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캠프의 남윤인순 영입 논란이 불거져 메갈리아가 재조명받고있는 가운데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오해가 약 두 가지 있습니다.

'메갈은 국정원이 국론분열을 위해 만들어낸 것이다'

'여성주의자들은 메갈을 페미니즘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도매가로 까이는 것이다'

이러한 오해와 억측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메갈리아의 초기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만,

그 전에 여성운동계의 구조를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봅시다.


여성운동계는 크게 대학생과 여성단체, 그리고 정계의 3단계 에스컬레이트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학내 서클과 여학생회에서 학생들은 여성학 이론과 페미니즘적 사고방식을 습득하고,

이 중 여성운동을 커리어로 삼을 정도로 열성적인 인원들은 여성단체 하부조직에서 활동합니다.

이렇게 경력이 좀 쌓이면 졸업 후 여성단체에 가입해 본격적인 여성운동 전문가로 거듭나지요.


한편 여성단체에서 특별히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에게는 정계진출의 문이 열립니다.

여성주의를 대놓고 표방하는 소위 진보정당(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쪽에서도 많이 데려갑니다만

진짜 거물급, 수장급들을 스카웃해가는 곳은 의외로 민주당입니다.

주로 확정적으로 뱃지를 달 수 있는 비례대표로 초선을 달게 해 준 뒤

어느정도 인지도가 생겨 승산이 있다 싶으면 지역구로도 내보냅니다(남인순이 정확히 이 케이스).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인 한명숙, 이미경, 김상희, 남인순, 정춘숙 등은

모두 메이저급 여성단체의 수장을 지내고, 그 공으로 정계에 입문한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에스컬레이트식 구조의 특성상 학생단체와 여성단체, 그리고 정계의 여성주의자들은

굉장히 유기적인 관계, 긴밀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말단 인원들은 기본적으로 여성단체의 방침과 성향을 따라가며,

여성주의 정치인들의 입법 방향성은 본인이 소속되어있던 단체의 성향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를테면 최근 화두로 떠올랐던 '성범죄 무고죄의 수사 연기', 소위 '꽃뱀보호법'은

2010년경부터 주요 여성단체들이 강력하게 주장해온 '성범죄 무고죄 폐지'의 순화 버전입니다.

아무래도 무고죄 자체를 없애기에는 법리적으로 무리가 있으니

'실질적으로' 무고죄 수사가 불가능에 가까워지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죠.

물론 지금도 이미지 관리가 필요없는 일선 여성단체들은 줄기차게 무고죄 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각자가 속한 위치에서 하나의 목적을 위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럼 다시 메갈리아로 돌아와봅시다.

메갈리아의 시초는 디씨의 메르스 갤러리. 본래 이곳은 말 그대로 메르스를 논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해연갤(해외 연예), 남연갤(남자 연예) 등에 서식하던 남혐종자들이 집어삼켜 남혐갤이 되었습니다.

(메르스 여성환자에 대한 혐오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창세설화가 있으나 거짓. 그 전에 이미 점령당함)

허나 사실 이 시점에서 디씨 기준으로는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일이었습니다.

와갤, 막갤, 코갤, 야갤 등 기라성같은 노답 갤러리들이 이미 건재했으니까요.



그런데 '행동하는 메갈리안' 블로그를 운영하는 소위 '총대'라는 인물이 등장하자 상황이 일변합니다.

디씨라는 혼돈의 바다 속에 떠있는 일개 노답갤러리를 대체 어떻게 찾아낸 것인지

메르스 갤러리의 기행에 여성신문을 비롯한 진보/페미니스트 언론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일단 주목을 받기 시작하자 그 다음은 일사천리.

갑자기 (여러분이 익히 아실) 로고가 생기고, 이름이 생기고, 단순 혐오에 프로파간다가 붙더니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단독 웹사이트로 독립하고 즉시 오프라인 행사를 치렀습니다.

그리고 이 오프라인 행사를 공동으로 개최한 조직이 바로 한국여성민우회.

단일 조직으로는 최대급 규모를 자랑하는, 국회의원만 4명 이상 배출한 메이저 여성단체입니다.


게다기 이 '총대'는 기이할 정도의 인맥과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2015년 늦여름에 한창 몰카 이슈가 불거질 당시

'몰카에 남초 커뮤니티를 엮어서 보내버리자'고 논의를 촉구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미 기자와 얘기를 마쳤다. 우리가 엮을 근거를 충분히 마련하면 언론에 띄워줄 수 있다'.

한편 동년 9월에는 한국 성폭력 상담소의 개관식에 초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기도 했지요.

일개 디씨 잉여가 민우회와 공동으로 행사를 개최하고, 기자를 동원하고, 성폭력 상담소의 초대를 받는다.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후 메갈리아는 2015년 12월 자그마한 내부 쇼를 통해 '워마드'로 간판을 바꿔달게 되는데,

워마드가 된 이후에도 여성단체와의 연결고리는 끊기지 않았습니다.

2016년 1월 워마드 운영자가 올린 회계내역에는 '민우회로부터 받은 행사자금' 항목이 들어있었고,

강남역 사건때는 청년좌파가 합세하고 민우회와 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가 현장에 포스트잇을 남겼으며

8월의 클로저스 성우논란 당시에는 '모든' 진보언론이 한마음 한뜻으로 그들을 칭송했고

정의당이 폭발하는 과정에서 워마드 운영자의 메일주소를 사용하는 정의당원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메갈리아는 발생 과정부터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여성단체/여성주의 언론과 연결되어 있었으며

2. 그 활동 과정에서 꾸준히 메이저 여성단체 및 진보진영의 지지와 서포트를 받아왔다.

3. 유기적으로 연결된 여성운동계의 특성상 이는 여성계 전반의 의사가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자신들의 캐치프레이즈와 같이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강력한 힘을 발휘한 것입니다.



메갈리아는 절대로 국정원의 작품일 수 없습니다.

국정원이 여성계와 진보언론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것이 아닌 이상에는 말입니다.

옛 한나라당이 일베의 탄생에 관여하고 그들을 이용했듯이

메갈리아는 여성운동계와 진보진영의 손으로 빚어지고 키워진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패륜적 만행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