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교수 시국선언]
‘바꿀 것이 휴대폰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라

지난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은 그간의 여러 논란과 관련하여 대국민담화를 열고 우리 앞에 섰다. 두 시간여에 걸친 담화는 대통령의 사과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은 실망을 넘어서 절망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동안 정부의 행보에 우려를 제기하며 여러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라 왔지만, 대통령은 전혀 국정 기조를 바꿀 마음이 없음을 확인했을 따름이다.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은 경기 침체, 출산율 급락, 기후 위기, 경제적 양극화 등으로 대표되는 큰 위기임을 모든 전문가가 경고하고 있다. 위기일수록 국민의 대표, 특히 대통령의 능력과 의지, 그리고 소통을 통해 힘을 모을 수 있는 통합의 노력이 요구되지만, 현재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이 중 어느 하나도 확인된 바 없으며, 오히려 해묵은 이념투쟁에 골몰하면서 한반도의 전쟁 위기마저 고조시키고 있다.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돌고 있는 현재,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정부가 벌인 일 중 우리 사회의 폭넓은 공감을 얻은 것이 과연 무엇이었던가. 일제 강제 동원에 대한 해법, 의료 사태, 법인세 등의 감세 정책,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개입 의혹, 이태원 참사의 후속 조치 등 어떠한 일이라도 대화와 소통을 통해 제대로 해결된 문제가 있는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은 또 어떠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명품백 수수 사건, 국정 개입 의혹, 정치 브로커를 통한 여론 조작과 공천 개입 의혹 등은 단 하나도 해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겹겹이 쌓여가고만 있지 않은가.

11월 7일의 대국민담화는 이러한 문제의 연장선이었다. 대통령은 현재 제기된 의혹을 일부 언론 탓으로 돌리는가 하면, 김건희 특검법은 ‘인권유린’, ‘반헌법적 정치 선동’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해’ 밤새 고심하고 일한다고 주장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국민을 위해 일하는가. 그가 하는 일은 대한민국 전체를 위한 일인가. 그는 도대체 누구에게, 무엇에 대해 사과한 것인가.

그러는 동안 대한민국의 위기는 지속적으로 악화될 뿐이다. 경기 침체, 출산율 급락, 기후 위기, 경제적 양극화 등에 대한 대책들은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선거 부정, 친일 논쟁, 이념 논쟁, 심지어는 각종 주술행위들이 뉴스를 채우고 있다. 그러나 국정 기조 전반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대통령은 고작 휴대폰을 바꾸겠다는 식으로 응답했다. 게다가 회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는 속에 골프 연습을 시작했는데,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 대비책이라고도 한다. 너무도 엉뚱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대통령에게 더 이상 국가운영을 맡길 수 없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윤 대통령은 즉각 하야하기 바란다. 그에게는 이제 탄핵당하거나, 하야를 하거나의 선택만이 남았다. 부디 하야를 선택하여, 국민의 에너지와 시일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게 하길 바란다. 스스로 물러나는 것만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행위라 판단한다. 동국대학교 교수 108명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