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말자
2024-11-08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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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회수라는 함정에 발이 묶인 것은 아닐까필자는 환불 사태 이전에는 나름 고스펙의 캐릭터를 육성하며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메이플을 즐기다가
해당 사건을 기점으로 게임을 잠시 내려놓고 최근에 다시 복귀하여 차근차근 게임을 배워 나가고 있는 상태인데, 게임 유저들의 얼굴 마담이라고 볼 수 있는 각종 커뮤니티에서 유저들끼리 서로 각자의 주장을 고집하며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예나 지금이나 수년의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모습이 한 편으론 옛날 생각이 나서 정겹기도 하나 아무래도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게 된다. 물론 다른 게임들도 게임에 불만이 있으면 커뮤니티에서 개발자들에게 불만을 토로하며, 참 별 것 아닌 일로도 유저들 간에 쌀먹충이니 뭐니 하며 욕하고 싸우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메이플 스토리의 유저들이 이들과 달리 참으로 이질적인 것은 유저들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게임의 BM을 옹호하고 BM에 불만을 토로하는 유저들을 거지라며 비난한다는 것이다. 물론 메이플 외의 RPG도 소위 선발대라고 불리는, 단순히 최상위 콘텐츠를 가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위 2% 안에 드는 스펙을 유지하는 유저들은 연간 수백만 원, 크게는 수천만 원의 비용까지도 지불하기도 한다. 이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형태는 메이플 선발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선발대나 랭커라고 하기는 어려운 일반 유저들(다른 게임의)의 모습과 분위기는 메이플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준 필수적으로 과금이 요구되는 패스, 혹은 그에 준하는 수량 한정의 패키지 정도만 과금하는 유저들이 90% 이상이며, 이들의 월 평균 과금액은 3만 원~4만 원 정도, 누칼협 패키지가 너무 많아 창렬하다고 욕을 먹는 게임들도 10만 원 정도면 어지간한 건 다 살 수 있다. 이렇게 준 필수 과금만 하더라도 최신 콘텐츠가 업데이트 되었을 때 바로바로 즐기거나, 바로 즐기지는 못 하더라도 1~3개월 뒤에는 즐길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돈이 많이 든다는 이미지가 강한 모바일 게임 조차도 대부분은 그렇다. 해당 게임 유저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이들을 거지라고 공공연히 비판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 이상의 과금은 구매 시의 효율이 매우 떨어지게 설계가 되어 있기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비효율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순전히 자기 만족으로 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 왜 메이플 유저들만 이보다 훨씬 큰 과금 유도를 옹호하고, 그렇게 과금을 하지 않으면 게임을 즐기는 데 큰 불편이 생기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며, BM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거지라고 비난하는 것일까? 필자는 이에 대해 회수가 가능한지의 여부에 따라 반응이 갈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게임의 유저들에게는 내가 게임에 쓴 돈은 너무 당연하게도 100% 매몰 비용이며, 다시 찾을 수 없는 돈이다. 내가 달마다 35000원의 월간 패스를 구매하고 있다면 나는 월 평균 35000원, 일 평균 1167원의 비용을 게임을 즐기기 위해 지불한 셈이다. 내가 35000원의 월간 패스를 달마다 구매하고 있으며, 3개월에 한 번 출시되는 한정 패키지를 50000원에 구매하고 있다면, 나는 월 평균 51667원, 일 평균 1722원의 비용을 게임에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굉장히 직관적이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각자의 사정에 합리성을 계산하고, 계획적으로 구매하기에 용이하다. 싸면 사고, 비싸면 안 사고, 다소의 억지스러움이 느껴질 수 있는 설계의 BM은 비판하면 된다. 그러나 메이플은 다르다. 과금한 돈이 100% 매몰 비용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게임사에서 다소 억지스러운 BM을 제시하더라도, 이를 구매해서 얻은 것을 잘 활용하면 들인 비용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 이것이 소비 시 직관성을 크게 떨어뜨려 합리적, 이성적 판단을 하는 데에 방해가 된다. 때로는 다른 게임보다 더 큰 돈을 과금하는 것에 괴리감을 느끼지 못 하기도 한다. 