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시간이 빠릅니다.
오이갤에다 우리 고양이 췌장암 말기에요. 라고 쓴지가 벌써 13일 전입니다.
시한부 짧으면 3주, 길면 3달을 선고 받고 울면서 집에 왔었죠.
한 사흘은 울면서 지내다가 저도 생활은 해야하니까.. 어째저째 열흘을 또 보냈네요.

저도 심리적으로도 불안해져서 탄핵기각되서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갈까봐 
관련 댓글이랑 글도 싹다 지웠을 정도인데(...) 무사히 탄핵도 됬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리 (고양이 이름)는 좋아질 기색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갔다오고나서는, 쭉 캣타워가 자기 집인 것 마냥 캣타워에서 모든 잠을 다 잡니다.
잠을 제대로 자는 지도 모르겠어요. 진통제를 먹여도 안먹여도 별 차이가 없는 것 같고요...
가끔씩 볼일 보러 또 그 높은 캣타워에서 일일히 걸어내려와서 갑니다... 그리고 또 일일히 위로 올라갑니다..

토리가 내려오는건 간식과 밥 줄때 뿐입니다.
한 일주일간은 새벽에는 제 곁에서 잠깐 와서 자더니 이젠 제 곁에도 거의 안옵니다.

체중이 한동안 유지되다가 다시 감소하기 시작하는지 5.4kg 였던 아이가 3주만에 4.4(병원에선 4.65)kg가 되더니
지금은 4kg로 다시 체중이 급감했습니다. 몸에 있는 에너지도 다 써가는 것 같습니다..
많이 수척해졌다는게 보입니다.

식사도 건사료에 츄르를 섞어준 것도 한 사흘 먹고 그 이후로는 건사료에 입도 대지 않습니다.
급한대로 좋아하던 습식캔을 한박스 로켓배송으로 사줘서 먹이는데 그것도 한 열흘 먹고 
어제부터는 습식캔도 입에 잘 안대네요. 토리가 다가오는건 츄르와 트릿 간식을 꺼낼 때 뿐입니다.
이것만은 환장하면서 먹으려고 하네요.

밥을 그렇다고 해서 으깨서 주사기로 강제급여하려고 하면 날뛰고.... 
몸안에 암덩어리가 있는 애라서 꽉 붙잡고 강제급여하기도 무서워서 그냥 이내 포기하게 됩니다.

슬슬 그저께부터는 목소리에도 힘이 없을 때가 많아지네요.
아직은 궁디팡팡 해주면 또 곧잘 반응하고 그릉그릉하면서 엎드립니다.
대소변도 이제 소화기능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인지 방금 보니 똥꼬가 더러운걸 보니 설사도 시작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체중이 계속 감소하다가, 설사도 시작하고,
구토나 혈변 혈뇨도 본다고 하는데.. 그 지경까지 오면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 하는데..
저번에 댓글다신 분 중에도 초록색 구토 (보통 췌장에 문제 생기면 초록색 구토라고 합니다)를 하면
이제 진짜 끝이라고 하는 댓글이 기억납니다.

이미 말기라서 폐랑 신장을 떼낼 순 없으니 수술은 힘들다하고, 항암치료를 해도
1년 밖에 못 본다 하던데... 이게 심지어 사람처럼 뭐 3주에 한번 몇달에 한번 항암제 먹고 이런게 아니라
반년을 매주 가서 약을 맞아야한다네요... 안그래도 병원 가기 싫어하는 앤데,
반년을 그렇게 병원 다니다가 다른 병 걸려서 죽겠다싶기도 하고 해서 
금전적인 사정도 그렇게 여유가 많은 인간이 아니므로.. 완화치료를 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건 맛있는거라도 챙겨주면서 매일 쓰다듬어주면서 오늘도 고생했다. 고맙다. 
라고 얘기해주는게 전부입니다.

토리가 고양이별로 가면 춘장이 혼자 남는데, 또 새로 고양이를 입양할 생각은 안들고..
남는 춘장이를 마지막으로 보내게 되면 반려동물은 더 기르지 않을 생각입니다.

장례식장도 일단 다 알아봐둔 상태고.. 물론 보내주면 또 펑펑 울기야 하겠습니다만..
9년 전에 어떻게 자취방까지 부모님께 혼나가며 옮겨서
충동적으로 데려온 놈인데 그래도 책임감이랍시고 쭉 키워왔습니다만..
많이 못 챙겨준 점이 참 미안하고, 이럴 줄은 몰랐지만 더 많이 간식도 사주고 할걸, 더 놀아 줄걸 매일 후회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