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2월 26일, 메이플스토리 주간 컨탠츠가 초기화 되는 목요일의 새벽이었습니다.

챌린지 서버에서 친구들과 같이 육성을 하던 저는 익몬을 가기 위해 파티를 꾸렸습니다.

그러나 저희 파티는 3명이었고, 원활하게 익몬을 돌기 위해 1채널에서 아무나 한 명 적당한 사람을 납치하기로 하였습니다.

직업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사람은 263레벨이었고, 단 일주일만에 이정도 레벨을 달성한 사람이라면 상당히 고스펙일 것이라는 생각에 막무가내로 파티초대를 걸었습니다.

다행히도 그 사람은 파티초대를 바로 수락하였고 그렇게 만들어진 4인 파티로 곧장 익몬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263레벨이었던 그 분은 브리핑을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고작 전투력 1,500만끼리 뭉쳐서 잡는 익몬이었기에, 첫 소환에는 10%도 깎기 힘들 것이 분명하였지만 가장 먼저 빅풋을 발견한 그 분이 브리핑을 하지 않은 탓에 결국 딜을 거의 하지 못하고 보스를 떠나보내고야 말았습니다.

저와 친구들은 디스코드로 그 사람에 대해 나쁜말을 하였습니다. 면전에 대고 싸움을 걸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마음은 어느정도 상해있었기에 뒤에서 흉을 본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저희는 3명이었기에 각자 제단, 1시, 11시를 맡기로 하고 익몬을 이어나갔습니다.

비단 채팅을 치지 않을 뿐, 그 사람은 보스 위치를 알려주면 알려주는 대로 빠르게 와서 같이 딜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익몬이 끝나고 저희는 고생했다는 채팅 하나 없이 파티를 나갔지만, 그 사람은 익몬을 나가기 직전까지 엎드렸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버스타려는건 아니고, 열심히 하는데 브리핑만 좀 해주면 어디 덧나나? 라고, 그때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익몬을 다 끝내고 나서야 이 점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맘때쯤 메벤에서는 이런 떡밥이 돌았습니다. "경뿌를 하기 위해 ㄴㅆㅁㅂ ㄱㅃ 고확을 날렸더니 채금을 먹더라." 그 사람의 행동에 의문을 가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실이 순간 생각이 난 것입니다.

어쩌면 그때 익몬에서 만난 그 사람은, 브리핑도 안해주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그저 경뿌를 뿌리다가 억울하게 채금을 먹은 선량한 메이플 유저였을지도 모릅니다.

그 당시에는 '이 사람이 채금을 먹은 상태일 수도 있다.' 라는 것을 떠올리지 못했습니다만, 아마도 제가 그다지 사려깊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직업도 기억이 나지 않고 닉네임은 더더욱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이제와서는 그 진실을 알 수 없겠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친구들과 뒤에서 흉을 본 제가 창피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저의 죄를 고합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말았지만, 저희에게 뒷담화를 당한 그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세줄요약
1. 친구팟으로 익몬가려고 모르는 사람 초대했는데 브리핑을 안함
2. 디스코드로 '왜 브리핑을 안할까' 하며 뒷담화를 했음
3. 나중에 생각해보니 경뿌 뿌리다가 채금 먹은 사람이 아닐까? 싶어서 미안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