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2-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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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스토리] 34"질서를 지키시오! 차례차례 질서정연하게 움직이시오!" 괴물이 알카드노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확인되자, 매드와 카슨은 서둘러 사람들의 대피를 지휘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안드로이드의 안내에 따라 최대한 멀리 이동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고, 슈가와 A를 비롯해 유토, 로미오, 그리고 줄리엣까지 합세해 피난을 도왔다. "매드! 놈이 이곳에 도착할 때까지 얼마나 남았지?" 사람들을 대피시키던 카슨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매드는 빠르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무언가를 확인하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답했다. "10분 남았네." "10분..." 그 말이 전해지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패닉에 빠져 허둥대기 시작했다. 공포에 휩싸인 군중은 서로를 밀치며 제대로 된 질서를 유지하지 못했고, 그 여파로 사람들이 넘어지거나 깔리는 등 혼란이 더욱 커졌다. "진정하세요!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움직이세요!" 슈가와 A는 다급히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혼란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매드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곧 안드로이드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당장 이곳을 빠져나가 괴물을 저지하라! 절대로 놈이 이곳까지 오지 못하도록 막아라!" 매드의 명령이 떨어지자, 안드로이드 부대는 즉시 알카드노를 빠져나가 괴물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들을 지켜보던 매드는 이내 줄리엣을 향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줄리엣! 너도 사람들과 함께 이곳을 빠져나가라! 어서!" "하지만 할아버지, 아직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요!" "그건 내가 할 테니, 너는 어서 떠나거라!" "하지만..." 매드의 단호한 명령에도 줄리엣은 완강하게 버텼다. 그 모습을 본 매드는 한숨을 내쉬고, 그녀의 옆에 있던 로미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로미오 군." "네, 네?!" 갑작스러운 호출에 로미오는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그런 그를 향해, 매드는 조용하지만 강한 어조로 말했다. "줄리엣을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주게." "하지만 회장님..." 로미오 역시 쉽사리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매드는 잠시 숨을 고르고,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로미오 군." "....네, 회장님." 로미오는 마른침을 삼키며 매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매드는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내 손녀딸을 잘 부탁하네." 그는 로미오의 손을 꽉 붙잡으며 진심을 담아 부탁했다. 로미오는 떨리는 매드의 손을 바라보다가, 잠시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셨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잠깐만요! 로미오, 진심이에요?!" 다급한 눈으로 로미오를 바라보던 줄리엣이 울먹이며 소리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카슨이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줄리엣 양." "카슨 학회장님! 이건 아니에요! 이대로 떠날 순—!" "내 손자를 잘 부탁하오." "학회장님...? 그게 무슨—" 줄리엣이 무어라 말을 잇기도 전에, 로미오는 그녀의 손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그리고는 단호한 표정으로, 사람들과 함께 알카드노 밖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는 흐르는 눈물을 닦을 겨를도 없이,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은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로미오?! 이거 놔요! 이거—!" 줄리엣이 필사적으로 버티며 그의 손을 뿌리치려 하자, 결국 로미오는 그녀를 업어 맨 채 빠르게 이탈했다. 멀어지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카슨이 슈가를 향해 말했다. "슈가 양, 자네도 어서 떠나게." 슈가는 잠시 말없이 카슨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이내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이게 사제의 역할인걸요." 그녀의 대답에 카슨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거칠지만 따뜻한 손길이 그녀의 머리를 조용히 쓸어내렸다. 이윽고, 그는 인자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나는 그저 나이 든 연금술사일 뿐, 교황도 신부도 아니오. 하지만..." "어른으로서, 아이들의 미래를 지킬 의무가 있소이다." 슈가는 아무런 말 없이, 그저 카슨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카슨은 빙그레 웃으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사제의 역할은 사람들을 지키는 것, 부디 사제님은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보호해주시오." 카슨은 슈가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 공손하게 두 손을 모은 뒤, 그녀를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이곳을 지키는 건 우리 늙은이들의 몫이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부디 늙은 노인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시오." 슈가는 조용히 사람들과 카슨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윽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는, 카슨에게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부디 여신님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사제님께도 여신님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두 사람은 짧지만 진심 어린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슈가는 머뭇거림 없이 몸을 돌려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녀의 뒷모습이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던 카슨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이제 남은 것은 그들뿐이었다. 