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을 쓰는 제 손이 아직도 덜덜 떨리고 있습니다… 수능 시험장에서 1교시 국어 시험 보고 뛰쳐나왔습니다. 평생 이렇게 멘붕 오긴 처음이에요. 혹시 저만 이 정도로 당황한 건가요?
아침부터 긴장된 마음으로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아무래도 오늘 수능이라니 뭔가 비장함이 넘치더군요. 드디어 1교시 국어 시험지가 딱 배포됐을 때,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어쩌면 오늘 내가 전설을 남기게 될지도?' 하는 묘한 설렘도 잠깐… 문제지를 펼친 순간 모든 게 무너졌습니다.
처음 몇 문제는 '아, 괜찮아. 그래도 풀 만한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세상이 달라 보이더군요. 지문은 왜 그렇게 긴지, 마치 벽처럼 눈앞을 가로막고 있는 느낌? 단어 하나하나가 이해가 안 가서 '이게 사람의 언어가 맞나?' 싶더라고요. 문학, 비문학, 심지어 화법과 장문 문제까지 모든 게 저를 공격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결정적인 건 바로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에 관한 지문이었습니다. 열심히 읽으면서 나름대로 해석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해도 논리적인 결론이 안 나오더군요. 순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면서 '아, 이건 아니구나' 싶었어요. 그때 다짐했습니다. "여기서 내가 더 풀다간 뇌가 과부하로 터질 수도 있겠다." 그래서 시험이 끝나자마자 한숨 돌릴 새도 없이 손들고 교실 밖으로 나왔어요. 하지만 여러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수험생도 아니고 오늘 수능을 보러 가지도 않았으니까요. 저 같은 사람 또 있을까요?
이제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막막하네요. 차라리 공무원 시험이라도 준비할까, 아니면 군 입대라도 해서 새롭게 시작할까 하는 생각도 스쳤지만, 이게 과연 제 인생의 답이 될 수 있을까요? 수능 하나에 인생이 전부 정해지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지금의 제겐 그런 말이 다 위로가 되지 않네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새로운 목표를 찾아야 하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수능 시험지가 눈앞에 아른거려요. 아마 오늘 밤은 뒤척이며 잠 못 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