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THRONE AND LIBERTY의 프로듀서 안종옥입니다.
다들 건강히 지내고 계신가요?

여러분께 처음으로 TL을 보여드렸던 베타 테스트가 5월이었으니, 넉 달만에야 인사를 올리게 됐네요. 최대한 빨리 인사 올렸어야 했음에도, 바쁜 개발 과제를 핑계로 그러지 못했습니다. 조금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여러분께 건네는 첫 인사에는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 고민하고 겁내던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앞으로는 더 빠르게 소식을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첫 편지에서는 베타 테스트 이후 변경된 개발 방향성과 그 과정에서 고민했던 바에 대해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오래도록 소식을 기다리신 분들께 반가운 편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베타 테스트 이후, 우리의 과제
베타 테스트 이후 많은 고민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테스트의 결과가 결코 낙관적이지만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감사한 칭찬들도 있었지만, 저희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은 여러분의 질책이었습니다. 스스로 자신하던 부분에 대한 경종도 있었고, 우려했던 바를 실감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개발에 매진하면서 매몰된 “객관적인 시선”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글을 빌어 의견을 말씀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래에는 저희가 현재 개선 중인 주요 이슈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간단히 무엇을 바꿨다고만 말씀드릴 수도 있겠지만 어떤 상황과 고민이 있었는지 전후 과정까지도 여러분께 공유 드리는 것이 제 역할과 소임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과의 테스트가 어떻게 TL을 변화시켜가고 있는지 함께 확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본격적인 개선 사항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저희가 가지고 있는 문제 인식에 대해 공유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는 베타 테스트에서 드러난 게임의 문제점을 두 가지로 정의했습니다. 정적인 전투와 지루한 성장입니다. 이 키워드들이 자칫 당연한 과제처럼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그 배경에는 저희가 구현하고자 했던 여러 기획 의도가 녹아 있습니다. 오늘 개선 사항을 설명드림에 있어서도 우리의 생각이 어떤 식으로 발현됐으며, 또한 의도와 어긋난 부분을 어떻게 바로잡아 갈 것인지 함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선택지가 있는 역동적인 전투 /
전투가 정적으로 느껴지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조작의 자유도가 부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대규모 전쟁의 형태를 구상할 때 저희는 포메이션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캐릭터 간의 충돌을 구현하고, 대부분의 공격 행위를 이동과 동시에 병행할 수 없도록 설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우리의 결정은 이동의 불편을 초래하고, 조작의 자유도를 침해하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대규모 전쟁 상황이 아닌, 플레이의 대부분 시간을 차지하는 평화 지역에서의 전투에서는 그 단점이 더욱 도드라졌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음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 이동 중에도 공격이 가능하도록 전반적인 전투 시스템을 변경했습니다.
  • 분쟁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캐릭터 간 충돌을 제거했습니다.
  • 방향 전환 시 적용된 관성 효과를 최소화하여 조작의 응답성을 높였습니다.
물론, 위와 같은 수정들로 전투 시스템 보완을 모두 완성했다 여기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적인 전투를 동적으로 바꾸기 위한 첫걸음은 이동과 전투를 동시에 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했습니다. 캐릭터 간 충돌 역시 집단 전투의 전술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판단했고, 평화 지역에서는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변경했습니다. 방향 전환 시 현실감을 살리기 위한 장치였던 관성 효과도 이동의 답답함을 배가하는 요인이었기에 극단적으로 체감을 줄였습니다.

조작에 가해진 많은 제한들을 풀고 나서 주목한 것은 스킬이었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스킬에 한계가 있었고, 이는 플레이어들의 능동적으로 생각하는 플레이를 막는 원인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전투에서의 선택지를 늘리고, 전투 양상을 다양하게 만들기 위한 작업도 여러 부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 타게팅 방식의 스킬 외에, PC 조작 환경에 맞추어 방향을 지정하거나 특정 지점을 타격하는 등 새로운 타입의 스킬들을 다수 추가했습니다.
  • 처음 주어지는 스킬의 개수를 늘리고, 이후 새로운 스킬의 습득 속도를 빠르게 변경했습니다.

개발 초기, 저희는 손쉬운 조작을 중시해 대부분의 스킬들을 대상공격, 대상중심광역공격, 자기중심광역공격만으로 구성했습니다. 그만큼 조작 방식의 단조로움이 커졌고, 성장 과정에서 스킬을 습득하는 속도가 느린 점까지 더해져 전투의 다채로움을 체감하기 어려웠습니다. 새로운 스킬 타입의 추가는 기존의 단순한 조작리듬에 변화를 주고, 보다 전략적으로 스킬을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플레이 초반 주어지는 스킬의 개수가 적고 습득 속도가 느렸던 설정을 변경하여 이른 시기부터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고 플레이에 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무기 스왑을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시도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 종류의 무기를 착용하고 사용하는 무기 시스템은 TL 전투의 매우 중요한 피처이나,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무기의 조합은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개인의 취향과 컨셉에 따라 다양한 무기 조합을 완성시켜 나가는 것을 기대했던 시스템이기에 이 문제에 대해서도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 특정 스탯이 특정 무기의 공격력에만 영향을 끼치던 스탯 체계를 전면 개편하였습니다.
  • 투지/기량/지혜/통찰은 모든 무기의 공격력에 영향을 주게 되고, 공격력이 아닌 다른 부가능력들의 효과를 더 확대했습니다.
  • 특정 무기를 사용했을 때만 효과적이었던 무기의 패시브 스킬들을 조정하여, 모든 무기에 골고루 영향을 미치도록 조정하였습니다.
  • 초반 장비 제작과 강화 재료의 습득처를 늘려 여러 장비를 운용하는 부담을 줄였습니다.


