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각자 분노해야 할 기준은 마땅히 정해두고 사는데, 용서받을 만큼의 반성을 했는지에 대해선 생각하질 않는 듯. 뭐 샤덴프로이데라는 용어까지 있듯이 타인의 불행이 곧 본인의 행복으로 치환될 수는 있다고 생각함. 심지어 그게 객관적인 시각에서 판단했을 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의 불행이라면 죄책감도 덜 느끼게 될테니까 더욱 그렇겠지. 

 그래서인지 유명인들의 실수는 마땅히 질타할 만하다, 본인의 악한 본성을 숨기던게 들통났다, 뭔가 이런 식으로 소비되는 것 같음. 그런데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는거 아닌가? 물론 본인이 말과 행동을 팔아서 먹고 사는, 스스로를 브랜딩해야 하는 방송인이라면 본인의 무지나 실수로 인한 질타는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하는 것도 맞음. 근데 실수라고 생각해보려는 사람도 요즘은 잘 안보이는 것 같아서 안타까움. 또 잘못한 사람에게 하는 비판을 무조건적으로 정당화하는 건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낌. 

 예를 들어, 한 유명인이 공유 킥보드를 보호장구 없이 탔는데, 그걸 누군가에게 들켜서 공론화가 된 상황임.  
그 유명인을 평소 보호장구 없이 킥보드를 타왔던 사람이 비난,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 난 없다고 생각함. 
그런데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요즘은 잘 없는 것 같음. 타인에게 엄격하려면 먼저 본인에게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함. 그 유명인이 잘못을 한건 경솔한 행동이 맞지만 도덕적인 관점에서 같은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는 사람은 그 일에 대해서 말을 얹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함.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하는 무단횡단 같은 부분도 공인에겐 너무 엄격함. 엄격한걸 문제 삼는건 아님. 그런 상황에서 나도 평소에 무단횡단을 많이 하는데 조심하긴 해야겠다라는 의견이 잘 안보인다는거임. 

 얘기가 딴 길로 새긴 했네. 아무튼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본인이 했던 발언을 들었던 사람 대부분이 군대, 군인 비하성 발언이라고 여겼다면 객관적인 입장에서 잘못이라고 생각함. 무지는 면죄부가 될 수 없으니까. 그래도 그 사건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한국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공부도 하고, 꾸준히 군 관련 기부를 이어나가는데 감히 내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생각하기엔 이 정도면 충분한 반성을 했다고 생각함. 

 그럼에도 여론은 바뀔 기미조차 안보임. 나도 그 사람이 실언하기 전에는 메이플 방송 볼 거 없으면 가끔가끔 봤었는데, 그 이후론 관심도 끊고 영상도 안 봐서 현재 어떻게 지내는지는 잘 모름. 그런데 국군의 날이나 6월 25일이나 군 관련 국경일 때 가끔 메벤에 올라오는 근황들 보면 충분히 반성하는 것 처럼 보임. 그런데 댓글들을 보면 너무 심하게 조롱을 해. 그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오랜 기간 반성하고 노력해야 조롱을 그만둘 지 타인의 관점에서 봐도 모르겠음. 나 조차 너무 심하다고 느끼는데 당사자는 어떨까. 
이런 저런 사건들을 많이 접할 수 밖에 없다보니 사람들이 조롱에 둔감해진 것 같음. 니 가족이라면 뭐 이런 말이 아님. 내가 만약 저 상황이라면 너무 막막할 것 같음. 내년 국군의 날에도 저런 행보를 보이면 사람들이 인정해줄까? 안된다면 몇 년이 더 걸릴까. 

 요즘은 워낙 SNS가 발달해서 각종 사건사고들이나 논란들을 굳이 찾아보려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세상임. 그 사건들에 의견을 남기는 것도 되게 쉬운 세상이고. 그렇다한들 왜 요즘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굳이 찾아가서 비판하고 비난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을까. 사회에서 악인이라고 규정된 그 사람을 비판하면서, 본인은 선하다, 정의롭다라는걸 증명하고 싶은게 아닐까라는 생각임. 물론 뭐 나락가는걸 좋아하고 분탕치는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게 아니라 순수히 그런 일들이 있으면 본인 생각을 남기고 싶은 사람들은 본인이 정의롭다는걸 증명받고 싶어하는 것 같음. 
공개적인 장소에 익명성이라는 가면 뒤에서 본인의 생각이 정의로운게 맞는지 검증받고 싶은거지.
또 잘못을 한 사람을 비판하는게 대부분의 여론일 수밖에 없기에 군중들 사이에 들어갔다는 안정감을 주는 것도 사실임. 요즘은 그나마 덜해진건지, 아니면 내가 의도적으로 피하려고 해서 잘 안보이는건지 모르겠는데 그 안정감 때문에 코로나 시기에 꽤 심했던 것 같다고 생각함.

 물론 타인을 심판하는 정의로운 역할이 더 끌리는건 맞지만, 타인을 용서하는 자비로운 역할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게 대충 내린 결론임. 댓글로 잘못을 비판하고 악인이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준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도파민에 너무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음. 하고 싶었던 말은 많았는데 정리할만한 능력이 안돼서 이만 줄이겠음. 최대한 정리한다고 했는데도 내 글이 많이 뒤죽박죽이라 미안함.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일맥상통하진 않지만, 안도 슌스케의 <정의감 중독 사회>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라는 책이 비슷한 느낌을 주니까 시간 나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추천함. 조금 진중하게 읽고 싶다면 전자를, 가볍게 읽고 싶다면 후자를 추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