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먹고 맥주한캔먹고 우리 지지 유골함앞에 서면 5분동안은 사진들 보면서 웃는다 그러다가 이제 사진으로밖에 못 본다는게 너무 힘들어서 운다
잘해줬던 일들이 분명 수많이 있을텐데도 하나도 생각안나고 못해줬던 일들만 자꾸 떠오른다 평생을 집에서 우리 언제들어오나 17년을 넘게 하염없이 기다렸을 지지를 생각하면 가슴한쪽이 너무 아프다
지지가 아프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차린 것도 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다 우리 지지가 폐수종으로 떠났는데 떠나는 날 떠나는 순간까지도 나는 우리 지지가 그렇게 아프고 우리를 위해서 한순간 한순간 힘들게 버티고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냥 좀 더 큰병웜에가서 검사하고 치료받아야 겠다 싶어서 태우고 병원에 가던 차 안에서 지지는 떠났다
심폐소생술을 했다면 기적처럼 살아나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
이뇨제를 조금만 사용했더라면 몸이 더 버티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

지지가 떠난지2달이 지났는데 일상생활하면서 괜찮다가 하늘이 쏟는건지 감당안되는 슬픔이 쏟아져내려온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남겨진 사진 몇장 보면서 추억하는 일 뿐인데 이것조차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주변에 반려견 안키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서 공감은 받기 정말 힘들다 밖에 나갔다 왔을 때 지지 오줌냄새 똥냄새 그 땐 그렇게 싫었던 냄새들이 지금은 단 한번이라도 맡아보고 싶은 가질 수 없는 보물이 되었다

밖에 돌아다니다보면 희한하게 평소에는 잘 보이지도 않던 요키들이 참 많이 보인다
그럴 때마다 주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한번씩 쓰다듬곤 하는데 지지가 돌아온 느낌이 들 때가 아주가끔 있다
그런 날이면 그자리에서 한시간씩 가만히 앉아서 지지사진을 본다

이제 나는 가족여행을 가는게 너무 두렵다
지지가 있을 때는 식당을 가도 숙소를 가도 어디를 가더라도 사전에 연락해서 강아지 동반출입되는지 여쭤보는게 첫번째로 하는 일이였는데 이제 그런 연락을 할 필요가 없다
그 연락을 하지 않는게 난 너무 두렵다
뭔가 이제 진짜 보내줘야 하는 느낌이 들까봐

언젠가는 보내줘야겠지만 함께 한 17년을 보내기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나중에 내가 죽고나서 지지가 날 보며 신나게 달려와서 안겨줬으면 좋겠다.

사랑한다 지지야
거기서는 아프지말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매일매일 신나게 뛰어놀았으면 좋겠다 그러다 가끔 질릴 때 오빠 꿈에 한 번씩 놀러와주면 너무 기쁠거 같아

우리 다시 꼭 만나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