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메이플스토리를 즐기고 있는 한 유저입니다.
이번 아란, 은월 리마스터를 보고 너무 안타까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아란과 은월이 아닌, 키네시스가 본캐입니다.
키네시스는 인구수도 적고, 구조도 엉망 진창이지만
저는 키네시스가 좋습니다. 멋있거든요. 간지나기도 하고.

아란과 은월을 본캐로 하신 분들도 저와 비슷한 마음이었을 겁니다.
특히 아란의 경우, 인구수가 정말 적었음에도 계속 남아있던 건
그 직업을 정말 애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유저들의 직업에 대한 애정을
개발진은 철저하게 짓밟았습니다.

이번 아란과 은월 리마스터에는 정말 많은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문제점을 몇 가지 추려보겠습니다.

1. 소규모 리마의 문제
앞선 모험가 리마는 15직업, 시그 리마는 6직업이었습니다.
그에 비해서 이번 리마스터는 상당히 소규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아란과 은월은 기존에 비해 더 주목받게 됩니다.

아란과 은월의 리마스터가 여름 업데이트의 시작을 담당하는 만큼,
개발진은 필요 이상으로 힘을 주어 아란과 은월을 뜯어고쳤습니다.
유저들이 요구하는 만큼을 넘어서, 기존 유저들이 좋아하고
애정하는 부분조차 싸그리 갈아엎어버린 것입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스토리 -> 기존에 잘 되어있던 은월 스토리 퇴화 (랑과의 인연)
컨셉 -> 폴암전사 아란을 개연성도 없는 사신수 법사화 (마하, 늑대..)
이펙트 -> 눈뽕, 색감 및 디테일 퇴화 (극딜 영상 보고 경악했습니다..)
구조 -> 아란 게이지 복구, 은월 1분 2분 극딜 분산 등등
딜 -> 너프
사운드 -> 최악 (기존 사운드의 타격감을 좋아하던 유저들 다수)

모험가, 시그너스, 엔버 리마의 문제점을 개선하기는 커녕
오히려 모조리 흡수하여 이번 리마에 담아낸 느낌입니다.
리마의 모든 구성 요소를 박살낸 개발진이 한편으로는
참 대단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망치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죠.

2. '테섭'의 의미 퇴색
사실 소규모 리마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엔버의 경우처럼,
개발진은 직업 수가 적은 만큼 더 리마스터에 집중할 수 있고,
유저들의 피드백도 빠르게 수용하여 수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소규모 리마의 장점은 무효화되었습니다.

사실 아무리 방향성이 잘못된 업데이트라고 하더라도,
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테섭'입니다.
유저들의 피드백을 수용하는 것도 이 테섭을 통해서입니다.
그런데 운영진은 이 테섭의 의미를 퇴색시켜버렸습니다.

엔버 리마 때 그렇게 지적받았음에도 운영진은
아란과 은월 굿즈를 미리 기획하고 만들어놓았습니다.
테섭을 통해 수많은 유저들이 피드백을 보냈음에도
개발진은 현무 색 좀 바꿔주고, 랑 스킬 좀 추가해주고.
이 정도로 끝이 났습니다. 유저들의 직업에 대한 애정이 담긴
피드백은 싸그리 무시당한 것입니다. 심지어 유저들이
그렇게 요구하던 패치노트조차 한 줄 없었습니다.

이런 개발진의 스탠스, 그리고 엔버 때 크게 비판받았던
굿즈를 이번에도 또 미리 만들었다는 점으로 보아 애초에
개발진은 피드백을 받아 크게 바꿀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3. 리마스터 직업 선택 미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리마가 아란과 은월인 게 너무 아쉽습니다.
메이플스토리에는 에반, 메르세데스, 팬텀, 루미너스, 아란, 은월
총 6명의 영웅이 있습니다. 이들은 각자의 스토리는 차이가 있으나
서로의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스킬 또한 영웅
공용 스킬이 존재하고요. 그렇기에 이들은 앞선 모험가, 시그너스처럼
다같이 리마스터되었을 때 더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아무리 오래된 영웅일지라도, 그들의 이야기는 유저들에게 있어
로망이자 낭만과도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뉴에이지 쇼케이스
당시 영웅 테마곡 공연에서, 영웅 6명의 문양과 문구가 나왔을 때
소름이 돋았습니다. 6명의 영웅은 제게 있어 낭만이었습니다.
그런데도 6명의 영웅 중 두 직업만 리마스터했던
개발진의 선택은 많이 유감스럽고 아쉽습니다.


사실 저는 이번 여름 업데이트 때 신직업이 나왔어야 했다고 봅니다.
운영진 입장에서는 신규 6차를 내지 않는 대신, 이를 메꿀 수 있는
업데이트를 마련해야 했습니다. 신규보스와 신규지역은 아무래도
초고스펙 유저들에게 주로 해당되는 만큼, 전 유저층에게 해당되는
업데이트는 리마스터 혹은 신직업뿐이었습니다. 여기서 개발진은
아란과 은월 리마스터를 선택했고,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차라리
사신수 컨셉을 아란에게 주지 말고 아니마 신직업에게 주는 게
더 개연성 있었을 텐데 말이죠.

현재 아란과 은월 리마스터를 롤백하는 것은 당연히 무리입니다.
이미 업데이트는 되었고 이벤트는 시작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란과 은월을 애정하는 유저들을 위해서라도,
저는 한 가지 희망을 가져봅니다. 바로 영웅 리마스터입니다.
아란과 은월이 리마스터가 된 지금, 다음 리마스터는 나머지
영웅들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남은 4명의 영웅들을 한번에 리마스터하면서,
아란과 은월 또한 추가 개선을 함으로써 6명의 영웅 리마스터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로써 6명의 영웅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면서 아란과 은월 유저들의 슬픔을 달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 버렸네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마치겠습니다.

맨 처음에 말씀드렸듯,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은 자신의 직업에
정말 큰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토리, 컨셉, 이펙트, 사운드
등등 각자의 이유로 유저들은 그 직업에 애정을 쏟습니다.
이번 리마스터로 유저들은 자신의 애정을 부정당했습니다.

본인들의 실패를 인정하고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개발자의 주된 소양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열심히
노력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인데 수정하기는 쉽지 않겠죠.
하지만 그 개발은 유저들을 위한 것이며, 그 결과물은
유저들이 기뻐해야 비로소 좋은 결과물인 것입니다.
키네시스를 애정하는 한 유저로서, 부디 아란과 은월을
좋아했던 유저들의 마음이 부정당하는 현 상황이
언젠가 꼭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