카슨과 매드, 그리고 유토와 A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유토 군과 A 군, 자네들 정말로 이곳에 남겠다는 건가?" 카슨이 묻자, 유토와 A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희의 잘못으로 시작된 일이니, 저희가 책임져야 합니다." A의 단호한 목소리에 매드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가족들이 슬퍼할 걸세." A는 순간 움찔했다. 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리더니, 주먹을 꽉 쥔 채 온몸을 떨었다. 그는 잠시 숨을 가다듬더니, 이내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매드를 향해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습니다. 차라리 이대로 떠나버리는 게, 그들에게도 좋을 겁니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떨림이 스며 있었다. 매드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이 결연한 표정으로 서 있는 그때, 두 명의 인물이 조용히 다가왔다. "A 씨... 대피하지 않는 건가요?"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에 A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필리아와 키니가 서 있었다. "필..." 그 순간, 그의 목 끝까지 차오르는 이름. [필리아] 10년 전, 아니, 자신에게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연스럽게 불렀던 그 이름. 그러나 이제는 부를 수 없는 이름이었다. A는 울컥하고 차오르는 감정을 억지로 삼켰다. 그녀를 향한 애틋한 감정이 입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그는 이를 악물었다. 이윽고, 그는 힘겹게 목소리를 짜내며 차갑게 말했다. "여긴 위험합니다. 두 분도 어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 대피하세요." 그는 최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최대한 사무적으로, 기계처럼. 더 이상 그들에게 A는 과거의 그가 아니라는 듯이. 그러나 필리아의 표정이 흔들렸다. 그리고, 어린 키니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아저씨...?" A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아저씨도 같이 가요... 네..?" 키니는 그의 옷깃을 꼭 쥐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A는 말없이 자신의 옷을 잡아당기는 작은 손을 내려다보았다. 잠에서 깨어 칭얼거리면서도 그의 손가락을 꼭 움켜쥐고 방긋 웃던 작은 아이가, 어느새 허리까지 훌쩍 자라 있었다.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구나…’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들을 안아주고 싶었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었다.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싶었다. 그들의 온기를 느끼고 싶었고, 감정을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그럴 수 없었다. 그가 느끼는 감각은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키니의 작은 손이 자신의 옷을 붙잡고 있음에도—그에게 느껴지는 것은 온기가 아닌 수치였다. 압력, 표면적, 온도 차이. "......" A는 토할 것 같은 감각을 억누르며 정신을 붙잡았다. 더 이상, 그는 ‘아빠’가 아니었다. "여긴 위험합니다, 키니 양. 어서 밖으로 나가세요." 그는 키니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부품의 결함도, 임시 마력석이 만들어 낸 부작용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손끝과 표정은 분명히 떨리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눈치챈 키니는 눈물을 머금은 채 그에게 달라붙으며 매달렸다. "싫어요! 돌아온다고 했잖아요! 같이 가요, 네?" A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키니 양! 제발...!" A가 키니를 떼어내려는 순간이었다. —쾅!! 거대한 굉음과 함께 알카드노 건물의 천장이 무너졌다. 우르르르 쾅—!! 무너진 천장에서 쏟아지는 파편들이 그들을 덮쳤다. 그 충격으로 먼지구름이 솟아올라 공간을 가득 채웠다. "쿨럭, 쿨럭! 다들 괜찮은가?" 매드가 거친 기침을 하며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도 일행들은 모두 무사한 듯,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매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두리번거렸다. "기적적으로 다친 사람이 없는 것 같군. 정말 기적—" "A 씨!" 필리아의 다급한 외침이 공기를 찢었다. 일행들은 서둘러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경악한 표정으로 굳어버린 필리아와, 무너진 천장을 온몸으로 받치고 있는 A가 있었다. 그의 아래에는 키니가 떨리는 눈으로 A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아저씨...?" 키니의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A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다친 곳은 없으신가요, 키니 양?" 키니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A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곧, 달려온 일행들이 키니를 조심스레 끌어내 주었다. 그리고 그제야, A도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무너진 구조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보게, 몸은 괜찮은가?" 매드가 다급하게 A의 상태를 확인하려 하자, A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보다 키니의 상태는...?" "아저씨!" A가 키니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키니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는 눈물과 콧물로 얼룩진 얼굴을 한 채, A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미안해요, 아저씨... 저 때문에... 제가 말만 들었어도... 미안해요..." 키니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음을 터뜨렸다. A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키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렸지만, 키니를 향한 따뜻함이 서려 있었다. 일행들은 잠시 조용히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때— "스, 스승님... 저, 저기..." 유토가 떨리는 목소리로 하늘을 가리켰다. 일행들은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여신이시여..." 거대한 괴물이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공포와 당혹감이 일행의 얼굴에 스며들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빠져나가려 했지만, "이런, 매드!" 단 한 사람, 휠체어를 타고 있던 매드는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천장에서 무너진 파편들이 휠체어의 바퀴를 막아버렸고, 길은 완전히 차단된 상태였다. 