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거주중이고 1년전쯤에 원래 다니던 대학에서 우울증 때문에 성적 떨어져서 장학금 못 받고 도저히 생활비도 감당이 안되길래 전액 장학금 조건으로 하위 대학으로 옮김
주민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학비 차이가 많이 나서 원래 있던 곳 가려고 할 때도 다들 말리긴 했었지만 졸업하고 초봉 + 드림 스쿨이어서 강행했던 걸 정말 많이 후회했어

그 과정에서 엄마(양어머니)랑 같이 그렸던 미래가 많이 사라져서... 2년전에 이렇게 될 거 직감한 뒤부터 연락을 안 받았음 우울증도 있었고

엄마는 고등학생 때 선생님이셨는데 그때 난 친동생이랑 둘이서 살았었거든
학교에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 동생이 정신병이 있어서 집에 자꾸 가야했어... 학교 오피스로 전화가 와가지고 수학여행이고 뭐고 아무것도 못가고 집으로 갈때가 잦았거든
그걸 알게 된 엄마가 날 정말 많이 챙겨주셨어. 차가 없어서 애들한테 얹혀서 타던 것도 매일 같이 태워주시고 장도 보고, 매주 초대해서 먹을거리 챙겨주시고 동생이 칼부림 내려고 하거나 그러면 전화하라고 하고 한번은 엄마 집에서 잔 적도 있었고.
매일 내가 혹시 밥 안 싸올까봐 점심 2인분씩 가져와주시고, 선생님들은 다 엄마가 날 친딸처럼 생각한다고 하셨었고 나도 그걸 느꼈어
그리고 졸업식 때 졸업앨범 마지막 한 켠에 엄마가 되고 싶다고 적어주셨고 그렇게 비공식적인 모녀 관계가 됐어

근데 난 그때 정말 멋진 사람이었었거든 삶은 힘들었어도
바쁜 중에도 여유가 있었고, 공부도 잘하고 상도 많이 받았어서 미래가 잘될거란 확신이 있어서 그랬나봐
근데 막상...그 확신이 깨지고 내가 이룬 것들을 빼앗기니까 사람이 망가지더라고

그렇게 엄마 연락을 안보기 시작했는데 엄마는 시간이 좀 지난 뒤에 이런 문자를 보내셨었어.
Hey, just thinking about you and hoping you’re well.
그냥 음...근데 모르겠어. 저 문자 받은지도 꽤 지나서...?

내가 필요할 때만 붙었던 얌체같은 애로 보이면 어쩌지?
난 정말 한번도 엄마를 잊은 적 없는데.
매년 어머니날이랑 추수감사절에 편지 쓰는데 한번도 못 보냈어
올해 추수감사절이 다가오는데 올해도 너무 겁이 난당...

그때 우리가 생각했던 거랑 다르게 멋지지 않은 날 보고 실망하시면 어쩔까 싶기도 하고, 지금까지 연락 없던 게 괘씸하면 어쩔까 걱정도 들고...

제일 무서운 건 내가 너무 싫어서 연이 끊어지는 건데 사실 이중적인 거 같아 이러고 있으면 애초에 연이 끊긴 상태니까
그냥 엄마가 내가 이제 별로 안 좋다는 말을 들을 자신이 없는 거 같아

고등학생 때는 봉사도 많이 하고 주변 친구들도 많이 챙겼는데 막상 대학 온 다음엔 점점 개인적으로 변하기도 했고
그냥 그때의 나랑 지금의 내가 너무 다른 거 같기도 하고.... 모르겠네. 연락 보내면 싫어하실까..... 이제 와선 안 보내는 게 나을까?
그냥 이대로 아무것도 아닌 사이로 남는 게 맞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