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보직해임 무효 재판에 윤석열 대통령의 통신기록 조회 요청을 기각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자 지명 직후로, 야권에서는 의견서 제출에 김 후보자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한다.

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대령 측은 지난달 6일 보직해임 무효소송 재판을 심리하고 있는 수원지법 행정4부(부장 임수연)에 통신기록 조회 요청을 신청했다. 대상은 △윤석열 대통령(지난해 8월 2일)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지난해 8월 2일~9월 2일) 등이다. 항목은 △통신 일시 및 방법(전화나 문자 등) △수·발신 상대 △발신기지국 위치 등이다.

박 대령 측은 이들 수사 기록이 대통령실 등의 수사 외압 의혹을 뒷받침할 근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 대령이 이끄는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해 8월 2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어기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을 인정한 수사기록을 경찰에 이첩했다. 이후 박 대령은 보직에서 해임됐고,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기록을 회수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이 전 비서관 등이 군 관계자 등과 어떤 연락을 주고받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병대는 지난달 15일 통신기록이 공개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보직해임의 정당성은 박 대령이 어긴 이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가 타당했는지가 핵심이지, 수사기록 이첩 및 회수와는 무관하다는 취지다.

해병대는 이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는 정당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도 "(보고 당시) 배석자들 의문에 대해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특정 혐의자를 봐주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관 지시에) 불복종을 했기 때문에 박 대령은 중대한 군 기강 문란 등으로 즉시 보직에서 해임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야권은 의견서 제출 시점이 공교롭게 김용현 장관 후보자 지명 직후라는 점에 주목한다. 김 후보자가 수사 외압 의혹의 당사자 중 한 명이라는 게 야권 주장으로, 치명적인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 자료 제공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목적 아니냐는 의심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해병대가 사건 당사자니 법원에 관련한 의견을 낼 수 있는 것 같지만 시기가 절묘하긴 하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수사 외압 과정에 관여한 의혹 자체를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물론 해병대의 의견서가 아니더라도, 박 대령 측이 윤 대통령 등의 통신기록을 온전히 얻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통신기록 보존기한 1년을 이미 넘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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