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기만 해도 입원"... 교통사고 합의금 '맛집'의 정체


[자동차보험, 한방병원 미스터리]
치료 종료 기준 없고 제한도 없어
경상환자 한방치료비 양방의 3배
줄줄 새는 보험금... "기준 마련해야"

가벼운 교통사고에 상식처럼 통용되는 말이 있다. "일단 한방병원에 가라." 본인 비용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온갖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보상금 명목으로 현금까지 챙길 수 있다. 특히 상대방 차주나 보험사가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을 때 한방병원 입원은 '어디 한번 당해보라'는 마음이 들어간 일종의 징벌적 선택이 되기도 한다. 어쩌다 한방병원은 치료라는 본질적 역할을 넘어 자동차보험의 공공연한 적이 됐을까.

특정 병증에 맞는 치료라는 게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환자들은 한방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모든 치료를 한꺼번에 받는다. 하루에 여러 개의 병원을 찾아 두 배, 세 배로 치료를 받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2022년 7월 발생한 한 사고에서 피해 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와 동승자는 자동차사고 부상등급표에서 가장 낮은 '부상 14급(사지 단순 타박)'에 해당했지만, 약 10개월간 각자 500회 가까이 통원 치료를 받으면서 4,000만 원이 넘는 병원비를 청구했다. 이들은 매달 5~7개의 다른 한의원에 4, 5일 간격으로 방문했고, 한 달에 26번이나 같은 병원에 통원한 적도 있었다. 10개월이나 이어진 '퍼포먼스' 끝에 보험사는 결국 둘에게 각각 700만 원의 합의금을 지급했고, 그제야 둘의 부상은 '완치'됐다.

특히 전체 환자의 약 94%를 차지하는 상해급수 12~14급 경상환자가 한방병원으로 몰리는 현상이 뚜렷해졌는데, 지난해 기준 대형 손보사 4곳의 경상환자 1인 평균 진료비는 한방병원에서 100만7,000원으로 양방병원(32만5,000원)의 3배가 넘었다. 보험사 관계자는 "골절 등 특별한 외상이 없는 환자도 한방병원에 가면 일단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고비용의 영상검사를 받고, 한방치료도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받는다"며 "특히 규모가 작은 한의원보다 병상 수가 많은 한방병원에 간 환자에게서 진료비가 훨씬 많이 청구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