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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승 기자

지도자 경력이라곤 지도자 수업 3주뿐이었던 홍명보는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에 합류했다. 홍명보는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은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2006 독일 월드컵을 치렀다.

홍명보에게 국가대표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월드컵을 경험하는 데까지 필요했던 시간은 ‘단 9개월’이었다.

홍명보는 U-20 대표팀을 맡았다. 홍명보가 이끌었던 U-20 대표팀은 2009 U-20 월드컵에서 8강 진출이란 성과를 냈다. KFA는 이 성과를 인정해 홍명보를 U-23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임기는 2012 런던 올림픽까지였다.

위기가 있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이었다. 한국은 한 수 아래로 평가받았던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준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 0-1로 졌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3위에 머물렀다.

KFA는 아시안게임에서 홍명보와 같은 성적을 냈던 감독을 내친 적이 있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수석코치로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에 이바지했던 박항서였다.

박항서는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 U-23 대표팀을 이끌고 나섰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3위를 기록했다.

홍명보는 달랐다. KFA의 굳건한 신뢰를 받았다.

다음은 월드컵이었다. 홍명보는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홍명보는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한국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3경기에서 1무 2패(승점 1점)를 기록했다. 한국이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월드컵 본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건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유일하다.

KFA는 그런 홍명보를 신임하며 2015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맡아 달라고 요구했다. KFA는 재신임을 발표했다.

하지만, 홍명보는 여론의 반발이 점점 커지자 기자회견을 열어 자진사퇴했다.

홍명보는 2015년 12월 17일 중국 슈퍼리그 항저우 뤼청 지휘봉을 잡았다. 프로에선 처음 맡은 감독직이었다.

홍명보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항저우는 2016시즌 슈퍼리그 15위를 기록하며 갑급리그(2부)로 강등됐다. 홍명보는 2017년 5월 25일 항저우 지휘봉을 내려놨다.

KFA는 그해 11월 홍명보에게 또다시 손을 내민다.

KFA는 홍명보를 행정 총괄 책임자인 전무이사로 내정했다. 당시 홍명보는 행정 경험이 전무했다.

KFA는 8일 홍명보를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홍명보는 다른 외국인 감독 후보들과 달리 면접을 치르지 않았다. 다른 감독 후보들은 PPT 발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상대들에 대한 계획, 전략 등의 평가를 거쳤다.

KFA는 면접조차 치르지 않은 홍명보에게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홍명보는 “나를 버렸다. 이젠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고 했다.

홍명보가 버린 건 자신이 아닌 울산이다. 울산은 3년 재계약을 맺은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감독을 KFA에 내어주면서 상처만 남겼다. 위약금 같은 건 논의는커녕 고려조차 없었다. 홍명보 역시 밤샘 고민 속 울산은 존재하지 않았다.

KFA는 공정한가. 홍명보는 당당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