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주저리를 들으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지금 드는 생각을 아무렇게 적어보고 있었어요.

제가 시간 감각이 없어서 그런가... 바쁘게 산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서른까지 고작 일주일 남짓 남았네요.

제 몸과 정신은 아직 20살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데.. 이상하다... 20살 때와 달라진 걸 생각해보면:
1. 원룸 자취 중.
2. 형 차 물려받음.
3. 돈을 벌고 있긴 하다.
...이 정도? 딱히 더 생각나는 게 없네요. ㄷㄷ

20대에 나는 무엇을 했었지? 돌이켜보면:

20: 전문대 입학
21: 군대 (27개월이라 좀 길었네요)
25: 4년제 편입
27: 대학원 편입 (석)
29: 대학원 편입 (박)
군대를 빼면 20~29살. 10년 동안,
학교(랩) → 집 → 학교(랩) → 집 → 학교(랩) → 집
이 패턴의 반복. 그 외의 기억은 정말 약간 있네요.

돈이라도 열심히 모았나? 통장보면 그것도 아닌게

은행 어플(KB국민)을 켜보니, 20대 남자 평균 순자산이 8000만 원이라던데...
나는 등록금, 월세, 자동차, 핸드폰, 보험, 식비 등 이것저것 하다 보니 곧 서른인데 통장 잔고 진짜 0원....
(적금은 청년 주택 적금 이거 딱 하나 있네요. 그래도 이건 800이나 넣음!)

그냥 시간 흐르는 대로 살아왔는데,
돌이켜보니 너무 생각 없이 살아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뭔가를 하고 싶다는 욕심도 딱히 없고...

퇴근하면 숙제 빼고 강화 누르는 게 마냥 재밌기만 한데,
30대에도 이래도 괜찮을까...? 그런 생각이 스멀스멀 드는 거 보면 저도 이제 나이가 좀 찼나 봐요. ㅠ ㅠ

핵 집돌이라 일이나 학회 아니면 집 밖으로 거의 안 나갔는데,
이젠 뭐라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걸까요?

주변 사람들을 보면 서서히 배도 나오고, 흰머리도 생기던데...(저도 슬슬 흰머리가 크흠...)
저도 몸 관리 안 하면 순식간에 컨디션 망가질 것 같아서
군대 이후로 운동 거의 안 했지만, 턱걸이용 철봉도 설치하고, 아령도 사서 홈트레이닝도 조금 해보고,
10년 넘게 접었던 기타도 큰 맘 먹고 하나 사서 연습도 시작했는데도

이 알 수 없는 아련함 같은 감정이 계속 남아있네요.

아무 생각 없이 CGV 가서 카라멜 팝콘 먹으면서 짱구나 좀 보고,
연말이니까 오랜만에 본가 가서 얼굴 좀 비추고, 친구들도 좀 만나면 이 알 수 없는 감정이 사라질까요???

시간이 좀 흐르면 다시 평소의 저로 돌아올 것 같긴 한데,
평소의 저로 돌아오면 지금과 크게 달라지는 것 없이
또, 2년이고, 3년이고 시간이 흐를지도...??

음... 저는 뭔가 변화가 필요한 걸까요?
나는 변화를 원하는 건가...?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참 이상한 기분이네요.

그냥 끄적여봤어요... 뭐 어쩌라는거지? 이런 말은.. 노노..

- 서른까지 일주일 남짓 남은 사람이 20대를 돌아보며 작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