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찡
2015-03-20 14:12
조회: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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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와 그녀의 이야기 (가제) 19화
제 19화
전진
(설정집이나 1화 / 2화 / 3화 / 4화 / 5화 / 6화 / 7화 / 8화 / 9화 / 10화 / 11화 / 12화 / 13화 / 14화 / 15화 / 16화 / 17화/ 18화
이스가 케윅스를 도망쳐나온 지도 벌써 4일이 지났다.
식량이나 물은 인맥이 좋은 이스였기에 지나다니며 들른 공방촌에서 받은 게 아직 꽤 많이 남아 있었고,
잠은 짚에서, 혹은 불을 피워두고 야영을 했다.
어차피 헥이 이름 없는 공방이었을 때 이스도 공방촌 생활을 했었고,
유물 발굴을 위해 자주 이주해 다니던 특성 상 야영을 할 때가 많았기 때문에 야영은 이스에게 익숙했다.
짚의 연료는 하멜이 프로포즈했을 때 준 반지를 갈아 넣었다.
이미 휘프노스의 남부대륙을 절반 가까이 종단했지만, 조우한 건 무생물, 즉 판타소스급 방어형 터렛 몇 기 뿐이었다.
전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건가...
라는 의구심과 함께, 좋지 않은 느낌도 함께 들었다.
혹시 결전을 준비하기 위해서 전 전력을 한 군데에 모으고 있다거나 하는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자꾸 안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게 이스의 좋지 않은 버릇이다, 라고 헥이나 트리셰도 많이 말했었기에
떠오르는 불상사에 대한 생각을 털어버리려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아니겠지.
마침 이드에게 묻고 싶었던 일도 있었기에 이스는 생각을 접고, 이드에게 말을 걸었다.
[난 알 수 있다. 에고와 같이 태어난 자립형 AI라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무심코 알 수 있다]
「헤에...그럼, 쌍둥이 같은 거예요?」
[인류 식으로 말하자면 그렇게 되겠지. 놈은...음?]
「네?」
[적이다. 반응을 보아 이켈로스 급. 수가 많다. 약 15기 정도인가]
[거기까진 알 수 없다. 다만...]
「다만?」
[우리가 오는 걸 알고 있는 듯 하다]
[틀렸어. 이미 전 방위가 포위되었다. 3km정도 거리에서 반원 형태로 접근하고 있다]
「도망갈까요?」
[잠시. 나에게 생각이 있다. 잠시 탑승물의 통제를 해도 되겠지?]
[꼭 붙잡는 게 좋을 거다. 이스]
「에? 에에?」
[간다]
마치 제트 엔진을 방불케 하는 속도에 짚의 엔진이 비명을 질렀고, 이스도 비명을 질렀다.
짚은 비행하듯 포위망을 꿰뚫을 기세로 질주해 나갔고,
이스는 마치 고대 문헌에 나와있던 제트 코스터라는 걸 타는 듯한 느낌에 휩싸였다.
입을 열었다간 또 주의를 들을 것 같아 생각을 이드에게 전달했다.
[조금만 참아라. 앞으로 200m만 더 가면 1단계로 돌릴 테니까]
이스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아,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이 정도로 인류는 죽지 않는다. 그것보다, 뒤를 보아라]
강인해 보이는 꼬리. 커다란 뒷발. 작은 앞발.
그 위로 놓인 커다란 얼굴과, 살짝 벌린 입. 그 사이로 삐져나온 무시무시할 정도로 큰 송곳니.
마치 그...공룡? 맞나? 그 생물과 같은 위협적인 자태를 한 기계생물이, 뒷다리만 써서 무서운 속도로 따라오고 있었다.
[이켈로스급이다. 말하지 않았나]
「아니, 왜 내가 알고 있는 쿠거 폼(퓨마 형태)이나 베어 폼(곰 형태)같은,
[그거야, 이스의 상상력이 부족해서가 아니겠는가. 녀석들은, 실제로 고대 이 행성에 존재했던 녀석들을 모티브로 한 듯 한데]
본인의 빈약한 상상력을 지적받은 이스가 발끈했다.
[그건 창의력이라고 한다. 상상력과 창의력은 관계가 있긴 하지만, 밀접하진 않지]
「일일히 따지지 마시라구요! 패럴라이저, 변형할 수 있어요?」
[가능하다. 타이어를 보강한 외장갑을 회수하고, 짚의 소유권을 넘기지]
「알겠어요! I have control!」
[Control submitted. 변형을 시작하겠다. 조준과 발사는 임의로 해도 괜찮은가]
「부탁해요!」
익숙한 바람이 불며 짚 뒤의 화물칸 양쪽으로 이미 한번 본 적 있는 대형 패럴라이저 런쳐가 조립되듯 나타났다.
퉁, 퉁, 퉁, 퉁. 슈아아아아아-
총 4발의 로켓형 패럴라이저가 발사되었고 마지막으로 이스가 공중에 연막탄 한 발을 쏘았다.
「헤헤, 이 정도는 기본 아니겠어요? 어때요, 따돌릴 수 있겠어요?」
[가장 가까웠던 4기는 무력화를 확인했다. 나머지는 연막탄 때문에 색적이 어려우니, 그쪽도 우릴 찾아내기 어려울 거라고 판단된다]
「후아아...일단 도망 성공인가요. 크리스탈도 회수했으면 좋겠는데...」
[욕심은 만 가지 악한 행동을 유발한다고 하지. 욕심부리지 마라, 이스]
「히잉...알겠어요. 그 에고한테 가기까지는 아직 멀었어요?」
[아직 에고의 반응은 약하다. 아마 훨씬 더 안쪽에 있는 거겠지]
[왜 그러나, 이스]
「이드는...에고랑 만나면, 그걸로 끝이예요?」
「그래도 이드의 AI가 계속 살아있을 수 있는 거예요?」
[말 하지 않았나. 에고와 융합한다고. 융합에 성공하면, 나도 에고도 아닌 완전히 다른 AI로 변모하게 된다]
「그거...뭔가 싫은데요, 전」
「AI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니까...당연한 거긴 해도 말이예요.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감정...이라. 가지고 싶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입력 자체가 되어있지 않으니]
「지금의 그 가지고 싶다, 라는 마음도 소유욕이니까 감정이거든요. 이상한 아저씨」
[우린 만들어지고 바로 여러 가지 지식을 흡수하도록 강요받았지. 그래서 이 소유욕이라는 것 만은 존재하는 듯 하다]
이드는 감정이 없다, 라는 거야 알고 있다. AI니까.
하지만 자신의 이 감정은?
과연 이드가 자신을 떠나면, 자신은 무슨 기분이 들까?
언젠가 다가올 이별의 날, 자신은 이드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복잡해진 머릿속을 진정시키듯 이스가 생수통을 따 시원한 물을 한 모금 머금고, 삼켰다.
그 때 일은 그 때 가서 생각하자, 라는 기분이 문득 들었다. 지금은 이렇게 이드와 있을 수 있으니까.
물론, 쭉 이대로 있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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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상하게 분량이 많군요...
분량도 그렇고 이상하게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네요
주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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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찡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사람답게 대해주는 사람은 몇 사람이나 될까... 생각하며 말하자. 그것이 상처를 크게 부풀리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다.
2015.1.1 환생 (LoveMe -> 람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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