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즌2 국섭 오픈 때부터 리그오브레전드를 즐기고 있는 겜돌이이자 롤 프로씬에 몇 번이고 도전했다가 결국 포기하고 만 前 프로지망생입니다.

 

 글재주가 없는 편이지만 제 인생에서 딱 하나 제대로 깨달은 걸 많은 프로지망생 분들이 모르시는 것 같아 몇 문장 써보려고 합니다. 문어법 오류나 오탈자에 대해서는 양해바랍니다.

 

 

 제가 프로에 도전하고 거듭 실패하면서 느낀 건 이겁니다.

 

 "프로게이머로서 죽도록 노력하는 건 박수쳐줄 일이지만, 거꾸로 말해 죽도록 노력해도 지는 프로게이머는 쓰레기."

 

 대부분의 프로지망생 분들이 학생 신분일 겁니다. 이 무렵이 인간 게임 메카닉의 전성기이기 때문이죠.

 

 학생의 신분이면 주변 어른들로부터 이런 소리 자주 듣습니다.

 

 "노력했으니까 괜찮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걸로 된 거야."

 

 아주 좋은 말씀들입니다. 학생이라면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회에서는 얼마나 노력했는가보다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를 더 중시합니다. 특히 스포츠 프로씬은 그것이 훨씬 더 심각하고, 롤 프로씬 또한 이 범주에 속합니다.

 

 롤 프로씬은 학교일이 아닌 사회일입니다. 자신이 학생이기 때문에 위 같은 착각을 프로씬에 그대로 적용해버리는 실수가 지망생들 사이에서는 잦아 걱정스러울 따름입니다. 저 또한 이런 실수를 범했고요.

 

 스베누 CEO분이 프라임 스폰싱을 하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더군요.

 

 "노력하면 불가능은 없습니다. 그들의 열정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전 이 기사 보고 굉장히 허탈했고 동시에 굉장히 화가 났습니다.

 노력요? X 까는 소리 마세요.

 롤 프로라는 건 말이죠, 다른 스포츠 프로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각자에게 한계점이 있습니다. 낮은 한계를 가진 사람은 더 높은 한계를 가진 사람에게 죽었다 깨어나도 이기지 못합니다.

 전 하루에 6시간 자고 밥은 솔랭 큐 돌릴 때나 스크림 상대 기다릴 때 먹고 나머지 시간 게임만 했습니다. 하루 18시간을 전부 게임만 했다고 봐도 무방하죠.

 정말 슬펐던 건, 그렇게 구토가 나올 정도로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모 프로팀 미드라이너의 운영은 물론이고 라인전조차 따라가지 못했단 사실입니다. 섣부른 말일지 모르겠지만 전 그 분이 저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연습에 바쳤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보다 더 절박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안정적인 강팀의 안정적인 미드였으니까. 프로씬에 목마른 제가 몇 배는 더 절박했고 그래서 몇 배는 더 연습했습니다.

 한 달, 두 달, 1년이 지나도 그 분을 솔랭에서조차 이기지 못했습니다. 게임을 이겼다고 해도 그 분보다 나은 실력을 가졌기에 이긴 적은 없습니다. 정말 1년이 지나서 깨달았죠. 죽었다 깨어나도 못이기겠구나. 내가 얼마나 좋은 팀에 들어가도 저 사람보다 나은 선수가 될 수는 없겠구나.

 

 "쓰레기가 노력으로 천재를 꺾는다."

 

 나루토 작중인물 중 하나인 '록 리'의 대사입니다. 제가 한때 가장 좋아하는 대사였고 지금은 가장 혐오하는 대사입니다.

 

 롤 프로게이머 지망생 여러분,

 현실은 소년만화가 아닙니다.

 쓰레기가 노력으로 천재를 꺾는 일 따위는 적어도 롤 프로씬에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제가 장담합니다. 노력하다보면 한계를 느끼게 되고, 그 한계를 다른 프로와 비교했을 때 비로소 깨닫고 맙니다.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라는 걸.

 

 제가 프로에 실패하고 남은 건 '무언가를 위해 죽도록 노력해봤다'라는 심심찮은 위안 하나뿐입니다. 롤프로인생의 종착역에서 이 위안 하나를 가지고 사회로 돌아가도 좋다면 계속 게임을 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겠죠.

 

 이미 어렴풋이 느끼고 계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난 분명히 안될 텐데.. 하지만 게임을 그만두면 뭘하지? 내 미래는 이것밖에 없어. 노력으로 어떻게든 커버쳐보겠어.' 같은 생각요.

 

 만약 그렇다면 지금 당장 게임을 그만두고 현실적인 방법을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의 경우 매우 높은 확률로 저와 비슷한 케이스입니다. 정말 미래를 생각한다면 무의미한 게임은 그만두세요. 프로의 꿈을 못버리겠다면 자신이 재능 있는 다른 게임을 찾아주세요.

 

 우리는 주변인들의 응원과 소년만화의 열정찬가에 지나치게 노출되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유학생활을 시작했지만, 제 정글을 맡아줬던 친구의 경우 매일 아르바이트하면서 때 늦게 힘든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쓰레기가 노력으로 천재를 꺾는 건 사실 우리가 그토록 싫어했던 공부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노력을 할 줄 아는데 진작에 공부할걸, 같은 생각을 요즘도 몇 번씩 합니다. 괴롭고요.

 

 글이 길었네요. 실패자의 주저리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소년만화책이 있다면 지금 한 권 꺼내 표지 쪽 문구를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비슷한 문장을 읽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 만화는 가상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따라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