매드는 낑낑대며 휠체어를 움직이려 애썼지만, 벗어날 길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이내 체념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 "후... 이렇게 끝나는군." 그는 조용히 숨을 내쉬며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그동안 즐거웠네." 그리고 그 순간— 매드의 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괴물의 마력이 그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안 돼—!!" 떠오르는 매드를 향해, A가 몸을 던지며 그를 붙잡았다. "A?! 이게 무슨 짓인가! 이러다 자네까지 휘말릴 걸세!" 당황한 매드가 소리쳤다. 그러나 A의 눈빛은 결연했다. "그렇다고 어째서 회장님이 희생해야 합니까!" "이 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는데, 왜 당신이 대신해야 합니까!" 그는 매드의 팔을 더욱 세게 붙잡았다. "이대로는 못 보냅니다!" A가 필사적으로 매드를 끌어당기자, 다른 사람들도 달려와 힘을 보탰다. 이윽고, 사람들은 매드를 붙잡아 간신히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어서 가자!" 그들은 매드를 업고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휘오오오오—! 일행들이 빠져나가려는 순간, 마력석이 거세게 그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마치 단 한 사람도 빠져나갈 수 없다는 듯, 마력석은 거칠게 그들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윽...!" 강한 흡입력에 중심을 잃은 사람들은 앞으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빠져들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버텼지만, 무너진 파편과 허공을 휘도는 마력의 폭풍은 그들의 탈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그때— "꺄악!" 몸집이 가장 가벼운 키니가 중심을 잃고 공중으로 떠올랐다. "키니 양!" A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팔을 붙잡았고, 한 손으로는 남아있는 건물의 벽을 온 힘으로 붙잡으며 버텼다. 그러나 마력석의 힘은 강했다. A의 손끝에서 힘이 서서히 빠져나갔다. '어떡해야 하지...! 이대로는 키니도, 모두도 위험해!' 죄책감과 다급함으로 일그러진 그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자신이었다. 자신이 없었다면, 모두가 평범한 삶을 살았을 텐데... 그가 필사적으로 해결책을 찾으려 할 때,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말이 있었다. "저 마력석은 자네의 몸에서 떼어낸 것일세." 그렇다. 저 마력석은 원래 자신의 것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이라면 저것을 제어할 수 있지 않을까? 망설일 틈은 없었다. 그는 곧장 키니를 마력석의 영향이 적은 기둥 뒤로 옮겨 놓았다. "키니 양, 이 기둥을 꼭 붙잡고 계세요. 잠시만 버텨주면 제가 저걸 끝내겠습니다." A는 키니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몸을 돌렸다. 그러나— "아저씨!" 작은 손이 그의 셔츠를 붙잡았다. A는 움찔하며 다시 돌아보아 키니를 바라보았다. 왜일까. 여기까지 오면서 모든 것을 뿌리치고 버텼는데, 왜 이 작은 손 하나는 뿌리치지 못할까. 키니의 작은 손이 그의 가슴에 닿았다. 그 손끝에는, 당장이라도 떨어질 듯 대롱거리는 카네이션이 있었다. A는 키니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기다렸다. 이윽고, 키니는 말없이 카네이션을 다시 제대로 정리해 그의 가슴에 꽂아주었다. 그리고는- 눈물을 머금은 채,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녀오세요." A의 가슴이 크게 떨렸다. 그는 한순간 숨을 멈췄다가, 이내 깊이 들이마셨다. 그리고 단호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오겠습니다." A는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거센 마력의 소용돌이 속으로 몸을 던졌다. "드랭 씨!" "A군!" 일행들이 다급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마력석의 중심을 향해 몸을 맡겼다. 이윽고, 거대한 괴물이 A를 삼켜버렸다. "아...!" 절망적인 탄식이 흘러나왔다. 필리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틀어막으며 주저앉았다. 그 순간— 휘오오오오— 거센 소용돌이가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 같던 폭풍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카슨이 낮게 중얼거렸다. "멈춘 건가...? A 군은..?" "아아..!!" 고요한 정적속에서 오직 한 여인의 울음만이 공간을 가득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정적 속에서— "울지 마세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필리아는 놀란 듯 고개를 들고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괴물의 중심부에서, A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보...!" 필리아는 눈물을 흘리며 그를 향해 달려가려 했다. 그러나— "오면 안 됩니다." A의 단호한 목소리가 그녀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오면 안 된다니... A군, 자네 그게 무슨 소린가? 자네가 제어하는 게 아닌가?" 카슨이 다급하게 묻자, A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연쇄 융합은 막았습니다. 하지만... 움직임까지 제어할 수는 없습니다. 이대로 두면, 언젠가는 다시 폭주할 테지요." 필리아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제발...!" 그녀는 간절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A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필리아... 미안합니다. 약속은 지키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다정했지만, 동시에 깊은 이별의 결심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자네를 어떻게 움직이게 하겠다는 건가? 이제 이곳에는 더 이상 마력석이 없을 텐데." 카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순간— "마력석은 여기 있어요." 일행들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아리와 론도가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잔뜩 녹초가 된 모습이었지만, 지친 몸을 이끌고 힘겹게 보따리를 들어 올렸다. "이곳으로 오면서 최대한 마력석을 모아왔어요.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힘겹게 미소 짓는 론도를 바라보던 A는 이내 자신 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합니다." 그의 시선이 필리아와 키니를 향했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뗐다. "그러면... 필리아, 키니." A는 따스한 눈빛으로 가족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지막 가족 여행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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