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시월에는, 
묘비가 훼손되 이름조차 제대로 안보이는 그의 날이 돌아온다.





처음에는 알지 못했다. 
그가 왜 그랬는지.
누구를 위해 그런건지.





10월 26일 저녁,
독재자가 계엄군에게 내린 부산-마산 민간인 발포 결정.
그걸 막는 결단은 한 사람 뿐이었으나
당시 영남권 300만명의 목숨을 살렸다.






양주와 권력에 취해 경남사람들 다 쏴죽이라던 
미친 독재자의 식어가는 시체와
총탄으로 파괴된 간신배 짐승들의 주검.




먼 훗날에야 깨달았다.
그로 인해 셀 수 없는 부산 마산 사람들이 살았고, 
이후 아이를 낳아 후손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걸.
내가 아는 경남 지인 대부분은, 
그로 인해 지금 살아 존재한다는 걸.




심장이 없는 부역자 앞잽이들은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아둔해진 독재자가 미쳐 날뛰며 
민주주의와 사람들의 목숨마저 파괴하겠다던 순간
그의 절망을.

개인으로 고뇌하면서도 
국민을 위해 '꼭 해야만 하는 일'을 해내려
죽인 짐승의 피를 온몸에 뒤집어쓰고 
오욕을 감수하기로 결심했던 
그의 희생을.








그러하니, 나는 현재 시월의 암울함에 절망해선 안 된다.

시월의 그 날이 다시 돌아올거란 희망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