찮은 버러지 취급을 받던 우리를 영웅이라고 칭하며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라고 회유했다. 정말 그에게 충성을 바칠 선택지만 있었어도 많은 이들이 군단이 되지 않았을까?

솔직히 말해서 부하들을 화살마냥 여기는 대족장이나 답답하고 무력한 소년왕에 비하면 킬제덴은 부하들을 확실하게 파워업해주고 승진까지 시켜주니 진정 훌륭한 리더가 누구인가? 그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통틀어 살펴보아도 훌륭한 현대적 리더다.

마지막 퇴장하는 장면 역시 그분다웠다. 굴단이 비명이나 지르며 추하게 사라지고 살게라스가 발버둥치며 봉인된것과 다르게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가는 순간에도 자신이 옳았다고 합리화하지 않고 자신의 친구가 옳았을지도 모른다고 인정하며 자신의 죽음을 담담히 받았들였다. 워크래프트 세계관에 이런 빌런이 또 있을까?

앞으로 이처럼 매력있고 멋있는 빌런이 나오길 기대하지만 과연 나올수 있을지 참으로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