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드렸잖아요. 어르신 자주 오시잖아요. 알면서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거예요?"

13일 오전 10시 40분 서울 성동구 마장동 자전거체험학습장 인근 '샘물창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뙤약볕에 자원봉사자 60대 김모씨와 나모씨가 냉장고 앞문을 사수하며 시민들과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원칙은 '1인 1병'인데, 더 가져가려는 시민들 때문입니다. 생수 보충시간인 오전 10시 40분에 정확히 맞춰 채워진 200개의 500ml 생수병은 15분 만에 동나버렸습니다.

김씨는 "처음에는 줄 서서 받고 조금 이따가 돌아와선 다른 시민을 위해 물병을 꺼내는 동안 옆에서 기습으로 손을 쭉 뻗어 가져가는 시민분들이 있다. 그래서 2명이 필요하다"며 하소연했습니다.

혈투장 된 시민들의 '오아시스'

한경 혈세 누수 탐지기(혈누탐) 팀이 생수 냉장고를 접한 것은 성동구 한 맘카페에 올라온 글이었습니다. 최근 한 회원은 생수 냉장고를 거론하며 "언제부턴가 물이 하나도 없어서 더워져서 그랬나 싶었는데, 어떤 할머니 한 분이 몇십병씩 나르는 걸 봤다. 그러지 말라고 말씀드리니 욕하고 가시더라"고 황당해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막내가 '저 할머니는 도둑인가 봐'라고 하더라"며 "모두를 위한 서비스인데 씁쓸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를 접한 다른 맘카페 회원들은 "그냥 전부 없애야 한다", "취지만 좋지, 전시행정이다", "안 했으면 좋겠다. 생수 거지를 양산하고 있다", "몇백원이라도 받아야 한다" 등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최근 폭염에 대비해 '생수 냉장고'를 운영하는 지자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시큰둥한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름 두 달 정도 운영되는 이 냉장고에는 지자체별로 약 2억원의 혈세가 투입됩니다. 통상 외부 업체와 용역 계약을 맺고, 대여 기간이 끝나면 업체가 냉장고를 수거해 가는 방식입니다. 이름도 지자체마다 다릅니다. 성동구는 '샘물창고', 중구에선 '오!빙고', 중랑구는 '옹달샘'이라고 부릅니다. 이 밖에도 부산 남구, 정읍, 합천군, 신안군, 진안군, 여수시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지자체에서 무료 생수 냉장고를 지정 장소 몇 곳에 설치하고, 정한 시간대별로 몇백개의 생수를 채웁니다.


기획자 대가리는 꽃밭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