/ 빠르고 다채로운 성장 경험 /
성장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는 자동사냥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게 순서이겠습니다. MMORPG라는 장르는 필연적으로 긴 호흡의 플레이를 동반해 왔습니다. 장르의 역사가 오랜 기간 쌓이면서 자동사냥 시스템의 존재가 MMORPG에서는 점점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판단했고, 저희 역시 그 흐름과 동일하게 자동사냥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이 결정을 너무 쉽게 여긴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베타 테스트를 통해 많은 유저 분들로부터 자동사냥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패드로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이 기대한 것은 알아서 캐릭터가 움직이는 자동 게임이 아니고, 조작할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세밀하게 컨트롤하며 몰입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을 되새겼습니다.
  • 자동사냥, 자동이동을 전면 제거했습니다.
자동사냥과 함께 자동이동도 제거하게 되었습니다. 자동이동은 편의성 측면이 크기에 남기는 것도 고려했지만, 월드를 직접 이동하며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지역을 탐험하는 경험의 가치도 크기에 과감히 제거를 결정했습니다.

자동을 제거한 시점부터, 게임은 단순 반복 사냥이 아닌 의미 있는 콘텐츠 플레이로 변모해야 했습니다. 물론, 우리 게임에 그런 요소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양적 개선을 위한 새로운 콘텐츠 타입의 추가가 필요했고, 질적 개선을 위한 기존 콘텐츠들의 보완도 필요했습니다.
 
  • 성장 구간에서 사냥의 비중을 대폭 낮췄습니다.
  • 모험 코덱스, 탐사 코덱스, 지역 이벤트의 경험치 보상을 대폭 상향했습니다.
  • 탐사 코덱스, 저항군 의뢰에서 사냥 외 다양한 미션요소들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 보스 공략이 필요한 파티플레이 인스턴스 던전 다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MMORPG에서 협동 플레이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길드 단위는 너무 크고 기회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보다 작은 단위로 캐주얼하게 협동 플레이를 즐기실 수 있도록 파티 단위의 인스턴스 던전을 준비해왔습니다. 베타 테스트에서는 선보이지 않았던 콘텐츠인데 정식 런칭 후 만나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파티 인스턴스 던전은 필드와 달리 제한된 인원으로 공략해야 하기에 단순히 인원수의 힘으로 공략할 수 없고, 던전의 기믹을 파악해 정확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도록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런 신규 협동 콘텐츠들이 성장 과정의 다양성을 강화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규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기존 콘텐츠들에서 사냥의 비중을 줄이는 작업도 중요합니다. 베타 테스트에서 많은 분들이 “탐험”이라는 행동에 몰입하시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설마 여기까지 갈까’ 싶은 필드 내 숨은 장소들을 찾아내시는 모습을 보며, 탐색하고 발견하는 재미를 더욱 살려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습니다.

성장이 콘텐츠 플레이로 채워지면 자연스럽게 성장속도의 변화도 따라옵니다. 수동플레이는 기존처럼 많은 플레이시간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레벨업에 들어가는 성장시간이 엄청나게 단축되었고, 장비를 맞추고 스킬을 성장시키는 시간도 마찬가지로 줄여야 했습니다.
  • 레벨 성장에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 감소시켰습니다.
  • 장비제작과 장비강화에 필요한 재료 습득처를 늘려 장비의 성장을 빠르게 변경하였습니다.
  • 스킬은 레벨 성장에 따라 자동으로 습득하도록 하고, 스킬 강화에 필요한 재료의 습득량도 늘려 스킬 성장을 빠르게 변경하였습니다.
 
레벨 성장 시간은 만렙까지의 수동 플레이를 기준으로 조정되었습니다. 베타 테스트에서 선보였던 30레벨까지의 시간은 1/3로 감소, 오픈 기준 만렙인 50레벨까지의 시간은 1/10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사항들은 모두 시급한 최우선 적용 방안들로 이외에도 많은 개선 작업들이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곧 있을 아마존 게임즈의 Technical Test Closed Alpha에도 개선 사항들의 일부를 반영하여 테스트 예정이며, 더 나은 모습으로 완성해 나갈 것입니다. 여러분께 다시 선보일 날까지 계속해서 다듬고 고쳐 나갈 것을 약속 드립니다.


처음 편지라는 소통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부담이 컸습니다. 너무 가벼운 방식인 건 아닐까, 어떤 말을 시작해야 할까 여러 고민들이 많았죠. 그런데 첫 편지를 다 써 내려가는 소회가 무척 남다릅니다. 편지라는 것이 오히려 진심을 담기에 적절한 그릇 같습니다. 앞으로도 게임이 서비스되는 동안 진심으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편지는 제가 말을 건네는 것보다 여러분의 말을 듣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듣는 공간으로 “TL에게 말한다” 게시판을 마련했습니다. 오늘 설명 드린 개선 사항을 포함해 어떤 이야기라도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생각은 언제나 저희에게 큰 영감과 동기부여가 됩니다. 게시판의 형태보다 더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 중입니다. 적절한 방법을 마련해 찾아 뵙겠습니다.
[TL에게 말한다 게시판 링크]

다음 편지에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콘텐츠들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TL이란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조금은 더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조만간 다시 편지를 띄우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THRONE AND LIBERTY 프로듀서 안종옥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