나는 메이플 유저들이 타인에게 메소나 심지어 현금을 빌려서라도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목격했다. 아마 대부분의 다른 게임 유저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메이플 유저들에겐 그렇게까지 이상한 일은 아닌 모양이다. 왜? 이 아이템을 다시 팔면 어느 정도 회수가 되기 때문이다. 아이템을 100만 원에 샀더라도 내가 팔 때 90만 원이라면, 나는 10만 원만 과금한 셈이 된다. 이 때문에 유독 메이플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가 있다. 바로 가치 보존이라는 용어다. 물론 다른 게임들에서도 아이템 가치 보존이라는 말은 사용된다. 그러나 이는 메이플 유저들이 말하는 가치 보존과는 사뭇 다르다. 메이플 스토리와 함께 RPG 3대장으로 불리는 로스트 아크나 던전 앤 파이터는 신규 콘텐츠가 나올 때마다 주로 대대적인 아이템 관련 패치도 함께 넘어온다. 그에 따라 한 해 동안에도 쓰던 아이템의 단계가 2단계, 3단계씩 상위 아이템으로 넘어가곤 한다. 물론 그 때마다 상위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 시간, 재화가 추가로 더 필요해진다. 그럼에도 두 게임들은 기존 아이템의 가치, 위상 보다는 새로 나온 콘텐츠가 재밌는가, 얼마나 어려운가 등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유저들도 회수할 생각으로 게임을 플레이 한 것이 아니었고, 콘텐츠가 새로 나왔을 때, 내가 추가적인 과금, 플레이를 해야 된다는 것을 미리 감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게임의 유저들이 가치 보존을 언급하는 건 보통 본인들이 예상했던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많은 재화/노력을 요구하거나, 기존의 엔드급 아이템이 불과 몇 주 사이에 흔한 아이템이 됐을 때 정도이지, 각자 입은 경제적 손실을 논하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른 게임의 유저들에게, 게임이란 당연히 돈이 드는 취미 생활이다. 쌀먹을 하는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9할의 유저들은 경제적 득실을 계산하지 않는다. 얼마를 썼나, 얼마나 합리적으로 썼나만 따질 뿐, 그러나 메이플에서 1년에 2~3개씩 신규 콘텐츠가 출시된다면, 그 때마다 아이템이 대규모로 개편된다면 메이플 유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기존 유저 중에선 그걸 반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메이플에서의 소비는 정량이 아니라 유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아이템의 가치가 떨어지면, 마치 나의 과금액이 늘어난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결과론적 관점에서 보면 게임을 접을 때 아이템을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다는 점은, 신규 유저가 게임사가 아닌 기존 유저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를 야기했고, 이로 인해 게임사는 아이템을 만드는 데에 더 많은 노력, 더 많은 재화를 지불하도록 설계하여 매출을 유지하려고 했으며, 아이템을 만드는 데에 많은 재화가 들어가는 만큼 콘텐츠의 리워드를 설계하기도 어려워져 콘텐츠의 출시 주기도 길어지게 만들고, 유저들이 게임에 합리적, 직관적인 소비를 하기 힘들게 하고, 게임을 순수하게, 게임, 오락으로 보지 못 하고 경제적인 득실을 고려할 수밖에 없게끔 만든 원인이 된 것은 아닐까? 물론 아이템의 양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의 이점은 절대 작지 않다. 20년 간 장수한 게임의 핵심 요소를 단순히 눈 앞의 단점만 고려하여 쉽사리 뒤엎어 버리자는 멍청한 이야기를 할 생각도 없다. 필자는 앞으로 이 게임이 어떻게 되던 간에 그냥 살 만하다고 느끼는 것은 살 거고, 살 만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안 살 거다. 재밌으면 이 게임을 할 것이고, 재미 없으면 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떠들던 관심도 주지 않을 생각이다. 회수 같은 것도 할 생각 없다. 그러나 이런 다른 게임과의 차별성에 대해, 혹은 게임이 너무 오래 돼서 덮어놨던 문제들이 때때로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에 대해, 개발자와, 유저들이, 혹은 유저들 간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눠 볼 필요는 몇 번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게임들처럼 더 적은 노력과 적은 비용으로 아이템을 만들고, 대신 아이템의 회전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오로지 각자의 입장 만을 대변하다 보니 수 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꼭 필요한 이야기조차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밖에 다뤄진 적이 없고, 몇 년이 지나더라도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음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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