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던 직업은 사기캐가 아니라
그냥 내 마음에 들고 중간 정도만 가는 직업이다.

얼마 전, 각종 챌린지들이 등장하고 직업간 체급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현저히 약한 체급의 직업들을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
단지 그 믿음 하나로 버텼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원했던 직업은 사기캐가 아니라 그냥 중간만 가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패치에서 그 믿음은 산산이 그리고 처참하게 부서졌다.
같은 체급을 가졌던 직업들은 지금 버틴 시간에 대한 보답을 받았다.
왜 우리는 또 다시 견뎌야 하나?

시너지를 완화하고
직업간 격차를 줄이겠다는 밸런스 패치에서
단지 10초, 그 잠깐의 시간동안 시너지 효과를 갖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남들이 10을 받을 때 2~4를 받아야 되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같은 시너지 효과를 가진 특정 직업은 오히려 날아올랐다.
도저히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과연 시너지 때문에 이런 밸패를 받게된 것이 맞을까?
그냥 "깔개" 직업 하나가 필요한 건 아니었을까?
그래야 보답을 받은 다른 직업들이 기쁨을 누릴테니까

내가 원했던 직업은 단지 그냥 중간만 가는 직업이었다.
아니 그냥 최소한 가장 밑바닥만은 아닌 직업이길 바랬다.
무적기 없는 직업,
매크로로 인해 키씹힘이 심한 직업,
이런 것들은 다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운영자가 버린 직업'
이 것은 도저히 못 견디겠다.
나아질 거라는 미래가 도저히 안 보인다.
내가 하는 직업이 바닥에서 다시 바닥으로 내팽겨치지는 것을 버텨야 할까?
버티면 나아질까?

아마 이번 밸패에서 또 다시 한번 버려진 몇몇 직업들의 유저 중 일부는
어쩌면 나와 같은 생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그래도 너는 상향 받았잖아" 라고 말할 수도 있다.
맞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래서 더 환멸을 느낀다.
줄 거면 다 주지 왜 애매하게 줘서 말할 자격조차 뺏으려 드는가?

왜 아무런 설명도 없이, 명확한 기준도 없이 주어진 이 상황으로 인해
나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만 하는가?
왜 이 박탈감을 토로하기 위해 싸워야 하는가?
왜 이 박탈감을 납득하기 위해 스스로 애를 써야 하는가?

내가 즐겨하는 이 게임으로 인해 내가 환멸을 느껴야 되는 이 상황이 슬프다.
나의 잘못이 아닌,
단지 저 높으신 누군가의 알 수 없는 선택으로 인해
깔개로 간택 당한 것만 같은 너무도 불합리한 상황으로만 느껴진다.