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자칭 코어게이머인 헤비유저들이 원하는 건 결국
똑같은 템만 계속 노가다하지 않으면서도
파밍동선이 어마어마하게 길어서
주워도 주워도 또 주울 게 생기는 겜인 것 같네요

디아블로는 3 이후로 스마트드랍을 도입하면서 캐주얼한 방향으로 갔고
그래픽이 어떻니 분위기가 어떻니 그럴듯하게들 말은 많이 하지만
결국 파밍동선이 지나치게 짧아져서 다들 불만이 많은 게 핵심인 느낌이고
4에서 동선을 다시 늘리려고 해봤지만 스마트드랍을 유지하는 바람에
단일 재료템만 죽어라 파밍하는 노가다가 되어버려서 빈축을 샀죠

반면에 POE는 스마트드랍은커녕 최소한의 템도 직득해서 맞추기 힘든
20년 전 디아블로2 초창기 시스템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고
시대착오라면 시대착오인 이 선택이 거꾸로 틈새시장이 되어서
파밍 노가다게임을 찾는 전세계 유저들을 긁어모으는 느낌이죠
애초에 게임회사 이름부터가 GGG... '시간 갈아서 파밍하는 게임'이란 뜻이네요

게임성이 어떻니 재미가 어떻니 하는 말이 많이 보이지만 
사실 대부분은 그럴듯한 말로 본질을 우회하는 느낌이고
결국은 온라인 거래기능 + 무한 파밍 이게 핵심 같습니다
게임이 심오하네 복잡하네 하는데 사실 직접 해보면 별로 안 복잡하고요
빌드가 엄청나게 많아보이지만 게임 돌아가는 걸 이해하고 나면 대충 감이 오죠
결국 난이도(?)를 올리는 건 긴 파밍동선과 거래시스템의 문제 뿐인데
이걸 못 견디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에게 완전히 다른 범주의 문제를 끌고 오면서
게임 이해도의 문제니 뭐니 하는 비난을 가하는 걸 보면 
다들 별로 솔직하지 못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쌀먹 되는 겜을 찾는 거라고 하면 좀 과장된 비난일 수 있겠지만 (쌀먹이 될 시세도 아니죠)
POE와 비슷한 수준의 복잡함을 자랑하는 그림던이
심지어 2016년겜이 그저께 초대형 패치까지 할 정도로 개발팀이 열심히 서비스를 하는데도
POE와 다르게 인기가 빠르게 죽은 것도 
결국은 오픈배틀넷 방식의 멀티플레이다보니 에디트 치트에 속수무책이라는 이유 때문 같거든요
이런 걸 보면 결국 앞서 이야기한 온라인거래+무한파밍이 핵심이라는 게 다시 확인되죠

말이 길었는데, 그냥 POE2는 올려쳐줄 것도 없고 그렇다고 후려칠 것도 없는 
딱 그 정도 게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한국 MMO들처럼 약탈적인 과금모델을 고수하지도 않고
와우나 유사게임들처럼 대규모 파티플레이를 강제하지도 않는
그냥 방에서 혼자 열심히 템만 끝없이 주우면 되는 게임
수요가 이 정도 있으면 더러 있을 법도 한데, 정작 지금 이런 게임이 POE밖에 없는 거죠
특별히 개발팀이 섬세하거나 게임이 심오해서 흥한 게임이 아니라 그냥 딱 그 정도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