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45기 기자 성명]

'파우치 앵커' 박장범 후보자의 즉각 사퇴를 촉구한다

2023년 11월 13일.
박장범 신임 사장 후보자가 KBS '뉴스9' 앵커로 처음 국민과 만난 날입니다. 2018년 이후 입사한 45기가 처음 박 후보자를 만난 날이기도 합니다. 당시 박 후보자는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뉴스', '정확하고 편견 없는 뉴스'를 지향하며 '정파성 논란'을 극복하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도 KBS의 변화를 함께 지켜봐 달라"고 했습니다. 하루아침에 바뀐 'KBS의 얼굴'에 시청자들도, 구성원들도 의아했지만, 지켜보고 또 지켜봤습니다.

2024년 10월 23일.
1년이 지난 지금, KBS는 어떻게 변화했습니까. 살아있는 권력에 눈 감은 뉴스, 구성원들마저 공감하지 못하는 뉴스는 현장 기자들에게 매일 자괴감을 안깁니다. 우리는 'KBS 기자'가 아니라, '용산방송 기자'라는 비판을 들으며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박 후보자가 신임 사장 최종 후보자로 낙점됐다는 소식을 전하는 언론 기사에는 '조그마한 파우치'라는 초유의 신조어가 꼬리표처럼 붙었습니다. 시청자들이 이번 사장 임명 제청과 대통령실을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부끄럽고 참담합니다.
박 후보자의 사장 후보자 지명으로, KBS의 신뢰도는 또 한 번 곤두박질쳤습니다. 아무리 피땀 흘려 취재해도, 이제 시청자들은 이를 용산을 겨냥해 보낸 메시지로 읽는 지경입니다. 앞으로는 더 심해질 것입니다. 어쩌면 이 무너진 신뢰를 영영 다시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우리는 너무나 두렵습니다.

분명한 위기입니다.
이제 하루하루가 절박합니다. 선배들이 기억하는 자랑스러운 KBS는 우리의 현재도, 미래도 아닙니다. 입사 이래 KBS의 시청률을 비롯한 영향력과 경쟁력이 추락하는 모습만 봐 왔습니다. 사람들은 예전만큼 뉴스를 보지 않고, 공영방송의 역할은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좋은 뉴스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모인 우리는 더 먼 곳을 바라보며 우리의 미래를 고민해야 합니다. 정파적 고려 대신, 시청자들을 바라보며 우리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일에 몰두해야 합니다. 그저 용산만 바라보는 후보자는 그야말로 '자격 미달'입니다.

물러나십시오.
후배로서, 직원으로서, 공영방송인으로서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박 후보자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이제 더는 지켜보지만은 않겠습니다.

2024년 10월 24일
45기 촬영·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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