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가 이정재에게 러시안룰렛을 제안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세상 사람은 다 쓰레기라고, 자기 이익,  극단적으로는 자기 목숨을 위해서는 규칙이고 뭐고 없이 다 어기고 결국은 타인조차도 죽여버리는 쓰레기들이라고.

이에 반해 이정재는 공정한 규칙 운운하지만 결국 너희들은 사람이 서로 돈 때문에 죽고 죽이는 걸 구경하며 즐기는 악마들이고 공유 너는 그저 그넘들의 개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공유는 자신이 쓰레기 청소부일 수는 있어도 단지  명령에 따라 짖고 물어뜯는, 아무 생각없는 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 룰렛 규칙을 준수하며 자살한다. 가진 모든 것을 버릴지라도 규칙을 끝까지 준수하는 것이 '생각하는 인간'의 최고 이념이라는 듯.

아마 감독은 오징어 게임의 비밀조직을 우리 사회의 악의 화신으로 그리고 싶었나보다. 형식적 규칙준수, 공정  운운 하는 실력주의 엘리트들의 인간성 상실, 즉 같은 인간으로서 다른 인간들의 고통에 무관심한 악마성에 대한 반감을 동화적 비극으로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헌법을 포함한 모든 규칙을 코딱지의 무게만도 못 느끼는 작금의 반란 세력, 그것도 정관법재교 를 아우르는 최상류층들이 벌인 이런 쓰레기 같은 반란을 미리 보았다면, 감독은 우리나라의 진정한 악의 모습에 대해 다시 생각했을 것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이런 수준의 악을 가지고는 오징어게임을 다시 만들 엄두를 못 냈을 것이다.

현실은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 나라는 비극이 아니라 희극적 학살극이 더 잘 어울린다. 오징어게임 감독은 현실을 너무 낙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