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하다가 찾은 옛날 메이플스토리 스크립트 인벤글: https://www.inven.co.kr/board/maple/2299/8387564

편의상 음슴체로 썼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어차피 스페이스 바로 다 스킵하는 데 스토리는 의미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음.
정말 스토리가 의미 없었으면 뭐이악이랑 힘줘똥으로 불타지도 않았을테니까.

메이플스토리 과거 스크립트 모음을 보면 스킬 배우는 과정에서 개쩌는 명대사들이 나오는 게 많지.
샤모스의 "이것으로 위대한 마법은 이어진다..." 같이 스토리 자체가 그냥 좋은 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뽕차오르는 건 역시 직업 관련 스크립트라고 생각함.

전사는 "언젠가 당신의 모험담이 담긴 책이 이 도서관에 꽂혀 졌으면 좋겠군요" - 사서 위즈

도적은 "항상 정명한 방법만을 쓸 생각이었다면 기사가 되었어야지. 자네는 도적이지 않은가" - 아레크

마법사는 "속성의 한계를 뛰어넘은 소감이 어떤가? 지금 자네는 메이플의 마법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것일세" - 알케스터

궁수는 "당신의 심안이 적을 관통했다면, 화살은 당연히 적중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 헬레나

나는 당시 2차전직도 못하던 응애였어서 직접 이를 체험해보진 못했지만,
개같이 고생해서 스킬을 얻었는데 저런 스크립트가 나온다?
적어도 메이플을 하는 동안 만큼은 나는 '도적'이 되는거임.

이게 메이플스토리의 스토리 전체에 중요한 부분이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유저들은 이러한 스크립트에 열광하지.
그냥 플레이어가 한순간이라도 '그래, 난 도적이니까 이렇게 해야지'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게
RPG의 핵심이라고 생각함.
괜히 Role Playing Game이 아니니까.



하지만 지금 메이플의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내 직업만의 뽕차는 스토리가 없다"
이거라고 생각함.

난 직업을 엄청 갈아타다가 결국 제로에 정착하게 됐는데,
제로 스토리 퀘스트 극혐하는 사람들이 많고 나도 고생하면서 깼지만
힘들더라도 그런 스토리 퀘스트를 깨면서 캐릭터에 더욱 몰입 할 수 있음.
팬텀 1~4차 전직퀘 같은 것도 보면 그야말로 괴도스러운 전직 방법이라서
팬텀의 개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함.
이렇듯이 지금의 메이플에도 4차까지는 각 직업의 개성이 확실하게 보이는 서사가 존재하긴 함.

그런데 게임의 템포가 빨라지면서 200렙까지는 프리패스고
전직퀘도 간소화 되면서 1~4차는 없다시피하고, 심지어 있다 해도 그냥:
'얘는 이러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메이플 연합에 들어왔답니다~' 정도에 불과함.
5차부터 본격적으로 근 몇 년간 전개되고 있는 메이플의 스토리가 시작된다고 봐도 좋은데
아케인리버부터는 이런 게 하나도 없으니까 스토리적에서는 직업의 유니크함을 느낄 수 없음.

내가 전사인지 도적인지 궁수인지 마법사인지 해적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음.
내가 신의 아이건 서울 사람이건 아이돌이건 그건 전혀 중요한 게 아님.
어떤 직업을 선택했건 어떤 캐릭터를 선택했건 "대적자"가 스토리를 풀어나감.

아케인리버 스토리는 시그너스 기사단이면 그나마 몰입이 좀 되긴 하더라.
예전에 나워 키울 때 문브릿지에서 여제 시그너스의 축복이
초월자 시그너스의 축복으로 강화되는 걸 보고 좀 감동이었음.
난 이게 과거 메이플스토리 스킬 관련 퀘스트에서 받을 수 있었던 감동과 비슷한 형태라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시그너스 기사단 직업군에 한해서만 느낄 수 있는거고 다른 직업은 감동도 뭣도 없음.
맨날 시그너스랑 나인하트가 나한테 뭘 시키고 그걸 곧이곧대로 다 받아들이고 있으니
내가 신의 아이인지 시그너스의 아이인지 구분이 안 감.
제로도 초월자인데 그런 느낌이 전혀 안 드니까 몰입이 안 됨.

그 잘난 대적자 자리에 수많은 직업들 중 어떤 게 들어와도 상관이 1도 없음.
그래서 스토리가 플레이어에게 와닿기가 힘듬.
블랙헤븐 스토리가 그렇고, 아케인리버가 그렇고, 데미안 선행 퀘스트는 아예 영웅 한정 스토리고,
그란디스 넘어와서도 별 다른 건 없는 것 같음.

모든 직업이 어느 순간부터 같은 이야기의 같은 인물이 돼서
여신이 어쩌고 아케인 스톤이 어쩌고 하는데 그러면 집중이 될까?
이런 건 그냥 내가 보고 싶지 않은 소설책을 강제로 읽게 하는 거나 마찬가지지
반드시 내 캐릭터여야지만 풀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님.

물론 어느 게임이던지 스토리의 큰 줄기는 필요하고, 메이플 직업이 40개가 넘는 만큼
각 직업의 고유 스토리를 계속 넣는 게 힘들다는 건 알고 있음.
나도 20년이 넘어가는 게임에서 전체적으로 완성된 이야기가 나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함.
그냥 정말 서브스토리 느낌이라도 좋으니까 길고 긴 아케인리버~그란디스의 여정 중에
내가 키우고 있는 캐릭터의 직업군만이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잠깐이라도 느끼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거임.

난 게임에서는 내 캐릭터가 강해지는 과정이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을 때
세계관에 제대로 몰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5차, 6차 전직 퀘스트가 이러한 서사를 넣는 데 가장 적합한 곳이었다고 생각함.
5차는 5차 전직이라기보다는 그냥 궁극기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그렇다 쳐도
6차 전직이 처음 예고 됐을 때 주력기가 바뀐다고 하길래
옛날 메이플처럼 직업군 별로 스킬을 얻기 위한 퀘스트가 나오지 않을까 하면서 기대했음.

그런데 현실은:
40개가 넘는 캐릭터가 모두 에르다의 힘을 얻었더니 짜잔! 새로운 기술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40개가 넘는 캐릭터가 모두 솔 에르다의 힘을 얻었더니 짜잔! 새로운 기술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이거로 퉁침.

심지어 캐릭터가 겪어야 할 역경과 고난은 ^경험치 4500억^
그냥 재미도 감동도 없는 ^무지성 사냥^

지금 메이플스토리는 오랜 기간 서비스하면서
꼬일대로 꼬인 스토리 풀기 힘드니까 다 제끼고 다소 부자연스럽더라도
일단 새로운 지역 가서 새로 쓰자는 생각으로 그란디스로 넘어온 것 같음.
나중에 그란디스 스토리가 완성 됐을 때 좋은 스토리가 될 가능성도 0%는 아니지.
그런데 메이플 월드에서 벗어난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에서
내 캐릭터와 연관이 하나도 설정을 볼거면 소설을 읽지 왜 게임을 하냐고.

그래도 조금씩 패치가 진행될수록 직업 별로 고유 스크립트 점점 많이 추가하니까
개발진이 이 문제를 인식을 못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긴 하면서도
이번에 은월 스토리에서 랑이 삭제한 걸 보면 모르겠다

샤레니안의 기사 보면 스토리 잘 만들 때는 또 잘 만드는 것 같긴 하지만
메이플스토리에서 내 캐릭터를 플레이하며 감동을 느끼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