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식물 기르는 걸 취미로 해보게 됐음. 작년에는 바질만 키워봤는데, 올해에는 방울토마토, 오이, 바질 심어다가 키우는 중임. 지금까지 키우면서 들었던 생각들 좀 적어봄.

1. 솎아내기, 곁순따기
 맺힌 열매를 모두 키우는 건 생각보다 힘든 것 같음. 영양분이 많은 수의 열매에 골고루 나뉘어지다 보니 알이 작아지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음. 그래서, 상품성이 있는 정도를 원한다면 필연적으로 맺힌 열매들, 혹은 열매가 되기 전의 꽃들을 일부 잘라내줘야 함. 그런데, 초보자 입장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 선별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 다 똑같아보이는 꽃이고 열매인데 대체 뭘 선택해야 하는 걸까.

 결국에는, 어떤 걸 살리고 어떤 걸 잘라내야 하는가에 관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동일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느끼는 것들 중 아무거나 일부만 선택해야만 할 때도 분명히 있더라. 가령, 뭐가 곁순이고 뭐가 본줄기인지 구분하는 것과, 한 가지에 지나치게 많은 열매가 맺혔을 때가 예시가 될 수 있을 듯. 어떤 하나에 대해 원하는 결과를 정말로 얻고 싶다면 나머지가 아깝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고 느꼈음.

2. 옮겨심기
 초반에는 화분에 난 잡초들이 안타까웠음. 얘들도 겨우 줄기를 기르고 잎을 피웠는데, 뽑아내면 죽어버리니까. 그래서 씨앗 틔울 때 썼던 모종 트레이에다가 작게 방을 만들어 옮겨줬음. 그런데, 그래도 어떻게 잘 살고 있는 것 같다가 정말로 하루 아침에 완전히 시들어서 말라버림. 주말에 1박2일로 놀러갔었는데, 그 때 비도 안 오고 햇볕도 강해서 그랬었나 봄.

 큰 공간에서 살 때 누렸던 것들을 누리지 못하게 되니까 그런 게 아닐까 싶었음. 이미 줄기와 잎, 뿌리를 거기에 맞게 발달시켜놨을 테니까. 풍족한 상황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모든 일을 하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겠지. 돈이 있는데 직접 설거지를 하기보단 식기세척기를 쓰면 되고, 스스로 청소를 하기보단 로봇청소기를 쓰거나 가정부를 고용하면 되니까. 그 사람의 시간을 돈과 비교해서 환산한 가치는 다른 사람의 시간이나 설비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높다는 뜻이겠지. 그런데, 어느 한 순간에 갑자기 망해 이들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 매우 불편하게 되지 않을까. 

 반면, 모종 트레이의 남은 흙에서 피어났던 잡초는 열매까지 맺고 끝까지 살아남았음. 작긴 하지만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고. 그 모습이 참 가련해보이기도 했지만 아름답기도 하더라. 식물로서 주어진 소명을 완수했으니까. 모두에게 우러름을 받는 위대한 사람이 되면야 당연히 좋겠지만, 우리가 삶을 지속하면서 스스로 판단하기에 해내고 싶다는 일만이라도 마칠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쁠까 하는 생각이 들었음. 

 이것들 말고도 몇 개 더 있긴 한데, 이미 충분히 주저리주저리 거렸으니 말 줄임. 갑자기 F갬성 폭발했는지 별 생각이 다 들었네. 담배를 못 피워서 그런가. 아래 사진은 바질이랑 처음 방울토마토 열매 익은 거 본 거 찍은 것. 바질은 키우기도 쉽고, 말려서 고기구이나 계란후라이 할 때 가루 내서 넣으면 맛있으니 관심 있으면 키워보셈. 개초보긴 한데 궁금한 거 있으면 아는 선에서 말해줌.

- 3줄요약
1) 식물 키우다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음.

2) 진정 원한다면 자신에게 아까운 걸 버릴 것도 감수해야 하는 것과, 내 마음 깊은 곳에서 해내고 싶다 여기는 일을 마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는 걸 깨달음.

3) 금연당해서 글 쓰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